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오브 워 카드게임 = 게임조선 촬영
보드엠은 3월 신작 보드게임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을 출시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은 콘솔 게임 '갓 오브 워 4'를 카드 게임으로 재탄생 시킨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갓 오브 워 4의 주인공인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 외에도 원작에서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프레이야와 미미르, 브록&신드리를 선택해 협력하며 엔딩을 함게 보는 형태의 보드게임이다. 실제 게임 흐름대로 스토리를 진행하며, 3개 퀘스트를 클리어해 엔딩을 보는 식으로 진행한다.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은 1~4인까지 즐길 수 있는 협력 보드게임이다. 인원수에 비례해 자동으로 난이도가 조절되기 때문에 보드게임 치고는 비교적 인원수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물론 최근 들어 보드게임은 오토마 등을 포함해 1인 플레이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 1인 플레이와 다수 플레이의 느낌이 많이 다른 경향이 있다. 그에 비해 갓 오브 워 4 카드게임은 인원수가 달라져도 큰 변화 없이 일관적인 게임의 재미를 확인할 수 있다.
◆ 직관적인 진행 방식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은 직관적인 형태의 카드 게임이다. 장면이 열리고, 장면에 맞춰 플레이어가 협력해 적을 쓰러뜨리면 되는 심플한 룰을 가지고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게임의 대부분을 카드로 진행하며, 변수를 창출하는 방어 주사위와 각종 토큰 등이 추가로 사용될 뿐이다.
다만, 실제로 바닥에 깔아두는 카드 종류가 많아 공간은 웬만한 메인 보드판이 있는 게임 정도는 사용한다. 좁은 공간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우노나 티츄 같은 카드 게임과는 구성이 다르다.
보드판이 아니라 카드를 이용해 메인 무대를 만든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은 선 플레이어부터 순서대로 진행한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카드 덱을 가지고 시작하며, 퀘스트에 맞춰 장면 카드를 중앙에 깔아둔다. 이후 한 명씩 카드를 뽑아 손에 있는 카드를 모두 사용하고, 장면을 진행한다. 계속해서 반복해 퀘스트 클리어 조건이 나오면 함께 승리하고, 반대로 모든 플레이어가 사망하면 게임에서 패배한다.
게임의 진행은 보드게임에게 익숙한 사람이라면 '도미니언'이나 '메이지나이트'와 같은 덱빌딩 게임을 생각하면 좋고, 이러한 보드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유저라면 스팀 게임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생각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쓰고, 다음 턴 다시 자신의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 덱이 더 이상 남지 않았다면 무덤의 카드를 다시 섞어 덱을 만들고 카드를 뽑아 진행한다. 게임 중 강력한 카드를 얻어 덱을 추가로 강화할 수도 있다. 반대로 상태 이상 카드를 받아 덱이 약화될 수도 있고, 원치 않는 카드를 덱에서 삭제하는 기능도 존재해 게임을 진행하면서 '덱을 만들어 나가는' 게임이다.
크레토스의 기본 덱 = 게임조선 촬영
◆ 랜덤으로 바뀌는 전황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전투 타이밍에 있다. 일반적인 RPG 보드게임에서는 나 한 번, 적 한 번 공격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은 독특한 전투 타이밍을 가지고 있다. 한 플레이어가 손에 있는 카드를 모두 사용해 적에게 피해를 주고 턴을 종료하게 되면, 업그레이드 카드를 뽑아 공개한다. 업그레이드 카드의 우측 상단에는 룬 표시가 돼 있는데, 업그레이드 카드가 공개된 시점에서 그 카드의 룬 표시와 동일한 룬 표시가 돼 있는 장면 카드의 적들이 일제히 공격하게 된다.
장면에 그려진 룬이 발동될 때 마다 적이 행동한다. = 게임조선 촬영
즉, 공개된 업그레이드 카드 룬에 따라 공격하는 적이 랜덤으로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턴 플레이어와는 무관하게 다른 플레이어가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업그레이드 카드 상황에 따라 특정 적이 연달아 공격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공격을 하지 않고 계속 턴이 지나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일반적인 RPG 보드게임에서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인원수가 적으면 공격 횟수가 적어 공략이 늦어질 수 있지만, 안정적일 수 있고, 인원수가 많아질수록 공격 기회는 많지만 업그레이드 카드의 공개 횟수도 인원수만큼 늘어나 난장판이 되는 게임 상황을 볼 수 있다. 특히, 근거리 적 대부분이 광역 공격을 펼치기 때문에 같이 쓸려나가는 파티원을 지켜볼 수 있다.
공격확률이 높은 적 근처에 있다가 같이 쓸려나가기 쉽다. = 게임조선 촬영
한편, 업그레이드 카드 외에도 플레이어의 행동이나 공격 행동 등에 따라 장면 역시 능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좀 더 공략의 재미를 제공한다.
◆ 담백한 전투 요소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은 지속해서 변화하는 장면, 난데없이 터지는 업그레이드 카드 등으로 상황 자체의 변화가 강렬한데 비해 전투 자체는 담백하게 진행된다.
카드는 근거리 공격과 원거리 공격, 강화 카드, 특수 카드 정도로 나뉘며, 몹에게 공격할 때에는 근/원거리 공격 카드 1장에 강화 카드를 붙여 공격력을 올리고 때리는 것이 전부다. 대신 변수를 주기 위해 방어 주사위를 굴려 피해를 일정량 감소시키는 특징이 있다. 체력과는 별개로 방어구 요소가 있어 방어구 요소는 주사위 체크를 하지 않는 대신 한 번에 파괴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방어구는 수치가 꽤나 높게 책정돼 있어 강화 카드가 많이 모인 플레이어가 한 번에 파괴하는 형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공격 타입 카드에 +카드를 붙여 공격한다. = 게임조선 촬영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방어 카드와 특수 카드도 있다. 업그레이드 카드의 룬 등으로 적의 공격이 발동됐을 때 손에 있는 방어 카드를 버려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특수 카드로 상처를 치유하거나 카드를 뽑는 등 여러 변주를 줄 수 있다.
단, TCG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긴 효과를 가진 카드는 없고, 보드엠에서 선보였던 보드게임 '블러드 레이지' 정도의 간단한 텍스트로 이뤄진 카드로 구성돼 있어 전투 자체는 담백한 편이다.
각자 플레이어가 고민해야 할 전투 요소가 가볍기 때문에 게임의 진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룰 마스터 한 명만 있다면 입문자급 난이도의 보드게임으로 난이도가 대폭 하락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룰 자체의 난이도지, 실제 퀘스트의 난이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 스토리 협력게임의 문제 '리플레이성'
스토리를 진행하는 보드게임, 특히 이러한 게임 중 협력 게임의 가장 큰 문제점인 '리플레이성'도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다.
갓 오브 워는 10가지의 퀘스트가 준비돼 있다. 기본적으로는 10개의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하면 리플레이성이 약화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선택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우선 캐릭터다.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은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 프레이야, 미미르, 브록&신드리, 총 5개의 캐릭터를 이용하여 플레이할 수 있다. 그냥 단순히 한 두 개의 능력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게임의 흐름에 큰 변화를 주는 캐릭터도 존재한다. 예컨대 머리통만 남은 미미르는 단독으로 행동이 불가능해 다른 캐릭터에 얹혀 플레이해야 하며, 브록&신드리는 듀오 캐릭터로 한 명이 2개의 캐릭터를 운영한다. 이처럼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운영법과 능력, 덱을 가지고 스타트 하는 만큼 캐릭터에 따라 게임의 느낌이 달라진다.
총 5개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존재한다. = 게임조선 촬영
두 번째는 퀘스트의 진행 방식이다. 아까 언급했듯이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은 엔딩을 보기 위해 보스 퀘스트 포함 3개의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한다. 10개의 퀘스트가 존재하며 보스 몬스터도 다양한 만큼 선택지가 다양하다. 또한,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는 선택한 퀘스트 외의 퀘스트가 반대로 뒤집히면서 플레이어에게 페널티를 부여해 같은 퀘스트더라도 몇 번째 라운드에 등장하느냐에 따라 다른 난이도를 보여준다.
총 10개의 퀘스트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 게임조선 촬영
◆ 무난한 협력 카드 게임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은 전체적으로 보드게임에 익숙지 않은 플레이어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가벼운 난이도를 지향하고 있다.
카드 같은 비공개 요소가 들어간 협력게임을 하다보면 룰이 복잡해 초보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핸드의 카드를 공개하며 이건 뭔지, 저건 뭔지 묻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룰 마스터 1인 쇼가 돼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은 각 플레이어가 선택해야 할 전투가 단순해 룰마스터의 도움 없이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룰 마스터 한 명이 장면 전환과 업그레이드 카드 조율만 잘 해준다면 스무스하게 진행될 수 있어 보드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에게 영업용으로 사용하기에도 무난한 재미와 규칙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게임 외적으로 약간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게임 룰 자체가 보드게임을 즐겨보지 않은 사람에게 영업하기 좋게 만들어져 있는데 반해 캐릭터 말이나 카드가 몰입감을 주지 못해 아쉽다는 평이 많다.
솔로 플레이도 가능하다. 이 경우 크레토스가 강제되고 아트레우스와 미미르가 협력해준다. = 게임조선 촬영
갓 오브 워 보드게임의 제작사인 CMON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좀비사이드나 아카디아 퀘스트, 블러드 레이지 등 퀄리티 높은 미니어처 게임을 다수 뽑아낸 회사인 만큼 종이 타일 형태의 캐릭터가 아닌 미니어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캐릭터 전용 카드와 업그레이드 카드가 원작 일러스트 1장과 아이콘만으로 고정돼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게임 내에서 등장하던 여러 아이템이나 신물, 신의 권능 등을 카드명으로 사용했더라면 좀 더 몰입감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그럼에도 게임 자체는 담백하게 재미를 주며, 인원수에 따라 적절하게 조율되는 특징, 원작의 퀘스트를 그대로 구현해내 몰입감을 높여주는 등 여러 부분에서 공들여 신경 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미니어처 같은 컴포넌트가 없어 가격대가 낮아진 것 역시 메리트라면 큰 메리트다.
한편,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이 원작 게임의 인기만을 노리고 나온 게임이 아닌 나름대로의 게임성을 갖춘 게임으로 발매되면서 보드엠에서 4월 발매할 마인 크래프트 보드게임 '마인크래프트 빌더스&바이옴'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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