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컴퓨터 게임이 소개된 것은 70년대 말이다. 비즈니스의 역사로 치면 30년이 넘는다. 그러나 게임이 산업으로 인정받은 것은 불과 수년전의 일이다. 게임과 산업을 위한 법률과 제도가 정비되고 정부 유관부처가 게임을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게임은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 치부되던 이미지를 벗고 일약 유망산업으로 조명을 받게 되었다.
탄력을 받은 게임업계는 ‘게임강국이 되자’라는 슬로건하에 내부적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면서 동시에 세계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사회적 폐해가 노출되고 등급제 추진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게임업계 입장에서만 볼 때는 분명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게임산업 나아가 국내의 문화산업과 콘텐츠산업의 발전을 희망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임은 오락산업이기 전에 문화산업이다. 특히 국내의 게임소비자는 아직도 청소년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임이 청소년의 가치관에 그리고 그들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디지털 온라인 시대에 온라인 게임이 출현하고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 게임 소비자들에게 용돈을 주는 부모들 세대는 게임자체의 오락성이나 산업적 중요성보다 게임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정부당국이나 영상물 등급위원회를 포함, 이 사회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40대, 50대 이후의 부모세대들이란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들 세대는 컴퓨터게임을 향유할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다. 게임이 주는 재미를 맛보지 못했고 지적인 자극을 준다는 사실 등에 대해 대부분 무지할 수 밖에 없다. 게임을 보는 눈이 게임 소비자(자녀)들과 크게 다를 수 밖에 없다.
게임은 집중력을 높이는데 탁월한 수단이다. 중독증은 지나친 집중, 몰입이란 단어로 대체할 수도 있다. 전략 게임은 삼국지나 손자병법을 아주 재미있게 가르쳐 준다. 운동감각이 떨어지고 신체가 불편한 사람도 컴퓨터 앞에서는 최고의 선수, 감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게임을 해 본 사람이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이러한 장점보다 게임중독으로 인해 학업과 생업을 팽개치고, 건강을 망치고, 폭력적인 언행을 유발하기도 하는 게임의 부정적인 면을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 언론이 정상적인 것보다는 비정상적이고 일탈적인 사건에 보다 큰 뉴스가치를 부여하는 속성과 무관하지 않다.
온라인 게임을 하다 실제로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PC방 업주가 사망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이 강력범을 찾게 해주고 희귀혈액을 구해 사람을 살린 적도 있다. 현재까지 게임산업이 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저울질 해보라고 한다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최근 온라인 게임의 폐해를 둘러쌓고 벌어지고 있는 여론의 추이에 대해서는 게임업계가 스스로 반성해야할 점도 많다.
게임업체들은 게임의 산업적 가치는 강조했으나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는 그다지 각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임개발회사는 20대의 개발진들이 중핵이다. 재미있는 게임, 잘팔리는 게임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는 그들에게 게임의 문화적 가치나 인문철학적 가치를 따져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게임회사의 경영층은 폭넓은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게임의 폐해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은 게임과 게임회사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하나의 기업도 규모가 커지고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거기에 걸맞는 책임을 추궁받는다. 즉, PR(Public Relation) 마인드가 필요하게 된다.
자사 제품을 사주는 직접적인 소비자, 시장의 유통업자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한다. 그동안 국내 게임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해오고 있는 것에 비해 게임업계의 PR 마인드는 얼마나 높아졌는지 한번 자문해 볼 일이다. 게임관련 협회나 단체는 이익집단화를 위해 경쟁할 것이 아니라 업계 PR활동의 구심적 역할을 해야한다.
이제 자사가 만든 게임을 홍보,광고하기 위한 언론플레이차원에서 벗어나 PR 마인드를 가져야 할 때다. 게임 소비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학부모, 정책수립자, 교육관계자, 미디어 등을 상대로 게임의 장점을 어필하고 게임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실천함으로써 게임의 순기능을 인정받아야한다.
게임의 장르도 더욱 다양해져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팬을 확보해야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이 지속되는 이유는 긍정적인 기여도가 더 많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의 미래를 위해선 오락산업적 가치뿐만아니라 게임의 문화적, 교육적 가치 등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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