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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박스 '다크워터 : 슬라임 인베이더' 박정우 대표, "잠깐의 주목 보단 스테디셀러가 되고 싶다"

작성일 : 2021.05.12

 


공중 액션 '활'극이 펼쳐지는 플랫포머 게임 = 게임조선 촬영

활을 이용한 공중 점프 액션이 돋보이는 데브박스의 플랫포머 '다크워터 : 슬라임 인베이더'가 출시한지 약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다크워터 : 슬라임 인베이더'는 소녀가 주인공이 되어 할머니와 함께 슬라임이 점령해버린 지역을 탐사하는 게임으로 확실한 목표, 점차 강해지는 성장 요소, 개인의 실력에 따라 좀 더 어렵게 도전할 수 있는 수집 요소 등 플랫포머의 정석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다크워터의 놀라운 점은 모든 개발을 혼자서 진행했다는 점이다. 웅장하진 않아도 충분히 전달력 있으면서 수려한 그래픽으로 액션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고 활로 지상과 공중을 오가며 슬라임을 무찌르는 액션까지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게임조선에서는 기획부터 디자인과 음향, 개발까지 모두 맡아 혼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둬낸 데브박스의 박정우 대표를 만나 개발하면서 겪었던 점이나 캐릭터 설정 등 다크워터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데브박스 박정우 대표 = 게임조선 촬영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정우 대표 : 저는 플랫포머 게임이 좋고 그 재미를 알리고 싶어 인디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게임 개발자입니다.

Q. 2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치고 정식 출시한 지 약 두 달의 시간이 흘렀는데요, 출시 이후 소감이 듣고 싶습니다.

박정우 대표 : 출시 전에는 하루빨리 출시한 다음 조금 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출시하고 나니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고 좀 더 신경 썼다면 더 완벽한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 너무 아쉽습니다.

대표적으론 난이도 조절인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쉬워 보이다가 어느 순간 어려워지는데요, 게임 내에서 설명을 최소화하다 보니 적응을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Q. 1인 개발로 알려져 있는데요, 긴 개발 기간의 원동력이 되어 주신 분들이 있을까요?

박정우 대표 : 언제나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테스트 플레이를 정말 많이 해주었습니다.

외부적으론 지원 사업과 각종 대회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원 사업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인디 개발자가 생활고를 해결하고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자극도 많이 받고 힘이 되어 줬습니다.

개발 중 펀딩을 시도했던 적도 있었는데요 펀딩 자체는 실패했지만 여러 가지를 얻었습니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게임을 보시고 개인적으로 연락해 아쉬운 점을 알려주며 잠깐이지만 테스트를 도와주셨습니다. 전화위복이 됐으며 정말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생겨서 좋았습니다.


대회가 정말 많은 자극이 되었다고 한다 = GIGDC 홈페이지 갈무리

Q. 인디게임 개발자로서 개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박정우 대표 : 가장 힘들었던 건 게임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해답을 구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소수 인원이 계속 똑같은 걸 보고 있어 맞는 방향인지 냉정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는 점이 걸림돌이었습니다. 특히 어려운 난이도에 대한 조절이 테스트해주는 사람이 한정적이다 보니 미흡했던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나마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던 곳은 각종 대회였습니다. 다만 장소 특성상 오래 플레이할 수 없어 그만큼 피드백이 짧아 아쉬웠습니다.

Q. 평소 좋아하거나 플레이하는 게임 중 다크워터에 영향을 준 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박정우 대표 : 죽어도 재밌는 게임을 즐기고 느꼈던 부분을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영향을 준 건 ‘셀레스트’로 한 대만 맞아도 죽지만 바로 근처에서 긴 로딩 시간 없이 재시작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반복적인 죽음을 통해 배우는 게임을 추구했으며 이를 다크워터에서도 최대한 적은 시간의 로딩과 자주 배치되어 있고 언제든지 부활 지점을 다시 저장할 수 있는 세이브포인트로 구현했습니다.

그 외에도 오리와 눈먼 숲과 할로우 나이트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특히 오리와 눈먼 숲에서 공중에서 액션을 취할 때 주변의 시간이 느려지는 연출이 정말 인상 깊었으며 다크워터에도 이 점을 주요 기술로 구현했습니다. 높은 게임 난이도 또한 어려운 게임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진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가장 많이 영감을 얻은 플랫포머 셀레스트 =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Q. 활을 이용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주인공이 인상적인데요, 주무기를 활로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정우 대표 : 개인적으로 활을 좋아했으며 여러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활을 사용하는 캐릭터를 주로 플레이했습니다. 내가 재밌다고 느낀 부분을 자신 있게 가장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주인공도 활을 사용하는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Q. 소녀의 머리색은 평소엔 빨간색이지만 순간 이동 능력을 쓸 땐 하얀색으로 바뀝니다. 머리색이 바뀌는 이유가 있을까요?

박정우 대표 : 이 역시 셀레스트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능력을 쓸 때마다 머리 색이 바뀌는데요, 이를 통해 현재 자신의 캐릭터가 어떤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나타내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다크워터에 적용했습니다.


사용하는 능력에 따라 머리색상으로 피드백이 오는 다크워터 = 게임조선 촬영

Q. 게임 중 플레이어는 정말 다양한 슬라임을 상대해야 합니다. 간혹 물리칠 수 없는 공포로부터 도망도 쳐야 하고요, 과연 게임상 슬라임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박정우 대표 : 슬라임은 개발 중 정말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한눈에 봐도 나쁜 애, 물리쳐야 할 적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었는데요 그러면서도 혐오스럽지 않고 때로는 귀엽게 보이기도 하는 그런 악당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외형에서 보이게끔 디자인하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쉽습니다.

Q. 문자 없이 그림과 감정 표현으로만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게임의 전반적인 스토리가 어떤 내용인지 듣고 싶습니다.

박정우 대표 : 스토리는 슈퍼마리오같이 무겁지 않고 가벼운 내용으로 구성해두고 적을 무찌르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싶었습니다. 신비한 구슬을 모아서 마을의 저주를 푸는 내용인데요 구슬이 있는 위치는 할머니만 알고 있었고 이를 찾고자 하는 할머니를 호위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좀 더 자세히 풀어주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어 그러지 못했습니다.


게임의 주 목표인 신비한 구슬 찾기 = 게임조선 촬영

Q. 활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동작이 소녀가 사용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데요, 혹시 개발하면서 더 넣고 싶었던 동작이 있었나요?

박정우 대표 : 스킬을 여러 가지 생각은 했었는데 그중 하나는 자신이 화살이 된 이후 추가 조작을 통해 움직이는 화살입니다. 막상 게임 속에 적용하려니 어떻게 사용하게끔 해야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애매해서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차후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면 넣고 싶습니다.

Q. 지금까지 여러 번 난이도 조절에 대해 아쉽다고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생각이 듣고 싶습니다.

박정우 대표 : 쉽다고 생각하고 출시를 했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견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플랫포머를 추구한 것은 맞지만 어렵기만 한 것과 재미를 느끼는 정도가 플레이어마다 천차만별이기에 기준점을 잡는 것이 힘든 것 같습니다.

현재 출시한 게임 난이도조차 개발 중 일 땐 셀레스트와 똑같이 캐릭터가 한 대 맞으면 죽고 체력이 아예 없는 형식이었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같이 조작해야 한다는 점 자체가 어려운 요소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더 고려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가 처음으로 좌절을 맛 본 스테이지 25 '물을 좋아하는 슬라임' = 게임조선 촬영

특히 초반에는 쉽다가 어느 순간부터 확 어려워지는 난이도도 지적해 주셨는데요, 게임 내에서 어떤 능력을 사용해야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는지 적절한 타이밍에 알려주는 게 가장 힘든 점입니다.

현재는 난이도별로 밟을 수 있는 발판이 좀 더 넓게 준비되어 있거나 슬라임이 줄어드는 식으로 난이도가 나뉘어있습니다. 앞으로도 좀 더 많은 세이브포인트를 주는 것보다는 이런 방향으로 난이도를 조절하고자 합니다.

Q. 정식 출시와 함께 닌텐도에 같이 이식됐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일텐데 어떤 계기로 이식을 시도하게 되셨나요?

박정우 대표 : 닌텐도 출시는 모든 과정이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크워터는 유니티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인데요 이에 다른 플랫폼 중 휴대성이 좋은 콘솔인 닌텐도로 이식을 시도했습니다.

허나 실제로 구동해보니 캐릭터가 너무나도 작았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닌텐도 기체의 사양이 낮아 많은 부분을 바꿔야 했습니다. 전반적인 시야를 확대시켰으며 닌텐도용 배경을 따로 준비해 리소스를 줄이고 맵 배치를 바꾸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쳤습니다.

현재 다크워터 콘솔 버전은 해외에서만 출시가 된 상황인데요 국내 정식 출시는 7월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출시 당시에 심의를 미처 못 받아서 내놓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은 심의에 걸리는 부분을 수정해야 하지만 1순위로 시간을 들이기 힘든 상황이라 빠르게 출시가 어렵습니다.


해외 닌텐도로는 이식이 완료된 상황 = 닌텐도e숍 갈무리

Q. 앞으로 다크워터에 추가 예정인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나요? 있다면 판매 형태는 어떤 방식인가요?

박정우 대표 : 마을의 저주가 풀린 뒤, 다른 곳을 탐험하려는 할머니를 호위하는 형태의 스테이지를 단편으로 10개 정도 내고 싶으며 업데이트한다면 DLC 형태가 될 거 같습니다.

할머니가 혼자 움직이는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다 보면 이분도 어렸을 적 꽤나 날아다니셨음을 느낄 수 있는데요 할머니의 젊은 시절 모험 또한 추가로 내고 싶으나 아직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Q. 마지막으로 게이머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박정우 대표 : 재밌게 즐겨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게임 개발자 입장에선 내가 만든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해주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습니다. 비록 단기간에 집중 받진 못해도 스테디셀러 같은 게임으로 남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의 모험까지 만나볼 날을 기대해보고 싶다 = 게임조선 촬영

[오승민 기자 sans@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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