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 발표와 관련, 게임사업의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고민할 시기인 듯하다.
게임사업이 가능성이 있는 장사(?)라 여기고 90년대 초반부터 SK와 쌍용을 필두로 다수 참여하였다.
메가드라이브, 게임보이, 3DO, 새턴 등 그 시대를 풍미했던 신개념의 게임아이템들은 속속 대기업들의 차별화 전략에 맞추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현대, LG, 삼성은 물론 중견기업인 다우기술, 미원정보통신 등까지 가세하면서 마치 금새라도 우리나라가 게임 최강국으로 자리잡을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디오 게임기(특히 일본 게임)에 대한 빗장이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기형적인 현상이 고착화되어 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PC게임 해외 판권 획득이 전쟁에 비유될 정도의 치열한 양상을 띠게 된다.
90년대 초만해도 일본이나 미국의 PC게임 판권을 따내는 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이제는 복마전을 방불케하는 물밑협상부터 돈 잔치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몇몇 초대작들은 그 로얄티만도 개당 일만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비단 해외 PC게임 판권만 그런게 아니다. 국내 게임개발사들의 경우 불과 1 ~2 년전에만 해도 DEMO 버젼이나 베타버젼을 들고 대기업이나 유통사를 찾아다니면서 세일즈하기에 열을 올렸다.
경우에 따라 몇년간 만든 게임을 정식으로 출시도 못한채 헐값에 넘겨야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일부 게임 개발사들의 경우 영화 제작에 맞먹는 개발비를 투자하는가하면, 기획단계에서부터 외부자금을 유치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개발능력을 확실히 검증할 길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액수의 개발자금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또한, 해외의 유수한 인력들을 높은 몸값을 주고 채용하는 회사까지 생겨났다. 이 대목에서 수개월에서 1년 후의 결과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IMF 이후, 국내 게임업계에 특이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사업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게임'이 그 스포트라이트를 이어 받고 있다.
액면가 기준으로 몇 백배에 해당하는 액수에 공모가 이루어지고
수십억 수백억대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스타기업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막대한 규모의 해외 자본의 힘을 빌어 국내의 유수한 게임 관련 업체들에 투자나 인수하겠다는 회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척박한 국내 게임 시장을 일구기에 안간힘을 쓰던 게임회사들마저도 저마다 누가 얼마를 펀딩했다는 소리에 "그런 행운이 내게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사로잡혀있다.
얼만큼의 투자를 받았는가가 그 회사의 가치를 평가받는 가늠자 역할을 하는데에서 오는 불안감도 게임업계 CEO들의 고민이다.
고작 일년에 십여개의 흥행성이 있는 PC게임타이틀이 출시되는 게임시장이다.
인터넷머그게임이 성장가도를 달린다고 해서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프로게이머가 직업으로 공식 인정을 받는 이 시점에서 너나 없이 게임이 돈되는 사업으로 인식되고는 있지만, 이제 한 번 쯤 근본적인 게임사업에 대한 고민에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고 본다.
한두개의 대기업만이 게임사업의 명맥을 이어가는 걸 보면 게임 사업이 그렇게 장미빛 만은 아닐진대, 적극적이고 냉정한 자세로 우리나라 게임사업의 미래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필요한 때이다.
(게임조선 김정태 gam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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