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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게임 한글화를 위한 유통사의 자세/신종현 YBM시사닷컴 팀장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한다. 비디오게임의 한글화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유수한 해외 게임 타이틀이 한국에 정식 발매만 되기를 오매불망하던 게이머들의 희망은 작년 플레이스테이션(PS)2와 Xbox, 게임큐브 등의 한국 시장 진출로 이미 이뤄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시발매 타이틀들은 매뉴얼의 한글화만 이뤄진 채로 발매됐다.

"제발 정식 발매만 되었으면 좋겠다"던 소비자의 기대는 이제 게임의 한글화에 대한 다양한 열망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작의 느낌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음성은 그대로 두고 자막만 한글화를 해달라는 요청, 음성 및 자막까지 완전하게 한글화를 바꿔 감정이입이 잘되도록 해달라는 요청 등 늘어난 게임 인구만큼 요구도 다양해졌다.

그럼 게임 타이틀을 출시하는 유통사는 어떤 기준으로 한글화의 여부를 결정하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꼽을 수 있는 항목으로는 수익성, 출시시기, 개발사와의 협력 여부가 있겠다.

우선 수익성을 보자. 자막, 메뉴, 음성, 그래픽, 매뉴얼, 동영상 등 한 개의 타이틀을 완전 한글화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어림잡아 600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그것도 완벽한 한글화를 위한 전문가들의 자문 및 토론 등의 부대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만약 3만장의 타이틀이 팔렸다고 하면 장당 2000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30여만대가 보급된 PS2 시장에서 3만장 이상 팔리는 비디오게임 타이틀은 손에 꼽을 정도. 하물며 이제 막 시작한 Xbox, 게임큐브는 어림계산으로 한 장 당 2만원 가량이 한글화에 든다는 계산이 나오니 소비자 가격이 높아지지 않는 이상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유통사는 어쩔 수 없이 매뉴얼만 한글화해서 출시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발매시기도 짚고 넘어가야하는 문제다. 일본 대작 게임은 우리나라와 북미 및 유럽의 발매시기에 대한 사정은 다르다. 일본과의 거리적인 특성상 원작의 발매시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에서 소비자들이 한글판의 등장을 기다려줄 수 있는 시기는 4개월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넘어서면 유저들이 밀수입된 일본판에 손을 대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 분석, 맞춤법 검사, 용어 정리 등이 없이 대충 자막과 음성 스크립트를 번역하고 음성 녹음도 얼렁뚱땅 진행한 다음, 테스트마저 엉성하게 넘긴다면 보름 안에 마스터판 제작까지 끝낼 수 있다. 다른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약 2달 반 정도면 `날림 한글판` 발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제대로 된 한글판을 발매하기 위해서는 평균 5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허용한도를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결국 유통사들은 발매시기 단축을 위해 부분적인 한글화를 하거나 품질을 낮추어 날림으로 진행하는 길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발매된 타이틀은 소비자의 실망을 가져오고, 외면 받아 `판매량 감소`라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원작 개발사의 적극적인 협력이다. 보안상의 이유로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한국에 게임의 개발 소스를 공개하지 않고 일본에서 직접 한글화를 진행하는데, 그다지 크지 않은 한국 시장을 위해 자신들의 개발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마스터 작성을 위한 소스 제공이나 한글판 제작에의 핵심인력 배치 등 개발사의 우호적인 협력 여부에 따라 한글화 방향이나 발매시기, 품질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유통사의 노력이다. 게다가 현재에 있어 소비자는 동시 발매, 음성·자막 선택 기능 등 한글화의 기준을 높여만 가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시장만을 위한 요소가 추가된 `한국판`의 발매까지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통사들이 소비자의 요구를 귀담아 듣는 자세를 갖추어야 하며 원작 개발사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끊임없이 설득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몇 년 전처럼 "한 작품 크게 뜨면 된다"라는 요행 심리로 유통사를 경영한다면 이제는 도태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된 것이다. 새해에는 도약기로 나아가야 할 2003년의 의미를 망각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유통사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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