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의 '엘더 스크롤: 아레나'는 자유성을 강조한 롤플레잉의 시초였으며 96년의 '엘더 스크롤2: 대거폴'은 디아블로의 그늘에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랜덤하게 생성되는 마을과 던전으로 오픈 엔딩에 가까운 시스템을 선보여 수 년이 지난 시간까지 이에 대해 논하는 매니아들을 낳았다.
▶ 500시간!
조만간 베데스다 자체 유통으로 출시될 '엘더 스크롤3: 모로윈드(이하 모로윈드)' 역시 엘더 스크롤 시리즈의 자유로움을 최고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롤플레잉이다.
정복욕 강한 황제 탐리엘의 지배를 받고 있는 나라 모로윈드에는 다크 엘프를 비롯한 수많은 종족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 다크 엘프들의 서식지(?)인 바벤델 섬에서 500시간에 달하는 길고 긴 여정을 시작한다.
출시 후를 위해 베데스다가 극비리에 붙이고 있는 모로윈드의 이야기는 시리즈의 전작들과도 연결되지만 전작을 몰라도 플레이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전작에서 이유없이 모습을 감춘 드워프족의 비밀이나 나라 전체를 휩쓸고 있는 전염병 '블라이트'의 치료법, 모로윈드의 정권 장악을 노리는 6번째 신당의 정체, 오랫동안 휴화산으로 있다가 갑자기 활동을 시작한 다고쓰 화산 등 모로윈드에서 플레이어가 해결해야 할 일은 개인적인 원한에서부터 나라의 존망이 걸려있는 등 다양하고 풍부하다.
베데스다의 말에 따르면 4,500억(!)가지 이상을 생성해낼 수 있는 캐릭터 생성 화면을 거쳐 게임을 갓 시작한 플레이어는 왜 주인공이 제국의 감옥에 갇혀 있었는지, 왜 배를 타고 이 마을까지 흘러왔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다.
캐릭터 생성에는 10개의 종족과 종족별로 다양하게 준비된 클래스, 머리 스타일과 얼굴 모양 등이 있으며 이 캐릭터들을 궁극적으로 차별화시키는 것은 총 27가지의 스킬 제도이다. 이 중에서 5개를 메이저 스킬에, 다른 5개를 마이너 스킬에 선택함으로써 캐릭터 생성이 완료된다.
▶ GUI의 자유로움
모로윈드는 인터페이스에서도 자유로움을 추구한 흔적이 엿보이는데 윈도우 스타일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기본 형태로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하고 원하는 위치로 끌고 갈(드래그) 수 있으며 인벤토리, 저널, 맵, 캐릭터 시트 등 중에서 필요한 것만을 게임화면에 띄워놓기도 할 수 있다.
이 창들이 게임에 방해되지 않도록 투명도를 옵션에서 설정하거나 단축키로 표시 여부를 정하면 된다.
스크린샷만으로는 1인칭 시점의 게임으로 보이나 3인칭 시점도 지원한다. 여기에도 몇가지 변화가 있는데 툼 레이더 / 맥스 페인 스타일의 등뒤 시점과 카메라를 마음대로 회전시키거나 줌 인 / 아웃이 가능한 시점이 있으며 '배니티 모드'라는 시점은 특정한 상황이 벌어질 때 영화처럼 카메라가 주인공을 중심으로 빙 돌아가는 연출을 보여준다.
▶ 마법의 자유로움
한편 모로윈드의 전투 시스템은 롤플레잉에서 보기 드문 자유로운 움직임을 지원하는데 캐릭터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공격버튼을 누르면 휘두르기, 자르기, 찌르기 등의 동작을 취할 수 있다.
300개 이상의 무기들은 공격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정도의 대미지를 적에게 입히는데 예를 들어 긴 칼, 롱소드는 가까이에서 찌른다 해도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반대로 단검으로 머리를 베려 하는 것도 권장할 방법이 아니다.
물론 모로윈드에서도 마법 체계가 갖는 비중은 어느 롤플레잉 못지 않게 큰 편인데 약 120개의 마법들을 모두 익히지 못하더라도 메이지 길드에서 충분한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이전에 익힌 마법들을 새로운 마법을 창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대 8개까지 혼합시킬 수 있는 마법 개발에서는 마법의 영향력 범위와 시전 시간, 그래픽 효과, 근접 효과 및 원거리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 등이 설정 가능하다.
▶ TES 툴이 주는 자유로움
그러나 '폴아웃' 시리즈에서 증명된 것처럼 '칼질'이 아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역시 롤플레잉의 재미가 아닐 수 없다. NPC들과 대화할 때는 양쪽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화제만이 대화 내용으로 선택되며 이와 관련된 키워드를 선택해서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또한 대화창에는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어느정도 호감을 갖고 있는지 작은 막대로 표시되는데 이 정도에 따라 대화가 잘 풀리거나 아니면 아예 대화를 거부하기도 한다.
당연히 모든 대화는 플레이어의 저널창에 저장되며 이 저널창에서도 중요한 부분에 표시하거나 연관되는 부분들을 바로 보여주는 하이퍼텍스트 기능도 지원한다. 호감도에 따라 NPC들이 주는 정보들이 달라지므로 '차카게' 사는 것도 좋지만 도둑질 한번에 명성이 떨어지고 쫓기는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선한 삶이 그래도 진행에 편리할 듯 하다.
도둑질의 경우 보는 사람만 없으면 무사통과 할 수 있지만 만약 상인의 물건을 훔친 뒤 천연덕스럽게 그 상인에게 되팔려 하다가는 역시 쇠고랑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게이머의 자유도를 강조하는 시스템에서도 부족함을 느낀다면 'TES 컨스트럭션 셋'을 사용해서 원하는 내용을 만들거나 게임의 내용을 에디팅하는 건 어떨까?
TES 셋은 베데스다가 모로윈드의 개발에 사용한 것으로 게임 내의 기본적인 텍스처나 그래픽 엔진의 세부적인 코드 내용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수정할 수 있다.
동굴에서 만난 몬스터가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면 이 몬스터를 TES 셋으로 불러와 슈퍼 몬스터로 재탄생시킬 수 있으며 여행길이 너무 심심하다 싶으면 역시 자신이 가는 길에 몬스터들과 아이템들을 뿌려놓고 신나는 사냥을 즐기면 된다.
개발진 중에서는 이미 이 툴을 가지고 고전 게임들을 리메이크하는 작업을 틈틈이 하고 있다니 얼마나 강력한 기능을 갖고 있는지 알 만하다.
▶ 하드를 비워두자
4월 말 X-박스와 PC용으로 동시 발매예정인 모로윈드는 어느 한 쪽 플랫폼이 더 낫고 처짐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려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하지만 2001년 E3 쇼에서 수십개의 게임 매체를 통해 '베스트 롤플레잉'으로, 게임스파이닷컴에서는 2002년 최고 기대작으로 선정된 이유가 분명히 그래픽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그 가치를 스스로 증명할 때가 온 만큼 게이머들은 모로윈드가 과연 얼마만큼 멋진 실체를 보여줄 지, 베데스다의 공언처럼 '평생 즐길 수 있는 게임'인지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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