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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온라인게임 사전 등급분류를 생각한다

 

황형준 온게임넷 제작 CP
본지는 최근 게임계의 핫이슈가 됐던 `리니지` 18세 이용가 판정과 관련, 게임 전문가가 참석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리니지` 판정을 계기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온라인게임 사전등급제의 현황과 발전적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좌담회에는 황형준 영상물등급위원회 온라인게임 등급분류 소위원회장(온게임넷 제작 CP), 박형배 한국콘텐츠산업진흥협회 이사가 참석했다. 아래는 요약 내용.

▲게임조선: 리니지 18세 이용가 결정을 두고 찬반양론이 예리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엔씨가 게임의 수정 업그레이드를 발표했지만 아직 온라인게임 사전 등급분류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18세 이용가로 결정된 핵심에 대해 근접해 볼 필요가 있다.

▲황형준: 온라인게임의 등급분류는 7월부터 시범 운영을 거친뒤 지난달(10월)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PC게임과 다르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상호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리니지`같은 온라인게임(MMORPG)의 특징인 PK가 그런 경우다. 영등위가 무조건 PK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상호 대결 구도에 따른 룰이 정해지고 플레이어간의 동의하에 PK가 된다면 이는 12세 이용가도 가능하다.

자유롭게 PK를 할 수 있고 여기에 특정 지역에서만 PK가 되게끔 한다면 이는 15세 이용가다. `아타나시아나`나 `미르의 전설2`같은 게임이 이런 경우다.

하지만 `리니지`는 자유롭게 PK를 할 수 있는 지역이 많고 PK를 당하는 유저가 아이템을 뺏기는 시스템이다. 일방적으로 PK를 당할 수 있는 유저가 아이템마저 잃어버리는 이 시스템은 부분별한 폭력성을 야기하는 것이다.

상호동의 대결이 아닌 일방적인 공격과 그로인해 피해를 보는 게임요소는 청소년의 문화와 정서 형성에 옳지않다. 이것이 `리니지` PK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박형배: 18세 이용가의 근거인 PK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 아동이 즐겨하는 `크레이지 아케이드`같은 게임도 풍선으로 상대방 캐릭터를 죽이는 내용도 있다. 이 게임에 나타난 개념과 `리니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기준을 영등위가 작위적으로 구분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영등위의 월권 행위에 가깝다.

PK 때문에 폭력성이 늘어난다고 했다. 과연 PK가 폭력성을 유발했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증명할 수 있는가?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PK가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설사 PK 때문에 사회에서 여러 사고가 난다고 해서 영등위가 이 문제까지 관여해서는 안된다. PK에 대한 많은 연구와 산업간의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규정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10여년전 미국에서는 청소년 총기 난사 사건이 `둠`과 같은 1인칭 슈팅 게임에 영향을 받았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게임과 폭력성과의 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형준: 온라인게임의 사전 등급분류를 놓고 규제니 검열이니 하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그것은 등급분류를 위해 모인 위원들의 권한 범위에서 벗어난다. 우리는 신청된 온라인게임을 청소년의 문화와 정서 그리고 일반적인 수용 기준에 따라 등급을 결정한다.

온라인게임의 PK가 일반 게임과 다른 점은 정당한 룰과 규칙의 존재 여부다. `철권`이나 `스타크래프트`같은 대결 구도의 게임은 플레이어간의 공정한 룰과 시스템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문제가 되는 `리니지`의 PK는 단지 레벨과 좋은 아이템을 갖고 있는 강자만이 일방적으로 이기게 되는 비합리적인 구조다. 더욱 큰 문제는 아이템이 현실의 재산과 동일시 되는 이 게임에서 약자가 오히려 아이템을 뺏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페어플레이인가?

▲게임조선: 게임업계에선 이번 리니지쇼크가 영등위의 역량강화 전략 또는 업체 길들이기라고 보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선 리니지의 재심의 결과는 업체 의견의 대폭 수용쪽으로 가며 이것은 정해진 수순이다란 주장도 있다. 이렇듯 정치적으로 이번 문제를 풀어가는 여론도 무성하다.

▲박형배: 온라인게임의 등급분류에 대한 문제점은 당위성이 아니라 방법론이다. 영등위는 민간자율기구라고 주장하지만 현실 속으로 들어가 산업차원-업체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정부 규제기구에 가깝다.

일단 등급분류에 관한 심의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 심의가 됐는지 정확한 메카니즘을 일반인과 업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황형준: 등급분류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하든 민간이 주도로 하든 관계없다고 본다. 심의과정도 공개하되 수위를 놓고 현재 논의 중이다.

사실 온라인게임은 지난해까지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서비스되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아무런 제약없이 전체 이용가 판정을 받은 셈이다.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이 이런 좋은 기회를 스스로 살려내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다시말해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지적됐을 때 업체들은 스스로 다양한 대처로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곪아버린 곳의 지적은 당연하며 치료를 해야한다.

그리고 최근 자율심의를 주장하는 게임관련 단체가 설립됐지만 그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고 업체의 입장만 대변한다는 오해를 줄수도 있다.

▲게임조선: 그동안 온라인게임은 줄기찬 성장 속에 고용창출-상호경쟁 속 기술개발-문화 컨텐츠 수출로 인한 국가 경제에 도움 등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건전한 청소년 정서의 유도와 IT산업발전이란 양축을 절묘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형배: 등급분류 기준이 역동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말은 이용자들의 특성에 따라 기준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온라인게임 등급분류 시스템은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삭제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것은 온라인게임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다. 게임 자체는 변하지 않아도 이용자들의 특성이 변한다면 전체 이용가를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어야 한다. 또한 등급분류 기준에는 법의 기본 원칙인 중립성, 효율성, 공평성, 융통성을 반드시 염두해야 한다.

▲황형준: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게임의 등급분류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뿌리를 내렸으면 한다.

영등위의 등급분류는 "어떤 온라인게임의 가장 적합한 이용 연령은 이것이다"라고 안내해 주는 바로미터 역할이다. 이것은 객관성과 중립성, 공평성을 담보하는 데서 나온다.

이번 일로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학부모 및 시민단체들이 게임을 무조건 유해하다고 인식하는, 마치 우군을 만난 분위기다. 게임은 청소년들에게 피해갈 수 없는 기본 문화다. 여러 정보와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리니지`가 18세이용가를 받았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청소년들 정서에 나쁜 게임으로 몰면 안된다. 만일 `리니지`가 청소년에게 문제시되는 게임요소를 수정한다면 15세 이용가를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정리= 김용석 기자 anselmo@chosun.com ]
박형배 한국콘텐츠산업진흥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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