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임 전문지 기자의 17세 때, 바로 2003년도에는 대한민국 게임 시장을 흔들어놓는 온라인 대작들이 다수 출시했고, 덕분에 유익하면서도 폐인같은(?) 고등학생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시절에는 수많은 온라인 게임 대작들 중 어떤 게임을 즐겨야 할 지 너무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덕분에 야간 자율 학습(일명 야자)에서 수시로 탈출을 감행했고, 덕분에 많은 탈출 기술(?)을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책상과 걸상을 빼서 화장실에 숨겨놓아 야간 자율 학습 출석 체크를 모면하는가 하면, 선생님들의 야간 자율 학습 감독 스케쥴을 미리 조사하고 그 감독 선생님의 성향 파악을 하기도 했다. 또, 일부러 이마를 세게 문질러 열을 내서 몸살 감기인 척도 해봤다.
물론 실패하는 날도 적잖게 많았다. 탈출을 감행했으나 정보통으로부터 '너 걸렸어'라는 연락을 받으면 조금이라도 덜 혼나기 위해 부리나케 학교로 복귀하기도 했으며, 될 대로 되라는 생각에 그저 그 날을 즐기고 다음 날 부모님 호출을 명받은 적도 있다.
엉덩이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적도 많았던 낭랑 17세.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때 였다. 그리고 본 게임 전문지 기자가 속한 게임조선도 올해로 17세를 맞았다.
이런 것을 평행 이론이라 했던가. 공교롭게도 게임조선이 17세를 맞는 올해 2016년에도 수많은 대작 게임이 출사표를 던지며 게이머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게임조선의 17세와 그에 속한 기자의 17세. 당시의 대작 게임과 올해에 얼굴을 내민 대작 게임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 나의 17세를 설레게 했던 2003년 대작 게임
- 메이플스토리

2003년 대작 게임 출시 행렬에 포문을 연 것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였다. 메이플스토리는 SD캐릭터(가분수 캐릭터)의 아기자기함과 동화같은 색감이 특징이었다. 또, 횡스크롤과 단순한 조작으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범국민적 게임이었다.
과거 게임에서 많이 선보였던 몰이 사냥부터 보스 몬스터 공략 콘텐츠까지 매우 다양한 콘텐츠로 게이머들에게 빅재미를 선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록 과금이 필요로 했지만 각종 의상을 입혀서 자신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요소도 매력적이었다.
사실 그 당시 메이플스토리를 처음 봤을 때, "난 고등학생인데, 이런 유치한 게임은 별로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메이플스토리를 즐겼을 때, 그런 생각은 어느 사이에 잊어버렸다.
그리고 현재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 테일즈위버

학창 시절, 본 기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던 게임 '테일즈 위버'. 전민희 작가의 '룬의 아이들'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일까? 테일즈 위버는 꼭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으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실제로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2002년 클로즈 베타 테스트 때에는 게임 한번 즐겨보겠다고 서버 포화를 뚫고 겨우겨우 접속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힘들게 접속했지만 프롤로그 화면에서 멈추는 이상 현상으로 결국 첫 날에는 즐기지 못했던 것도...
위에서 테일즈위버가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표현했는데, 그것은 아마 스킬 콤보 조합 시스템 덕분이었을 것이다. 다양한 스킬을 배우고 각 스킬을 연계해 콤보를 만드는 것. 그것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정말 열심히 키웠던 '보리스' 캐릭터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 그랜드체이스

2003년도의 8월까지 온라인 게임은 아기자기함을 주무기로 했던 것 같다. 위에서 소개한 메이플스토리와 테일즈위버도 그러했고 8월에 출시한 '그랜드체이스'도 그랬다. 메이플스토리가 횡스크롤 기반의 MMORPG였다면 그랜드체이스는 횡스크롤 액션 대전 RPG인 것이 특징이다. (물론 후에는 액션 대전에서 많이 탈피했다.)
당시 본 기자는 메이플스토리와 테일즈위버를 플레이하느라 그랜드체이스에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이 보기와 다르게 컨트롤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PVP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그랜드체이스를, PVE와 커뮤니티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며 두 부류로 상이하게 갈려있었다.
여담이지만, 대학교 시절 그랜드체이스 개발사 'KOG'의 '이종원' 대표가 강연을 온 적 있었다. 그 때 그의 카리스마 짙은 모습과 유난히 발달한 얼굴의 광대 근육(개인적으로 항상 웃어서 광대 근육이 발달했다고 생각했다.)이 기억에 남는다.
- 리니지2

정말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게임 '리니지2'. 그 화려한 그래픽에 놀라고 다양한 직업과 종족이 또다시 한번 놀랐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다. 언리얼 엔진2를 사용했기에 집에 있는 PC로는 절대 구동시킬 수 없었던 사양이었고 더불어 정액제 게임이었기 때문에 가난한 학생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방으로 향해 꾸역꾸역 즐겼던 게임이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게임이 가득했던 2003년에 본 기자에게 진짜 MMORPG는 이런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게임이기도 하다.
혐오스러운 외모로 그 개체수가 적다던 오크 여자 메이지를 선택해 온갖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재미있게 즐겼다. 하지만 비싼 과금 정책과 높은 PC 사양의 압박은 리니지2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 가약스

리니지2를 떠나보내고 새로이 정착했던 게임이 '가약스'다. 가약스는 정통적인 클래스와 가약스만의 독특한 클래스가 존재했으며 본 기자의 게임 인생에서 최고의 파티플레이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 게임이다.
가약스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과거 '엘리멘탈사가'라는 고전 온라인 명작 게임(?) 덕분이다. 해당 게임 서비스를 종료한 후에도 친분을 쌓은 사람들과 연락을 끊지 않았고, 그 사람들과 함께 정착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클래스별 역할이 매우 중시되던 최고의 파티 게임. 해당 게임의 개발사 고누소프트 사장이 불법 도박 게임을 만들어 운영하다가 경찰 수배를 피해 잠수타는 바람에 문닫게 된 비운의 게임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서버가 문을 닫은 후에는 중국 서버로 옮겨서 즐기기도 했다.
■ 게임조선의 17세에 등장한 2016년 대작 게임
- 블레스

2016년 대작 게임의 출시에 도화선이 된 게임은 침체된 우리나라 MMORPG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큰 기대감으로 등장한 '블레스'다. 무려 7년이라는 시간과 700억이라는 거액이 투자된, 그 규모로만 놓고 보면 대작임에 틀림없었던 게임, 하지만 실제로 공개 서비스를 시작하고 보니 부족함이 너무나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기자에게 이렇게 애정이 가는 게임도 없을 것이다. 테스트 때부터 해당 게임이 성장해오는 것을 봐왔기에 비록 내 손으로 개발한 게임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놓은 자식 같은 게임이다. 어쩌면 애정보다는 애증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블레스를 보면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점은 개발자의 태도다. 보통 게임 개발자는 자신의 주관이 반영된 게임을 제작하고, 해당 게임에 유저들이 맞춰주길 바란다. 하지만 블레스의 개발자들은 자신의 주관보다는 유저의 의견이 반영된 유저 맞춤형 게임이 되기를 원하고 현재 그렇게 진화해가고 있다.
물론 그 진척도가 더뎌서 수많은 유저에게 질타를 받고 있지만 블레스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게임이며, 유저의 의견을 이렇게까지 적극 반영하는 게임은 개인적으로 본 적이 없다.
- 로스트아크

2014년, 국내 최대 게임 행사인 '지스타'를 앞두고 그 존재를 알렸던 로스트아크가 8월 게이머에게 그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처음 공개될 당시 뛰어난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은 많은 게이머의 가슴을 설레게 했고, 이번 첫 비공개 테스트에서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로스트아크가 1차 비공개 테스트가 진행되기 전, 일부 게이머는 여타 우리나라 게임이 그렇듯 거품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뚜껑을 열어보니 이것은 정말 대작이었고 수많은 게이머가 하루 빨리 출시하기를 바라는 워너비 게임이 되었다.
게임조선에는 게임에 대해 매우 냉철하면서도 박한 평가를 내리는 동료 기자가 있다. 그 동료 기자가 우리나라 게임에 대해 호평하는 것을 처음으로 듣게 해준 게임이 로스트아크다.
개인적으로도 비공개 테스트를 플레이하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최근 등장하는 게임과 달리 다소 진행이 느리다는 느낌을 받긴 했으나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느낄 수 있는 타격감과 잘 짜여진 동선,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에서 높은 완성도의 게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뮤레전드
'뮤레전드'는 로스트아크와 동일한 핵앤슬래쉬 방식의 MMORPG로, 뮤온라인2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시작되었지만 뮤레전드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원작의 콘셉트를 잘 살린 캐릭터의 외형과 게임 진행 방식은 원작을 추억하는 게이머들을 유혹하기 충분했다.
또, 더욱 화려해진 그래픽과 박진감 넘치는 타격감은 몰입도를 한층 올려줬다. 시나리오 중간에 등장하는 컷신은 스토리를 잘 전달해주고 있는 등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수면제라 불리우는 '디아블로3'와 비슷하게 졸음을 유발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다가 축석이 드랍되면 그 소리에 졸음이 달아난다고...
1차 비공개 테스트 이후, 9월에는 2차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하며 빠른 개발 진척도를 보이고 있어 머지 않아 공개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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