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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어이 상실 유발, 명물이 된 게임 속 황당 스크립트

작성일 : 2018.10.16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진지한 장면의 임팩트를 살려주는 감칠맛 나는 스크립트(디아블로 3 캡처)

게임 내에서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처리하는 스크립트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해당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위해 제공하는 튜토리얼은 물론 BGM이나 효과음 등의 부가 연출과 함께 이야기를 극적으로 이끄는 반전 요소 또한 결국엔 잘 짜인 스크립트를 통해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스크립트는 극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쓰이는 경우가 많고 가끔씩은 제작자가 이런저런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몇몇 스크립트 장난의 경우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 게임은 약을 한 것이 분명하다' 소리가 나올 정도의 임팩트를 선사하기도 한다.


지금 와서 개그 이미지가 박힌 '패왕상후권을 쓸 수밖에 없다'는
본래 초필살기의 존재를 유저에게 알리는 튜토리얼격 대사였다(용호의 권 1편 캡처)

피식하고 웃어넘길 수도 있는 가벼운 말장난부터 실로 웃어넘기기엔 다고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블랙 코미디까지 게이머들에게 주목받았던 유명한 스크립트는 무엇이 있을까?

■ 니 책임은 니 책임, 내 책임도 니 책임


여러분 반갑습니다. 만물의 위에 서 있는 아바마마에용(괴혼:아바마마 오셨다! 어서굴려라! 캡처)

데굴데굴 쫀득쫀득 덩어리를 굴려 주위 사물을 모두 붙여 끊이는 <괴혼 시리즈>는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부터 난장판이고 4차원은 진작 건너뛴 것 같은 기묘한 센스로 게임을 가득 채운지라 개그 코드 잘 맞는 사람은 배꼽 빠지게 웃으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의 주인공인 왕자는 전 우주를 누비며 사고나 치고 다니는 아바마마의 뒷수습이나 하는 것이 주된 일상인데 그 와중에도 아바마마는 양심 회로 가 없는 인간 말종(?)이라서 사람 된 도리가 있다면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대사들을 마구 쏟아내면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니... 도대체 아바마마의 양심은 어디 있는 것일까요?(데굴데굴~ 쫀득쫀득~ 괴혼 캡처)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긴 것은 위의 대사다. 매번 사고를 칠 때마다 '솔직히 사고를 치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어요', '함께 힘을 합쳐 이 위기를 극복해요'라는 정신 나간 멘트를 쏟아내고는 있지만 누가 봐도 책임 소지가 명백한 자신의 문제를 연대 책임으로 만들어버리고 결국엔 아예 왕자에게 떠넘겨버리는 이 멘트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만약 이 작품이 개그가 쏙 빠진 진지물이었다면 왕자가 진즉 쿠데타 일으켜서 아바마마를 쫓아내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대사 덕분에 괴혼을 접해본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대적자 캐릭터의 존재가 없는 이 게임 시리즈의 트루 빌런은 아바마마가 아닐까라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 또 보는구먼, 헛헛헛


몇 번이고 다시 만나게 될 그분의 존안(페이퍼, 플리즈 캡처)

디스토피아 서류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는 인디 게임 <페이퍼 플리즈>는 가상의 공산국가 아스토츠카(Arstozka)에 입국하려는 사람들을 검문하는 입국심사관 이야기이다.

공산국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플레이어는 체제 전복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명씩 입국을 시도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신상에 문제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입국을 시도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외형, 이름, 성별 등의 정보가 난수에 의해 무작위로 결정되므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지만 개중에는 몇 번이고 게임을 반복 플레이해도 항상 고정적으로 출현하는 인물들이 있다.

특히 위 사진에 등장하는 '조르지 코스타바' 영감님은 다른 인물보다 훨씬 자주 등장하여 "다시 만나서 반갑다"는 대사로 굉장히 유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는 일상적인 인사가 뭐가 왜 인상적이냐 묻는다면 약 한 달간의 입국심사 과정을 마치면 이 게임은 엔딩을 보기 때문이다. 즉, 이 영감님은 입국이 거부당해 한 달에도 몇 번이고 입국 심사장을 찾아와 찔러보는 희대의 근성 가이라는 소리다.

최초 등장 시에는 여권을 안 들고 와서 그다음에는 손글씨로 만든 조잡한 위조 여권을 들고 왔다가 걸리는 등 매번 심사를 할 때마다 뭔가 하나씩 문제가 있어 입국을 거부당하는 것은 물론 구금당하기까지도 한다.

그래도 이 영감님은 잡혀가는 그 순간에도 천연덕스럽게 경찰에게 뇌물을 먹였으니 곧 풀려날 것이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멘트를 하고 실제로도 돌아와서는 위의 저 인사를 건넨다. 근성과 병맛이 넘치는 이 영감님의 스크립트가 유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서였는지 단편 영화로 제작된 <페이퍼 플리즈>에서도 이 영감님은 중간에 출현하여 존재감을 과시한다.


결과는 보시다시피 처참한 구금행이지만(단편 영화 '페이퍼, 플리즈'의 장면들)

■ 선택지에 오류가 생긴 것 같은데요


주인공을 생사의 기로에 놓는 선택지의 중요성(페르소나4 캡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작품의 분위기와 배경에 따라 퍼즐, 어드벤처 등의 요소가 가미되긴 하지만 대부분 이상은 등장인물 간의 대화와 사건을 통한 스크립트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플레이어는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에 의해 게임의 진행 내용과 결과가 달라지므로 선택지를 고를 때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 2의 황혼기를 화려하게 불태운 게임 중 하나인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아마가미>에는 업계에서 명물이 된 선택지가 하나 존재한다.


일본어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도 모든 선택지가 하나로 귀결되는 답정너라는 것은 알 수 있다(아마가미 캡처)

위 장면은 해당 게임 내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사쿠라이 리호코'와의 갈등 중 나타나는 선택지로 주인공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대해 화가 난 리호코를 달래는 내용인데 문제는 선택지 3개가 느낌표 개수 말고는 '리호코가 귀엽다'는 감탄사로 모두 동일하는 점이다.

다소 황당하긴 하지만 일직선으로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여 호감도를 쌓을 수 있는 이 이벤트에 대해 서 오히려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 게이머들이 많았다. 

이 선택지 하나 때문에 리호코라는 캐릭터는 귀엽다고 표현하는 것이 팬덤에서의 불문율로 자리 잡혔으며 이와 비슷한 종류의 답정너 선택지 스크립트는 훗날 다른 게임에서도 종종 등장하게 된다.

■ 이 세상 손님이 아니다


경영 시뮬레이션 계통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롤러코스터 타이쿤'의 한 장면

경영 시뮬레이션, 통칭 타이쿤 계통의 게임은 기본적으로 방문객의 취향을 고려한 서비스로 더 큰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큰 틀에서는 절대다수에게 즐길 거리와 편의성 시설을 제공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동선으로 손님들을 사로잡는 종류와 퀄리티와 다양성을 살린 다양한 제품을 신속하게 제조하는 종류로 나뉘는데 전자는 컨트롤이 쉽지만 시스템을 완벽히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운영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후자는 순발력과 함께 플레이어의 게임 센스를 크게 요구한다. 특히 상품 제조가 주가 되는 경영 시뮬레이션의 경우 손님 개개인의 취향을 더욱 면밀히 살펴 잘 대응하지 않으면 이것이 매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악수가 될 수 있는데 2014년에 발매하고 난 뒤 최근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역주행을 하고 있는 <좋은 피자, 위대한 피자>가 이 부분을 아주 극단적으로 강조한 예에 속한다.


제작자는 왜 이런 식으로 피자를 만들어 먹는 스크립트를 짜두었을까?(좋은 피자, 위대한 피자 캡처)

피자 게임이라고 불리는 이 게임의 손님들은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를 아주 강하게 밀어붙이는 게 특징이다. 피자에  파인애플가지를 넣어달라 거나 토마토 페이스트 소스를 빼고 도우에 치즈만 올려달라는 등 괴악한 주문을 받는 것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마저도 알아듣기 어렵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플레이어의 뒷목을 잡게 만드는 것은 이 게임에서 일상적인 광경이다.

그래서 이 게임은 주문을 받았을 때 이를 제대로 이해했는지의 여부를 '오케이'와 '네?'로 구분할 수 있는데 아마 가장 많은 플레이어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어 '네?'를 연발하게 만든 주문이라면 당연히 이 트루 채식주의자 빌런이 아닐까 싶다.


채식주의자인데 야채와 과일이 싫다면 어쩌자는 것인가(좋은 피자, 위대한 피자 캡처)

실제로 많은 손님들 가운데 채식주의자의 피자 주문은 유별나게 괴악한 요구 사항을 제시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으며 차라리 이런 손님보다는 대놓고 공짜로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거지나 파워 블로거지 쪽의 스크립트가 요구 사항은 명확하고 종래에는 경쟁업체를 훼방놓거나 매장을 홍보하고 있어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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