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순정만화가 2000년 블록버스터 무협순정 영화로 탈바꿈되고 인기 만화를 라디오로 듣는다?
10년전만해도 문화 장르로 인정받지 못했던 만화가 21세기 대중 문화의 한 줄기로 자리매김 하고있다. 소설, 게임, 영화, 라디오, 인터넷 애니메이션 등 만화의 장르 넘나들기는 그 형식과 정도가 과감해지고 새로운 장르의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사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그리 낯선 얘기는 아니다.
7, 80년대 미국에서는 슈퍼맨을 비롯해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배트맨까지 만화가 영화화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대 이상이라면 원작 만화는 못 봤을지라도 영화는 한두 편씩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만화왕국 일본에서는 만화의 영역은 그 한계를 정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특히 게임과 만화는 서로의 영역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둘 간의 이동이 많다. `TIME`지의 표지모델로 선정됐을 만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피카츄`는 좋은 예.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97년에 허영만의 `비트`가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을 거둔 후부터 만화와 타 장르의 연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최근에는 김혜린 원작의 `비천무`가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비밀`은 만화로 만들어져 인터넷과 책으로 동시에 공개됐고, 국내 최고 인기 가수 H.O.T와 유승준의 뮤직 비디오가 3D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만화가 소설로 소설이 만화로 제작되기도 한다. 지난달 채안나의 `나는 사슴이다(대원출판사)`가 두 권의 소설로 출간됐다. PC통신상에서 환타지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이영도 원작의 `드래곤 라자`는 지난 4월 대명종에서 같은 제목의 만화책으로 나왔다.
게임과 만화의 이동은 더욱 유동적이다. 온라인 게임은 만화의 줄거리보다는 배경, 캐릭터가 주로 활용된다. 96년에 김진 원작의 `바람의 나라`가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진 이후에 `리니지(신일숙)`, `레드문(황미나)`이 만들어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반면 최근에는 인터넷게임업체 CCR의 `포트리스2`가 만화로 만들어져 화제가 됐다.
MBC라디오의 `만화열전`에서는 성우들이 만화주인공을 직접 연기한다. 지금까지 `열혈강호`, `호텔 아프리카`가 방송됐었다. 현재는 최화정이 진행하고 있는 `레드문`이 진행 중이며 8월 중순까지 방송될 예정이고, 다음 작품으로는 김수용씨의 `힙합`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구현되는 플래쉬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기존 컷 만화를 CD롬에 그대로 옮기고 배경 음악과 나레이션, 동영상 등을 담은 디지털 만화도 새롭게 등장해 평가를 기다리고있다.
만화의 연동과 새로운 만화 형식의 등장은 일본 문화개방에 앞서 우리 만화에 대한 경쟁력과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하이텔의 만화창작동호회 이은경(25, 직장인)씨는 "만화가 더 이상 다른 문화의 하부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동등한 존재로써 자리매김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상업적인 측면이 너무 강조되면 곤란하지만, 만화가 점점 대중적인 문화로 변모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홍지성 기자(saintx@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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