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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라이벌 보러 명계로 전속☆전진! 없는 개연성도 만드는 기행 캐릭터

작성일 : 2021.04.25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스토리는 게임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게임 플레이라는 행위를 중시하는 '게임학', 혹은 '루돌로지' 연구자들조차도 스토리를 게임의 부수적인 영역으로 볼지언정 부정하진 않습니다. 물론 '테트리스'나 '퐁'처럼 고유 내러티브를 느끼기 어려운 게임도 있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이 좋은 게임을 고를 때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스토리란 무엇일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개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약한 주인공이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선 동료의 죽음을 통한 각성이나 좋은 스승과의 만남, 전설의 장비 습득같이 납득할만한 이유와 과정이 있어야 개연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존을 위해 작품 내내 신중함과 비정함을 강조했던 캐릭터가 후속작에선 초면인 사람들 앞에서 한가하게 자기소개나 하다가 죽어버린다면 유저들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캐릭터들은 자신의 존재만으로 유저들에게 스토리를 납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빛의 힘을 주겠다는 우주적 존재를 거부하고 파괴하거나 동생 좀 이겨보겠다고 아들의 팔을 잘랐는데 또 져버린 경우도 있죠. 언뜻 들으면 '무슨 미친 짓을 하는 것이지?'라는 의문이 들지만, '그 캐릭터입니다' 한 마디에 '걔는 그럴만해'라고 납득하게 만듭니다. 온갖 기행을 일삼지만, 독특한 매력 덕분에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일리단 스톰레이지

이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는 역시 '일리단 스톰레이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워크래프트'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까지 유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지만, 단순히 선행을 하거나 잘생겼기 때문은 아닙니다. 오히려 세계관에서도 손꼽히는 사고를 일삼았고, 유저와 적대한 경우도 많죠. 하지만 형 '말퓨리온 스톰레이지'에 대한 애증과 형수인 '티란데 위스퍼윈드'에 대한 사랑, 힘에 대한 집념과 넘치는 혈기 덕분에 아직까지도 이상하지만 멋있는 캐릭터로 여겨집니다.

대표적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확장팩 '군단'에서 보여준 행보가 있습니다. 빛의 용사라는 말을 들으며 새로운 힘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지만, 놀랍게도 일리단은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것이라는 일갈과 함께 아군을 이끄는 우주적 존재를 파괴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악마들이  끝없이 솟아나는 적의 본진을 아군 본진 바로 옆에 소환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적을 일소할 수 있다면 두 진영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지만, 일리단 일행은 방금 전까지 악마들과 힘겹게 싸운 후 겨우 빠져나온 순간이었죠. 자칫 아군을 전멸시킬 수도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일리단'은 이것보다 더한 일도 많이 했기 때문에 모두가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때 제라가 "이 힘은 네놈 따위 것이 아니라 말퓨리온의 것"이다 라고 했다면...

■ 버질

형제에 대한 애증이라면 이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죠. 바로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버질'입니다. 주인공인 '단테'가 붉은 옷을 입고 정신없이 날뛰는 망나니 이미지라면 버질은 과묵하고 냉철하면서 절제된 동작으로 또 다른 멋을 보여주는 캐릭터죠. 물론 전투에 들어가면 피는 못 속인다고 단테처럼 과격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쨌든 평소 이미지는 '차도남'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하필 동생인 단테가 이 게임의 주인공인 바람에 시리즈 내내 승리는커녕 버질 자신의 이미지만 깎아먹고 있다는 거죠.

물론 일리단보단 상황이 그래도 조금 낫습니다. 어쨌든 자신이 추구하던 힘을 잠시나마 손에 얻었고, 시리즈 초반엔 아직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단테를 상대로 승리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단테가 각성한 이후 게임 내내 구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동생을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형님이 됐습니다.

최신작이었던 '데빌 메이 크라이 5'에선 단테를 이기기 위해 무려 자신의 아들 '네로'의 팔을 뜯어갑니다. 물론 당시 버질은 네로가 자신의 아들인 것을 몰랐지만,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네로를 아들이 아닌 동생을 넘기 위한 시련 정도로 취급합니다. 문제는 그러고도 또 집니다.

이 소식을 접한 시리즈 팬들은 어이가 없다면서도 버질이라면 충분히 아들 팔을 뜯고도 남을 위인으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이건 단테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형, 힘 얻겠다고 아들 팔까지 잘라놓고 또 졌네?"라며 비꼽니다. 다음 편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버질이 단테를 이겨보겠다고 또 어떤 기행을 저지를지 궁금해지네요.


병... 형신이야?

■ 카이바 세토

'유희왕'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 '유희' 콤비의 라이벌 '카이바 세토'입니다. 단순한 악당으로 등장한 초반에는 이렇다 할만한 활약이 없었지만, '유희왕 듀얼몬스터즈'가 방영되고 '카이바 오퍼레이션'의 사장, 나아가 파라오의 심복이라는 설정까지 붙는 등 라이벌 캐릭터로서 입지를 다져나갔습니다.

문제는 이 캐릭터 역시 일리단 못지않은 기행으로 유명하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신'으로 불리는 카드 '오벨리스크의 거신병'을 희생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카드 '푸른 눈의 백룡'을 사용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의 기행은 극장판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디멘션즈'에서 폭발합니다. 

카이바는 극장판에서 전뇌 세계 '듀얼 링크스'를 구축하고, 숙적 아템을 부활시키기 위해 우주 정거장을 만들더니 결국 명계까지 찾아가 아템에게 듀얼을 신청합니다. '부활시키지 못하면 내가 명계로 간다'라는 발상은 누가 봐도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지만, 팬들은 '카사장이 또 뭔가 했구나'라며 납득했습니다.

극장판에서 사용된 듀얼 링크스라는 개념은 현재 모바일 게임 '유희왕 듀얼 링크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푸른 눈의 백룡과 숙적 유희를 찾으며 열성적으로 듀얼에 임하고 있습니다.


요즘 듀링 할때마다 느끼지만 12시 카사장는 기행 좀 해줬으면 합니다... 너무 세

■ 골든 십

최근에 떠오르는 광기 발랄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에 등장하는 '골든 십'입니다. 우마무스메는 실제 일본 경주마를 모티프로 만든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게임입니다. 게임에는 다양한 수인 캐릭터 '우마무스메'가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골든 십은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유저들의 관심을 얻었습니다.

우선 골든 십은 트레이너들이 자신을 꺼려 하며 맡으려고 하지 않자 레이스에 나가기 위해 직접 트레이너를 헌팅하는 비범함을 보여줍니다. 레이스에서 승리하면 활짝 웃으며 달려오다가 갑자기 유저 면상에 냅다 드롭킥을 날립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동작들이 실제 골든 십의 행동에 기인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일본 경마 전문가들에게 들어보면 실제 골든 십은 게임의 골든 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성격은 아니라고 증언합니다. 중요한 경주에서 난동을 부리다 결국 수천억 원이 걸린 마권을 휴지로 만들었을 정도니 이쯤 되면 뭘 해도 납득할만한 수준입니다.

이처럼 골든 십은 아가씨처럼 보이는 외형과 다르게 상대가 누구든 아랑곳하지 않고 기행과 폭력, 독설을 일삼는 우마무스메죠. 하지만 이러한 기행이 매력이 되어 지금은 우마무스메 내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캐릭터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내가 로데오 좀 하겠다는데 꼽냐!?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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