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텔'에서 파생된 많은 핀볼류 게임들은 이런저런 변형 룰을 적용해가면서 모습을 바꿔왔고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번 쏘아 올린 공은 결코 되돌릴 수 없고, 그렇기에 그 쏘아 올린 공이 나락으로 빠지기 전 가능한 한 많은 오브젝트를 타격하거나 파괴하여 최고의 점수를 얻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일정한 규칙에 따라 오브젝트를 건드릴 때 추가 점수를 주거나 말판을 움직이거나 흔들어서 기회를 연장할 수 있을 뿐 쏘아 올린 공을 직접 움직이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부정행위라는 선을 넘지 않는 한 규칙은 부술수록 재미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번에 리뷰할 '라운드가드'는 핀볼에서 공을 조작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과감하게 깨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던 이색적인 작품이었다.
적은 많고 남은 체력은 적은 상황 = 게임조선 촬영
하지만 실력이 있다면 원샷으로 39개의 타겟을 날릴 수 있는 진정한 실력게임이다 = 게임조선 촬영
라운드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공을 발사하고 나면 화면에 배치된 장치들은 일절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공의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만을 조종한다는 것에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전사, 도적, 마법사 중 하나의 캐릭터를 공으로 지정할 수 있고 각 캐릭터는 지정된 고유 능력치와 스킬을 십분 활용해 배치된 오브젝트를 최대한 많이 부숴야 한다.
굳이 따지자면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해 모든 오브젝트를 부술 필요는 없긴 하다. 단순히 통통 튀는 것에서 끝날 공이 캐릭터가 된 것처럼 이 게임의 오브젝트는 몬스터 또는 보물상자라는 정체성을 부여받았고 스토리 진행은 주인공이 몬스터들을 무찌르고 스프링바텀 국왕을 구출하는 일종의 용사물을 표방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몬스터만 모두 제거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물론 최대한 많은 점수를 얻으려면 당연히 모든 구조물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좋긴 하다.
몬스터를 모두 제거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는 있는 상황이지만 수많은 보물상자와 골드 항아리를 두고 가긴 아깝다 = 게임조선 촬영
네 스킬은 더욱 강해졌다! 전진해! = 게임조선 촬영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도 게임은 계속된다. 라운드가드는 각 스테이지의 클리어 특전으로 어떤 보상을 얻을지 그리고 다음 스테이지에서는 어떤 몬스터들을 상대할지 선택권을 주며 그 과정조차 핀볼이다. 만에 하나 여기서 실수라도 하면 게임 오버될 확률이 높은 고난도 스테이지를 만날 수도 있고 쓰잘데기 없는 보상을 획득하게 될 수도 있다.
위험이 있는 곳에 큰 보상이 존재하는 만큼 충분한 실력이 있다면 강한 몬스터를 상대하여 보다 높은 점수를 획득 가능하며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 추가 스킬과 장비를 얻어 결과적으로 당장은 어렵겠지만 앞으로의 게임 진행을 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고 큰 보상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 게임조선 촬영
일단은 구색을 갖춘 무기나 방어구보다는 비어있는 스킬 슬롯을 채우는 게 더 좋은 상황 = 게임조선 촬영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스테이지와 보상 배치가 달라지는 로그라이크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반복플레이를 하더라도 쉽게 질리지 않는 것도 매력적이다. 심지어 모든 스테이지를 주파하는데 성공하면 플레이어에게 메리트와 페널티를 동시에 안겨주는 유물이 하나씩 열리는데 이러한 유물을 착용한채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자연스럽게 룰을 변조한 또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책정된 기본 가격부터가 스팀판의 19,900원에 비해 조금 더 싸다 = 게임조선 촬영
현재 라운드가드는 스팀과 스토브 플랫폼을 통해 출시되어 있는 상태다. 캠페인을 올 클리어하는데까지 요구하는 러닝타임이 그리 길지 않은만큼 기본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자랑하고 있지만 일단 구매 후 플레이한다면 책정된 가격 그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번역이나 인게임 콘텐츠의 차이가 없어 어느 쪽으로 플레이하더라도 차이는 없지만 스팀판에 비해 스토브 쪽의 기본 가격이 1500원 저렴하고 10월 중순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를 고려하고 있다면 스토브판을 추천하는 바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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