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사진'이란 단어가 있다.실물이 다소 과장됐던 인물의 매력을 그대로 담았던 찬란하게 아름다운 모습이 찍힌 사진을 의미하는 말이다. 비슷한 의미로 게이머에게는 누구나 '인생게임'이 있을 법하다. 그동안 게임을 즐기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게임이거나 의미있고 즐거운 추억이 많이 서려 있는 게임 말이다.
2015년을 마무리하며 <게임조선>에서는 각 기자의 '인생게임'을 특집 기획기사로 준비했다. 가수 BMK의 꽃피는 봄이 오면이란 노래에는 '꼭 찰나 같아 찬란했던 그 봄날을'이란 가사가 있다. 연말 특집 [오, 나의 인생게임] 기사 시리즈를 통해 여러분의 봄날 같은 게임을 추억할 수 있길.
<편집자 주>
기자는 AOS(적진점령) 게임을 '군대'에서 처음 경험했다.
당시 부대 내 컴퓨터실에서는 5대의 컴퓨터가 있었는데 남는 시간에 선후임들과 블리자드의 RTS(실시간전략)게임 '워크래프트3' 유즈맵인 '카오스'를 즐기곤 했다. 이후 군대를 전역하고 학기에 복학할 무렵 우연히 '아발론온라인'을 접했다.

▲ 국산 AOS를 개척한 '아발론온라인'
'아발론 온라인'은 기존 유즈맵에 불과했던 '카오스'를 개선한 게임으로 동-서양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 창의적인 각 캐릭터 스킬, 박진감 넘치는 대규모 교전 등으로 기자를 AOS 장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현재 이 게임은 아쉬운 운영과 리그오브레전드의 등장 등으로 문을 닫았다. 이번 기사를 통해 잊혀져가는 이 게임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 국산 AOS의 첫 등장, 흥행…하지만 아쉬운 운영

지난 2009년 초 출시된 '아발론온라인'은 개발사 '모본'이 제작한 첫 국산 AOS 게임으로 위메이드를 통해 서비스된 온라인게임이다.
당시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인 '카오스'가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AOS에 대한 수요가 상승해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인도네시아, 대만 유럽 등에 수출되며 큰 인기몰이를 했다.
하지만 '아발론온라인'의 운영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초보 유저의 진입 장벽, 캐릭터 혹은 진영 간 밸런스 문제, '사기' 캐쉬템의 등장, 부족한 콘텐츠 업데이트 등으로 유저 이탈을 겪었다.
특히 캐쉬로 구매해 전투 내에서 따로 사용할 수 있던 '5초 무적 포션'같은 경우 현재 리그오브레전드 유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OP(Over Power) 아이템이었다. 이후 유저 이탈이 계속되다가 결국 전세계적 AOS 게임이 된 '리그오브레전드' 출시와 함께 2012년 8월 서비스를 종료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 '수호신'과 '크리처'…맵 안의 풍부했던 전략 콘텐츠

▲ 각 진영 방어를 담당했던 수호신(왼쪽)과 맵 중앙에 위치한 더트골렘
'아발론온라인'에는 약 60여가지 영웅이 존재했으며 자연과 친화를 추구하는 동양의 오리엔스와 마법과 과학을 추구하는 서양의 이오니아로 나뉘어 맵에 따라 2대 2에서 많게는 5대 5까지 전투를 벌였다.
각 진영 본진에는 방어를 위한 강력한 '수호신'이 있었고 전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크리쳐'중앙에는 '크리쳐 배럭'이라는 건물이 존재해 정글 사냥을 통해 획득하는 재료로 6종의 크리쳐를 뽑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 재료를 모으면 거대한 크리처를 생산할 수 있었다. 왼쪽은 캐쉬템을 비롯한 개인 아이템을 불러올 수 있는 계정 창고
가장 인기를 끌었던 맵은 '고대인의 도시'였다. 이 맵은 3방향의 라인과 정글이 존재했다. 이 점은 현재 리그오브레전드에서 널리 활용되는 'EU스타일'과 비슷했다. 단 정글은 두명이었고, 이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들은 크리처 소환 '재료'를 얻어야 했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맵 중앙 지점에는 특별 소환수인 더트 골렘이 존재했고, 이를 잡으면 '더트 골렘 구슬'을 획득해 원하는 지점에서 강력한 골렘을 소환해 전투 활용이 가능했다.
아울러 AOS 게임 내 달성 미션에 따라 '미사메나츠'와 '에테리얼웨폰' 등 강력한 아이템의 획득 기회를 주기도 했다. 특히 '미사메나츠'는 초반에 4킬을 달성하면 기회를 줬던 막강한 아이템으로 사망 시 해당 아이템을 상대방에게 넘길 수도 있어 전략적 변수로 작용했다.
◆ 캐릭터 및 스킬 디자인의 매력…문제는 밸런스

캐릭터와 스킬의 디자인은 기자가 게임을 즐기면서 가장 흥미를 느꼈던 부분이었다. 이 게임은 카오스를 토대로 한 만큼 안티와 디스펠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스킬이 디자인됐다.
오리엔스 진영에서는 라이크샤, 설빈, 이그니스, 차돌, 여흥, 연관청, 히카미 등이 생각나며, 이오니아 진영에서는 문, 리제나, 팔라스, 네클릿, 수백림, 플래처형제 등이 기억에 남는다. 각 캐릭터는 리그오브레전드와 마찬가지로 단단하게 대미지를 받아주는 탱커, 암살자 등의 딜러, 강력한 마법을 자랑하는 마법사, 지원 스킬 보유한 서포터 등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근거리 캐릭터는 대부분 공속을 기반으로 한 전사, 원거리 캐릭터는 대부분 마법을 겸비한 딜러라고 볼 수 있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라이크샤, 문, 여흥, 리제나
라이크샤는 마법 면역 상태가 되는 '왕의위엄'과 과 칼을 던져 기절시키는 스킬, 다음 공격시 검의 난무로 일격에 상대를 처치할 수 있는 궁극기 '초승달베기' 스킬 등을 가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OP 챔피언으로 이그니스, 세이메이와 함께 조합을 짜면'이락세'라 불리며 밸런스에 어긋나는 힘을 뽐냈다.
문은 총기에 기를 모아 발사해 강력한 대미지를 주는 저격수로, 은신 궁극기와 디스펠이 가능한 소환수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스킬은 건물에도 적중이 가능해서 초기에는 언덕에서 '개'로 시야를 밝히고 공성만 하기도 했다.
또한 리제나는 10초짜리 점멸, 상대방 혹은 아군을 강제로 집으로 귀환시키는 스킬과, 일정 지역 내의 아군을 2초 후 리제나 곁으로 강제 소환하는 '바람길' 등 잘하면 슈퍼 플레이, 잘못하면 트롤 플레이의 기술들을 지녔다.
한국인 캐릭터인 여흥은 잠시 동안 아군에게 스킬을 피하게 만들면서 회복도 시켜주는 '차원숨기', 10초간 주변 모든 캐릭터가 스킬을 쓸 수 없게 만드는 '오색마당놀이' 등 파격적인 스킬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거의 모든 스킬이 공성에 특화된 캐릭터인 연관청, 듀로프, 스카틸로 등도 존재했으며, 랜덤을 선택했을 시 사용할 수 있던 히든 캐릭터 무차드와 무시타, 나나리치, 아이켄 등은 또 다른 재미로 작용했다 .
다만 한쪽 진영의 조합이 우세했던 점은 당시 유저들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 단순 AOS 뿐 아니라 시나리오와 레이드도 존재

▲ 8인이 팀을 짜 미션을 클리어하는 모험모드
'아발론온라인'은 다대 다 AOS 모드 외에도 각 진영 주요 인물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시나리오 모드, 8명이 팀을 짜 미션을 클리어하는 모험모드 등 여러 면에서 몰입도를 높였던 게임이다. 시나리오 모드에서는 양 진영 간 대립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으며, 모험모드에서는 보스가 등장해 전략전투 모드에 유용한 아이템을 제공했다.

▲ 2014년 개발사 엠아이에서 문제점을 개선해 재론칭했던 아발론온라인, 지금은 이 게임도 문을 닫았다.
작년 아발론온라인은 '엠아이'라는 작은 회사가 초보자들의 진입 장벽, 밸런스 등 갖가지 문제들을 개선해 재론칭했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의 흥행과 시간이 흘러 부족해진 그래픽의 장벽 앞에 유저를 흡수하지 못해 2015년 12월 28일 게임의 문을 다시 닫은 상태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개발사와 서비스사가 캐릭터 밸런싱의 문제나 컨텐츠 개발에 신경을 쓰고, 유입되는 유저들에게 친절한 튜토리얼을 제공하며, 게임 밸런스를 파괴하는 캐쉬 아이템 등의 개선에 신경을 썼다면 제법 잘 나가는 토종 AOS로 살아남았을 것이란 생각을 종종한다.
그만큼 아쉬움이 있다는 이야기고 기자는 매일 출석도장을 찍으며 누구에게나 '나 열심히 좀 했다'라고 할 정도로 즐기면서 플레이 했다.
시간이 흘러 리그오브레전드 스타가 된 '앰비션' 강찬용이나 '벵기' 배성웅 등도 아발론 유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SKT T1의 배성웅은 본인의 소환사명인 '벵기'를 장병기를 사용하는 아발론 캐릭터 '팔라스'에서 따왔을 정도로 이 게임을 각별하게 생각했다.
기자에게도 '아발론온라인'은 리그오브레전드와는 다른 호쾌한 타격감과 AOS의 전략적 묘미를 처음으로 알려준 인생 게임이다.
[오우진 기자 evergree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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