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일본에 지고는 못 산다’는 강력한, 어찌보면 치열하기까지한 라이벌 의식을 바탕으로 월드컵 개최, 외국인 감독 영입, 우수 선수의 해외 진출, 유소년 선수 축구 유학 등을 일본과 경쟁적으로 시도해 왔다. 이러한 시도들은 월드컵의 귀중한 1승 말고도, 최근 급성장한 우리 대표팀의 실력만 보아도 성공적인 것 같다. 한국축구가 일본을 따라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세계축구의 변방인 동아시아에서 세계무대로 진출하려는 일본의 시도들이 99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까지 달성하는 등 성과를 거두자, 우리 축구가 그들의 성공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에 못지 않은 경쟁력을 키워서 월드컵의 첫 승리를 일본보다 먼저 이룩하는 성과를 얻게 된 점을 주목하자는 말이다.
한국 게임은 아직 세계시장의 변방에 속해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장과 발전을 해왔지만, 일본이나 미국 업체에 비해 아직은 게임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들과 경쟁은 커녕 국내 시장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게임시장은 규모면에서만 보면 세계 5위권에 해당하는 거대 시장이라고 한다. 온라인 게임이 선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거대한 시장에서 국산게임의 점유율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마치 월드컵을 개최해 놓고는 겨우 참가만 하고 정작 경제적 이익배분은 모두 남주는 격이다.
요즈음 대부분의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다. 기획의 의도가 온라인게임에서 더욱 잘 표현될 수 있어서 그렇게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자사의 인력구성이 온라인 게임에 적합해서 그렇게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도 아니다. 또 그렇게 개발되어지는 온라인 게임들 대부분은 천편일률적으로 RPG 일색이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PC 패키지를 많이 개발하고 있던 시절에도 국산 게임은 온통 RPG, 혹은 RTS 뿐이었다. 패키지 기반에서 온라인 기반으로 플랫폼이 변했을 뿐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돈을 많이 번다’는 온라인 RPG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만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개발사를 경영하는 사장의 한 사람으로 이러한 경향 자체를 비난해봐야 결국은 제 얼굴에 침 뱉기이다. 적자가 불을 보듯 뻔한 분야에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이렇게 편중되어 있다고 한탄하고 싶지도 않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는가?
시장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게임을 개발하고 상품화 시켜야 한다. 가령 패키지 게임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기껏해야 10만장이 한계인 국내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최고로 많이 팔려도 한 회사가 10억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반해 온라인 게임은 한해 1천억 이상의 매출에, 수백억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회사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규모가 서로 다른데도 온라인이던 패키지이던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계 목표’가 순이익 10억인 게임과 ‘평균 수준의 목표’가 순익 100억인 게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돈이 되니 개발하고 돈이 안되면 와레즈니 뭐니 유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개발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프로젝트별로 시장의 규모에 맞게 투자의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은 온라인보다는 패키지 개발을 선호한다. 온라인은 개발의도의 표현에 제약도 많고, 기본적으로 유저들이 만들어 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덜 선호하는 것 같다. PC 패키지는 돈이 안 된다고 하니 콘솔 패키지를 만들겠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들을 갖는지 의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콘솔용 타이틀의 국내 시장 규모는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게다가 개발비용은 웬만한 온라인 게임 저리가라다. 콘솔기반이기 때문에 무조건 해외수출이 가능한 것인가? 불법복제로부터 비교적 덜 위험하니, PC 패키지 시장의 불법복제 이용자들이 모두 돈 내고 사줄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한국게임계가 개발의 기본기가 부족하다느니, 프로듀서가 없다느니, 퍼블리셔가 없다느니 최근 1년여간 화두가 되었던 사안들이다. 모두가 맞는 지적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 이전에, 개발 기획단계의 마케팅 부재를 말하고 싶었다. 게임 개발은 이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 의해서 수행되고 있다. 만들고 난 다음에 판매를 위한 마케팅만 전개할 것이 아니라 아주 기획단계에서부터 위에 언급한 것들을 포함해서 마케팅 기획이 이루어 졌으면 한다. 게임 선진국들이야 퍼블리셔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예 마케팅팀을 조직하고 게임기획팀에 파견까지 해준다지만 한국이야 언감생신 꿈도 못 꿔볼 일이다. 하지만, 시도해보자. 아이디어 단계에서 유통사를 컨택해 보고, 계약을 이끌어내서 기획단계부터 함께 갈 수 있도록 계속 요청하고 추진해 보자.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게임은 축구와 마찬가지로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해 왔을 뿐더러 미래의 전망도 비교적 밝다. 우리는 실력 이상의 그 무엇을 늘 보여줘온 놀라운 민족이지 않은가? 자, 월드컵은 열렸고 감독과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을 맘껏 뽐내고 있다. 세계 5위권이라는 거대 시장(?)을 발판으로 우리 게임 업체들도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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