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는 것은 사람의 성장 과정과 비슷하다. 게임에서 레벨 업을 하듯이 사람은 점차 성장하고, 점차 수준 높은 장비로 교체하듯이 더 크고 멋진 옷을 입게 되며, 자신이 게임 내에서 해야 할 것을 이해하고 점차 능숙해지듯 사람도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성장 과정은 계단에 비유할 수 있다. 비록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계단이 똑같지 않아서 계단의 높낮이에 따라 오르는데 소요되는 힘과 시간의 차이가 있듯이 개인차는 있을지라도 사람들은 모두 시간과 힘을 들여 게임에서도 인생에서도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진화도 일종의 성장과정이며 레벨업의 과정 중 하나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만약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사람이 성장 과정을 극단적으로 단축하거나 완전히 생략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은 정상적으로 삶에 적응할 수 있을까?
게임 속 실제 사례를 통해 만나보자.
◆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의 세계
몬스터 헌터의 세계에서는 조금 특이한 성장 과정이 펼쳐진다. 타 게임으로 치면 시간에 따라 캐릭터 자체의 성능이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레벨이라고 내세울 만한 요소가 일절 없었기 떄문인데 이 게임 시리즈는 플레이어가 강한 몬스터와 싸우면서 실력을 쌓고 장비를 갖춘 뒤 더 강한 몬스터를 때려잡는 과정을 반복하기에 되려 플레이어의 수준이 향상되는 것이 당연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레벨링 방식에 매우 익숙한 사람들은 그저 게임 시간에 비례하여 성장하는 지표인 HR(헌터 랭크)의 숫자에만 주목하여 높은 숫자의 HR로만 게임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저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게장 헌터다.
한게임에서 서비스하던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에서는 HR에 따른 보정 없이 높은 수치의 경험치와 자금을 얻을 수 있던 '영주와 장군' 퀘스트를 수주할 수 있었는데, 이 퀘스트에 등장하는 2마리의 메인 몬스터가 갑각종인 방패게 '다이묘자자미'와 낫게 '쇼군기자미'였던지라 한국 유저들은 이 퀘스트를 보통 간장게장 퀘스트라고 부르곤 했다.

게 2마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밥 비벼먹듯이 비빌 수 있는 쉬운 난이도 덕에 간장게장이라 불렸다.
물론 간장게장 퀘스트는 난이도에 비해서는 보상이 꽤 큰 편이었고 높은 랭크의 유저들도 해당 퀘스트를 플레이하면 지루한 초중반부를 빠르게 넘기고 다양한 몬스터를 만날 수 있다고 조언할 정도라서 인기 퀘스트의 반열에 들었지만 모자란 실력으로 몬스터와 부딪히고 수레를 타면서 자신을 갈고 닦지 않고 오로지 닥사로만 HR을 잔뜩 높이는 변종 유저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변종 유저들은 타 게임의 레벨 만능설을 들먹이며 높은 HR만 믿고 고랭크 유저들의 퀘스트에 참여하며 끝내 광속으로 3수레를 타는 등의 민폐 행위만을 일삼아 원성을 듣게 된다.
한술 더 떠 자신이 착용하는 장비의 특성도 이해하지 못해 서로 시너지를 전혀 내지 못하는 쿠샤나 방어구에 태도를 착용하고 낮은 HR을 가진 유저들을 되려 손가락질하기도 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일을 가리지 않고 극혐장비의 대명사로 통하던 쿠샤나+태도, 통칭 쿠샬태도
출처 : 몬스터헌터 전원일기(http://musikjoe.egloos.com/4228998)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계
새 확장팩 군단이 적용되기 직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군단 침공 콘텐츠가 한창이었다. 아제로스로 쳐들어오는 불타는 군단을 막아내는 이 월드 이벤트는 메인 스토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매우 즁요한 이벤트였지만 레벨 평준화가 적용되어 고레벨 유저도 저레벨 유저도 모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어야 했다.
하지만 이 이벤트에 참여하면 단시간 내에 엄청난 속도로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존 유저들은 다수의 부캐릭을 만렙으로 찍어내기에 이르렀고, 신규 유저들은 별 다른 생각 없이 추세를 따라 군단 침공 콘텐츠를 거쳐 만렙들을 양산하게 된다.

레벨업이 광속을 넘어 초광속 수준으로 빨랐다.
문제는 군단이 정식으로 서비스를 하기 시작한 뒤부터 벌어졌다. 탱커가 어그로 관리를 못해 걸핏하면 딜러들에게로 몬스터의 눈이 돌아가고 애드만 났다하면 생존기를 돌리지 못해 차디찬 바닥에 눕기 일쑤였으며, 힐러는 제때제떄 필요한 대상에게 회복과 쿨기를 돌리지 못하고 딜러들은 본디 낼 수 있는 위력의 절반도 채 못 내는 등 마경이 펼쳐졌다.
더군다나 인스턴트 던전 플레이에서 이런 유저가 둘 이상 존재한다면 십중팔구 같이 서치를 돌린 유저들은 몇번씩 차디찬 바닥에 눕거나 버티지 못하고 인스턴트 파티를 떠나 한동안 인던 플레이를 즐길 수 없는 패널티에 시달려야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신규 유저들이 자연스레 게임의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는 월드 이벤트와 서버 간의 장벽을 허물고 쉽게 파티를 맺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쉽게 인던을 즐길 수 있게 한 빠른 파티 찾기의 만남이 결과적으로는 순환에서 벗어난 무개념 유저들의 단점만을 부각시킨 것이다.

지능 캐스터 클래스가 민첩템 먹는 것은 직업이해도가 떨어져서 생기는 민폐의 대표격
기존에도 레벨 부스팅이나 고레벨 버스 등 빠른 레벨업 수단은 있었지만 군단 침공은 별도의 비용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레벨업 속도도 압도적이었기에 많은 신규 유저들이 이를 자주 이용해서 이런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 던전 앤 파이터의 세계
던전 앤 파이터에서는 2nd Impact 대규모 업데이트에서 일정 기간동안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 육성이 가능했는데 바로 중, 저렙구간을 모조리 넘겨버리는 점핑 캐릭터의 등장이다.
예전의 던파는 최고 레벨이 지금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수치였지만 그만큼 레벨업 과정도 험난했다. 헌데 본격적으로 게임이 쾌적해지기 시작하는 40레벨 캐릭터를 공짜로 생성하고 직업군 세트, 고강화 무기를 함께 준다고 하니 인기가 없을리 없었고 이로 인해 점핑 캐릭터들이 우후죽순으로 양산된다.

저 멘트를 믿고 아무 생각 없이 던파에 뛰어들면 코인이 줄줄이 사탕으로 빠진다.
다만 이 캐릭터들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40레벨 이하의 모든 퀘스트가 클리어되지 않고 남아있는 점이나. 능력치 등을 제공하는 특수한 퀘스트들 또한 마찬가지라 정상적으로 레벨업의 과정을 밟은 유저들의 캐릭터보다 기본 스펙이 모자라는 등의 단점이 발견됐다.
수련의 방과 같이 캐릭터를 플레이 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연습할만한 공간도 없었기에 만들어지는 캐릭터는 모조리 양산형으로 취급받기에 이르렀고 생성한 사람이나 같이 플레이하는 사람이나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였다.
이런 점핑 이벤트는 이후 던파뿐 아니라 라그나로크, 스톤에이지, 다크에덴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엔 적응을 돕기 위해 단순한 레벨 점핑뿐 아니라 가이드까지 준비하기도
뭐, 이런 칼럼 결말은 결국 양비론이다.
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유저는 급성장으로 인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흔한 민폐유저 A가 되기 쉽다. 이러한 기형적인 레벨업은 그저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저, 신규 유저를 대상으로 한 이 콘텐츠들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하고, 했던 레벨업을 또 하는 성장 구간을 반복플레이하지 않고 핵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간장게장, 군단 침공, 점핑의 문제는 해당 콘텐츠를 만든 제작사에서도 어느정도 책임은 있다. 상기한 레벨업으로 인한 문제점은 제작사에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숙련도가 모자란 유저라면 충분히 연습할만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고, 특수한 튜토리얼 등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해도 끈기 없는 진짜 양산형 유저는 진작에 나가떨어지고 열심히 게임을 즐기는 사람만 남는 등의 순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의식도 조금은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본질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라지만 자기 혼자 편하고 즐겁자고 민폐를 끼치고 다니면 똑같은 게임을 하면서 즐거워야할 사람들이 전혀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최악의 트롤링일테니까 ^오^

만렙이 좀 모를 수 있다. 그럼 물어보면 된다. 처음 시작할떄 모른다면 면박 줄 놈이 몇이나 되랴.
[신호현 수습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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