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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애국심만으론 안되는 것도 있습니다. 위안부 소재 게임 '웬즈데이'

작성일 : 2020.12.08

 

전쟁의 역사는 대게 강대국의 전투와 그 결과에 초점이 맞춰져 기록되며 약소국의 목소리는 묻히기 마련이다. 참혹했던 전쟁의 역사 속에는 철저히 은폐돼 사라져가는 기록이 존재한다. 이는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2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국에는 일제 강점기라 불리던 시절도 마찬가지다.

12월 1일 스팀을 통해 출시된 겜브릿지의 어드벤처 게임 웬즈데이는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여성들을 대상으로 일어났던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본이 은폐하려 하는 추악한 행태와 역사적 사실을 무게감 있게 전달하고 있는 이 게임은 지난 1월부터 텀블벅을 통해 크라운드 펀딩을 받았으며 꽤 높은 목표 금액인 3천만원을 크게 상회하는 약 1억 원의 후원이 모일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게임이다.

많은 사람의 관심이 모인 만큼 게임에 거는 기대가 컸던 웬즈데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정식 출시됐을까?

■ 위안부, 무겁고도 민감한 주제에 대한 고찰

먼저 게임을 시작하면 1992년 1월 7일, 일본 대사관 앞에 1인 시위를 하는 순이 할머니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시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순이 할머니는 집에 돌아와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위안부 동료들의 이름을 자수로 박아둔 손수건을 보며 잠에 든다.

뭔가 이상한 위화감, 익숙하지만 다시는 기억하기 싫었던 그곳, 1945년 1월 7일의 사트긴 섬에서 눈을 뜬 순이는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 과거 속에서 어렸을 적 겪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몰랐던 옛날과 달리 살아온 세월 동안 알아온 지식을 가지고 “그때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던 것을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예전에 후회했던 일들을 바로잡아간다.


떠올리고 싶지 않던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의 조작은 좌우로 걷거나 뛰면서, 때로는 숙이면서 이동하면서 단서를 찾아가는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처이며 과거에서 잠이 들면 그날의 시간 여행이 종료,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바뀐 과거를 확인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갈 때마다 날짜가 하루씩 앞당겨진다는 점이다. 이를 이용해 1992년 현재 시점의 자신의 서재에 모아둔 책들을 확인하며 과거에서 발견한 단서와 조합해가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실마리를 찾고 대비할 수 있다.


감시자 눈을 피해 숙이거나 빠르게 전력질주 해 돌파해야한다 = 게임조선 촬영


시간 여행을 하고 나니 바뀌어 있는 1992년 = 게임조선 촬영

여기까지만 보면 꽤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게임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게임이라 평가를 내리기엔 상당히 아쉬운 요소가 많이 보였다.

■ 주제는 무겁지만 게임이라는 관점에서라면…

웬즈데이를 플레이해보고 이 게임의 완성도를 평가하자면 인디게임 수준의 퀄리티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제는 웬즈데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과 텀블벅 크라운드 펀딩을 받는 등 꽤 넉넉한 자본을 가지고 제작된 게임이라는 점이다.

가장 먼저 실망인 점은 그래픽적 요소다. 캐릭터의 모델링이나 배경들이 투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3D 배경임에도 2D 캐릭터를 조작하는 것 같은 제한된 동작만 보여주고 있었다.


이동 축이 X축 밖에 없는 단순한 게임 = 게임조선 촬영

물론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하기 위해 일부러 이질적인 그래픽이나 단순한 조작만 채용하는 게임은 많다. 하지만 잠을 잘 때 이불을 걸치는 동작 없이 덮는 이불 위에 그냥 눕는 다던가, 모포를 허리춤에서 꺼내는 동작으로 한 손으로 주고, 받는 쪽도 한 손으로 받은 다음에 덮는 동작 없이 모션이 끝나고 갑자기 옆에 모포가 짠! 하고 나타나는 건 고의적인 저퀄리티가 아니라 그냥 조악한 완성도로 보였다.

개발비용이 많다고 항상 뛰어난 퀄리티의 그래픽이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공식적으로 밝힌 7억 원의 개발 금액은 웬만한 인디게임 보다 몇 배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기에 더욱 실망이 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할머니, 날도 추운데 이불은 덮고 주무셔야죠. = 게임조선 촬영


놀랍게도 이 장면이 서로 모포를 주고 받는 장면이다. = 게임조선 촬영

또한 텀블벅 후원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 분명 크라우드 펀딩 개시 당시 해외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영어 번역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히며 목표 금액 초과 달성 시마다 다른 외국어로도 추가 번역해 출시하겠다고 공지했었다. 허나 실제로 스팀에 정식 출시된 버전은 언어 설정 메뉴만 있을 뿐 화살표를 아무리 눌러도 다른 언어로 바뀌지 않았다. 100% 달성 기준인 영어 번역마저 없는 상태로 출시된 것이다.

애초에 다른 외국어 번역 여부 결정을 펀딩 달성 금액에 맡겼다는 점에서 개발 예정에 없던 홍보용 문구였는지 진의마저 의심될만한 수준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는게 아니라고 했다 = 텀블벅 펀딩 웹사이트 캡처


종합해보면 분명 웬즈데이는 좋은 의도와 주제를 가지고 게임이 가지는 강력한 메시지 전달력을 활용해 플레이어에게 뼈아픈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시켜 주고 있다. 또한 소소하지만 선택지를 통해 달라지는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반복 플레이 요소도 어느 정도 제공해 준다.

허나, 담겨있는 소중한 메시지를 담을 그릇이 엉망진창인 상황이며 애국심으로만 모든 걸 감수하며 플레이해야 하는 아쉬운 상황이다. 분명 후원했던 사람들은 좋은 주제를 가지고 귀중한 게임이 나오길 기대하고 펀딩에 참여했을 것이었으나 현재 출시된 게임은 상당히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며 게이머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스팀을 통해 온라인으로 출시한 만큼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점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안 좋은 모습에서 탈피해 나비처럼 날아오르길 기대한다 = 게임조선 촬영

[오승민 수습기자 sans@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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