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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의도와 다른 포지션으로 주목받은 게임 캐릭터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잠입수사를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성공하며 내적 갈등을 겪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렸을 적 꿈꿔왔던,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기껏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교육을 받고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갈고닦아온 것을 평생 가는 천직으로 삼게 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심지어 자신이 원했던 그 직업을 가지고 보니 나중에 다른 방면에서 숨겨진 자신의 진짜 재능을 마주하며 뒤늦게 후회한 사람이 적지 않다. 더군다나 이런 갈등은 대부분 예기치 않게 찾아와 우리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흔들어놓는다.


브론즈 티어였던 한 소환사를 단숨에 플래티넘으로 올려놓으며 제작진이 설계 미스를 인정하게 한 AP트린다미어

비디오 게임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에게는 각자 특화된 분야에 따라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사람 일이 그렇듯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재능 내지는 가능성을 발견하여 두각을 드러내거나 지지를 받는다.

제작자 입장에서야 자신의 설계대로 플레이하지 않는 플레이어나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설계 미스를 만천하에 드러나는 캐릭터가 못내 아쉽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인생인 것을....

이번 포스트의 주제는 본래 의도한 자신의 포지션에서 벗어나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지지를 받거나 성공한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다.

■ 불쌍한 살인마들에게 응원의 손길을



호러 서바이벌 게임인 (통칭 데바데)를 플레이하는 사람에게는 미지의 영역에서 발전기를 찾아 작동시키고 탈출을 꾀하는 생존자와 이런 생존자를 모조리 찾아내어 그들이 섬기는 악신 '엔티티'에게 인신공양을 해야 하는 살인마라는 2가지 역할이 주어진다.

보통 이런 부류의 게임에서는 압도적인 능력치와 특수 효과를 가진 소수의 인원이 다소 약한 다수의 인원을 사냥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도다.

하지만 데바데는 생존자들도 살인마 못지않은 다채로운 특수 효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직선거리를 이동할 때의 속도가 조금 느릴지언정 회전 속도와 지형지물을 바꾸어 방해할 때의 동작은 제법 빠른 편인지라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살인마는 생존자를 결코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세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당장 데바데와 Bully, Poor Killer 내지는 Poor murderers를 엮어 검색하면 긴장감 따위는 개나 준 이런 영상이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출시 초기부터 월등히 좋은 성능으로 사랑받은 너스를 제외하곤 살인마들은 전원 이름 내지는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와 호구를 결합한 ●구라는 멸칭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히려 생존자들이 발전기 다 돌려놓고 탈출하기는커녕 살인마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인성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런 피해자 코스프레(?)가 잘 먹혀들어갔는지 데바데 관련 스트리밍을 보면 살인마를 지지하는 사람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아무래도 데바데에서 공포의 대상이자 가해자로 군림해야 할 살인마가 적어도 게임을 알고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피해자가 되면서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유저들이 만든 데바데 용어사전 중 일부를 발췌해봤다. 살인마 화이팅입니다

■ 살벌한 미드 라인을 떠나니 신세계가...



한편 <리그 오브 레전드>(통칭 롤)에서도 제작자의 의도와는 별개로 다른 포지션에서 재평가를 받아 성공한 챔피언의 사례가 굉장히 많다. 심지어 이는 2019년 시즌인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어린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화력을 뿜어내는 정통파 메이지 챔피언 '애니'

숱한 사례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시즌 4(2014년) 당시의 '애니'다. 애니는 본래 매우 높은 화력 기대치에 반해 비교적 직관적인 조작과 쉬운 스킬 콤보 난이도 덕분에 제작사에서 미드 솔로 포지션을 연습하기 좋다고 공인한 초심자용 챔피언이지만 지금은 극소수의 달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미드에 서지 않고 대부분 서포터로 세우는 챔피언이 됐다.

애니는 본래 적을 거세게 압박하거나 처치하여 스노우볼을 굴려야 하지만 점멸을 동반하지 않으면 스킬의 사정거리가 짧아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 어렵고 정작 적을 물어도 죽이지 못하면 본인이 죽어야 한다는 저열한 생존력 등 운영적인 부분에서 보이는 어려움이 많은 극단적인 챔피언이다.


AD캐리 뺨치는 평타 사거리, 극초반엔 의외로 튼튼한 몸, 템이 많이 안나와도 센 기본 스킬은 처음부터 애니의 천직이 서포터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그로 분산과 부쉬 점거로 생존력을 해결하고 CS수급에 신경쓰지 않고 적 견제에 온 힘을 쏟아붓는 식으로 모든 말끔히 해결할 수 있게 되니 서포터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너프의 영향력이나 설계 미스로 자리를 옮긴 다른 챔피언과 달리 애니에게 있어서 미드가 틀린 선택지는 아니었지만 더 쉽고 효율 좋은 서포터라는 선택지가 있는 이상 답은 뻔했던 것이다.

비슷한 사례인 에코(암살자, 전사), 자이라(마법사, 서포터)는 부역할군에 쓰여진 위치에 가장 적합한 자리인 탑 솔로, 서포터로 자리를 옮기면서 부업이 본업이 되는 포지션 변경을 맞았지만 애니는 애초에 부역할군이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화력 집중형 마법사로 오로지 미드에 서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볼 수 있다.


미드 가서 암살자 하라고 만든 챔피언이 대놓고 적진 한가운데 들어가서 버티는 것을 보면 별별 생각이 다 들게 된다

■ 직위가 올라가고 팔자도 펴고



게임 내의 캐릭터 포지션이 바뀌면서 아예 분리된 게임 타이틀로 자리를 잡아 이전보다 훨씬 성공한 삶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암살자의 신조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다. 본래 어쌔신 크리드는 황숙유비소프트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페르시아의 왕자 3부작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그 인기에 힘입어 <페르시아의 왕자:어쌔신>이라는 이름으로 제작이 결정된 외전작이었다.



팔목에서 튀어나오는 암살검, 군중에게 붙잡혀 방해 받는 본편의 시스템은 이미 다 완성되어 있던 셈이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적대하는 이가 많아진 페르시아의 왕자를 호위하는 암살자들의 이야기를 다뤘어야 할 이 작품은 돌연 개발이 중단되어 아쉬움을 남기나 했지만 주인공이 왕의 그림자로서의 일개 암살자가 아닌 아니라 암살단의 수장이라는 훨씬 나은 직위를 얻으면서 독립 작품으로 탄생하며 원작 이상의 흥행 돌풍을 불러왔다.

그 덕분에 우리는 원래 나올 수 없었던 먼 미래의 후손은 물론 까마득히 먼 과거의 암살단까지 만나볼 수 있게 됐다.

■ 별난 아저씨에서 배관공이 됐더니 인생역전



비슷한 사례로는 마리오를 예시로 들 수 있다. 본래 마리오는 <동키콩> 1편에서 자신의 애완고릴라에게 붙잡혀간 여자친구 폴린을 구하는 특별한 설정이 없는 그냥 플레이어블 캐릭터였다.

이 당시의 콘셉트 원화를 보면 배불뚝이에 푸른 셔츠와 붉은 멜빵바지 그리고 모자는 지금과 동일한 모습이지만 올망졸망한 눈망울과 거리가 먼 실눈, 새빨간 코에, 야비해보이는 수염은 지금 모습과는 괴리감이 좀 크다. 얼핏 보면 악역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실제로 동키콩 2편과 동키콩.Jr의 마리오는 악역이었다. 그나마 모습은 지금에 조금 더 가까워졌지만

심지어 후속작에서는 애완 고릴라를 괴롭히다가 그 아들인 동키콩 .jr에게 응징당하는 진짜 악역으로 나온다. 이 때까지만 해도 마리오는 여자친구가 있고 애완동물로 고릴라로 키우는 좀 별난 취미를 가진 아저씨였지만 배관공이라는 새 직업에 대한 설정이 정립된 마리오 브라더스를 거쳐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 도달하자 상황은 급변한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승승장구하며 닌텐도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대표 게임 프랜차이즈가 되는 동안 동키콩은 후일 레어에서 새로 제작한 플랫포머 액션 게임인 <동키콩 컨트리>로 재탄생하기 전까지 암흑기를 걸었다.

버섯왕국을 구하는 슈퍼 배관공이라는 새로운 직업 하나를 가진 것만으로 팔자 한 번 제대로 핀 셈이다.


사실상 마리오의 운명을 바꾼 건 배관공이라는 설정이 생긴 이 작품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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