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창작의 고통은 누구에게나 따른다. 대부분의 창작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힘겨운 작업의 연속이며 그 과정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패러디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기 마련이다.
패러디는 비슷한 개념인 오마주나 표절의 존재 때문에 구분짓기 난해한 측면이 있다. 희화화를 통해 웃음을 주기 위함인지 원본을 존중하는 작품인지에 따라서 패러디와 오마주로 갈리며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면 의도야 어찌됫건 표절로 취급되기 때문에 패러디를 돈받고 파는 상품에 매끄럽게 끼워넣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영화 제작 비용의 약 80%를 카메오 출연에 따른 판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썼을 정도로
패러디로 도배하다시피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그래서 창작물에 쓰이는 패러디는 이야기를 감칠맛나게 이어나가거나 분위기를 가볍게 전환하는 정도로 쓰이기 위해 극히 일부분에만 투입되는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딜 가나 이단(?)은 존재한다. 작정하고 약을 빨아가면서 작품 전체를 패러디로 도배하여 오타쿠들에게 지지받는 별종들이 그것인데. 과연 저작권법의 위험을 무릅쓰고 패러디를 남발한 게임들과 그 패러디의 대상은 무엇이 있을까?
<70년대풍 로봇 아니메 겟P-X>(이하 겟P-X)는 <초형귀 ~궁극무적은하최강남~>과 함께 플레이스테이션의 막바지를 장식한 유명한 양대 실험작 중 하나이다.
두 작품 모두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괴악한 수준이지만 쓸데없이 공을 들인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는데 이 중에서 겟P-X는 정식 타이틀 명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1970~80년대에 일본에서 방영된 마징가Z, 겟타로보 등 슈퍼 로봇 애니메이션의 완벽 재현을 목표로 한 것이 특징이다.

3대의 머신이 자유자재로 분리 합체를 반복하며 슈퍼 로봇의 형태로 적을 무찌른다.
오픈 겟을 외치는 어떤 작품이 너무 쉽게 떠오른다.
앞서 말했듯이 이 타이틀에 게임으로서의 가치를 기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주인공이 되어 3가지 형태로 변신 합체가 가능한 슈퍼 로봇 겟P-X를 조종하여 우주 악마 제국을 물리치는 횡스크롤 슈팅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게 되는데 이 게임의 난이도는 슈팅으로서는 정말 하품이 나올 정도로 허술함이 넘쳐난다.
적의 기체나 탄환이 많은 것도 아닐뿐더러 일부 공격으로 적의 탄환을 소거할 수 있고 여차하면 쿨타임도 없는 변신, 합체의 무적시간을 이용해여 흘려버리는 것이 가능하며 적 탄환을 한대 맞으면 터지는 것이 아닌 체력 게이지 시스템을 사용하는 주제에 잔기마저 넉넉하다. 슈팅게임에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조금만 집중하면 금새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다.

허술한 연출만큼 난이도도 지나치게 쉬운 감이 있다.
애니메이션만큼 게임에도 힘을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단순한 슈팅 게임이 아닌 슈퍼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본다고 한다면 완벽 그 자체에 가까운 패러디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겟P-X는 파일럿 조합부터가 앞뒤 가리지 않는 열혈한, 지적인 쿨가이, 의리 넘치는 덩치라는 슈퍼 로봇 파일럿의 스테레오 타입에 가까우며 가면을 쓰고 양산형 기체를 붉게 칠해 3배 강한 전투력을 발휘하는 금발 미형 라이벌이 등장하여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스페이스 콜로니를 거점으로 하는 어느 공국의 로리콘 대령과 비슷한 기믹을 가지고 있는 라이벌
심지어 애니메이션에서 드러나는 것을 확인해보면 목소리도 똑같다!
그 밖에도 무능력한 지구 방위군, 적 여간부와의 로맨스, 위기의 상황에 특공을 걸어 희생하는 아군 파일럿 등 슈퍼 로봇 애니메이션의 클리셰라는 클리셰는 모조리 때려박았으며 매 스테이지마다 오프닝-전반부-아이캐치-로봇 완구 광고-아이캐치-후반부-엔딩-다음 화 예고라는 애니메이션의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는데 오프닝, 엔딩 파트에는 아예 겟P-X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겟타로보의 주제가를 부른 가수 '사사키 이사오'를 기용한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과 주제가를 삽입하여 더욱 눈에 띈다.
확실히 겟P-X는 비슷한 시기에 슈퍼 로봇 애니메이션의 패러디를 표방하며 발매한 대전격투게임 <초강전기 키카이오>와 비교해봤을땐 인지도나 게임성 측면에서 밀리는 부분이 많다. 그래도 겟P-X가 게임 외의 측면에서는 완벽 그 자체에 가깝다고 찬사를 받으며 매니아 층에서는 아직까지도 상당한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는만큼 게임성을 잘 가다듬어 발매했었다면 두고두고 기억될 명작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70s Robot Anime Geppy-X/Geppy-XX - OP & ED
<파로디우스>는 이름에서부터 패러디(Parodius)가 들어가면서 범상치 않은 패러디력을 암시하고 있다. 코나미에서 제작한 이 게임 시리즈는 자사에서 만든 명작 타이틀 <그라디우스>에 패러디와 개그를 잔뜩 끼얹어 배꼽빠져라 웃다가, 어떤 때에는 막나가는 수위에 당황하고, 어떤 때에는 훌륭한 음악에 감탄하게 만드는 등 기이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시리즈 첫 작품의 인트로부터 범상치 않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플레이하지 마세요~'
매 시리즈마다 등장기체가 달라지긴 하지만 주연으로 대우받는 4개 기체 중 오리지널 주인공인 타코(문어)를 제외하면 3개가 각각 <남극 탐험>, <트윈비>, <그라디우스>의 주인공들인데 이들부터가 자사인 코나미의 게임들이기 때문에 표절 시비와 같은 저작권 문제로부터 매우 안전하며 이후 추가된 캐릭터는 역으로 유희왕 OCG의 카드로 수출을 하는 등 우수한 캐릭터 재활용능력이 돋보인다.

대놓고 자신이 남극과 꿈대륙을 탐험한 그 펭귄이라고 말하는 펭타로



OCG 카드가 된 파로디우스의 오리지널 캐릭터 코이츠(이 녀석) 아이츠(저 녀석)
파로디우스는 또한 그라디우스의 계보를 잇고 있는 작품인만큼 단순 슈팅게임으로 보더라도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아이템을 획득하여 스피드, 서브 웨폰, 샷, 배리어 등 자신의 기체에 필요하거나 잘 맞는 옵션부터 점차 강화하는 독특한 파워 업 시스템이나 자비심 없는 스테이지의 난이도, 처음 만나면 당황하기 쉽지만 생각보다는 허술한 보스전, 샌드백에 그 자체인 최종보스 등 그라디우스의 전통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파로디우스다 1편의 최종보스와 엔딩은 조금만 살펴보면
그라디우스 1편의 최종보스인 마더 컴퓨터와 행성을 탈출하는 엔딩을 재현한 모습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이 게임은 음악마저 패러디로 점철되어 있으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요소다.
게임의 모토인 웃음기를 잃지 않기 위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케이드용 타이틀에 아슬아슬한 수위의 적을 집어넣거나 맵 곳곳에 장난질을 쳐 놓은 부분이 워낙 많아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정신산만한 막장 그 자체인게 파로디우스 시리즈의 정체성인데
이 때문에 일부 게이머들은 패러디와 개그, 섹드립 빼면 남는 게 뭐냐는 평을 내리기도 했지만 자사의 다른 게임 타이틀에서 나왔던 곡 또는 유명한 클래식 음악을 편곡하여 재활용한 이 게임의 음악은 그런 사람들마저 감탄하게 만들정도로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다.

변신도술이 주 특기인 너구리 보스 '타누코'와 함께 나오는 음악은
무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패러디한 물건이다(...)
Sexy Parodius OST: Tanuko's Destiny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는 앞선 두 시리즈와 달리 패러디의 영역이 꽤나 마이너한 부분에 있다. 바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타이틀이 아닌 게임기(콘솔)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게임업계(ゲイムギョウ界)라고 이름붙여진 넵튠의 세계관에는 플라네튤, 리스테이션, 르위, 린박스와 같은 여러개의 나라가 있다.

현실의 게임업계를 연상케하는 넵튠 시리즈의 게임업계(ゲイムギョウ界) 지도
하지만 단순히 게임기를 미형 캐릭터로 탈바꿈한 양산형 모에 게임이라고 보기에 이 시리즈의 패러디 테이스트는 무척 지독하다.
레드링이나 PSN 해킹 사건과 같이 각 게임기가 끌어안고 있던 약점이나 사건사고도 공격하는 것은 일상이며 나중에는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4개 국가가 생겨나기전 대륙 전체를 지배했으나 멸망한 국가 타리의 존재가 밝혀지는데 이 또한 콘솔 업계를 뒤흔든 대사건인 아타리 쇼크에 대입할 수 있는 등 리미터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건지 못하는 말이 없다.

린박스의 여신 '벨'의 아이템 중 하나로 3/4만 불이 들어오는 반지인 레드링은
엑스박스 360의 최대 오점이었던 레드링 사태를 대놓고 까는 장비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압권인 기술이라고 한다면 시리즈 2편에 등장한 크리에이터 웨폰 시리즈다. 돈을 시궁창에 갖다버리는 것과 같은 충격을 선사하는 그 기술은 실제로 만나보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이 닫히지 않을거라나 뭐라나...

이름하야 크리에이터 소드 이나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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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개의 대죄 오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