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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씨프 2 : 메탈 에이지

 

3D 프로그래밍의 천재인 존 카막이 몸담고 있는 id소프트웨어에서 최초의 1인칭 3D 액션 게임(FPS, 즉 first point shooter라고도 부른다) 울펜슈타인 3D을 만들어 낸 이후, FPS는 무척이나 인기 있는 장르가 되어버렸다. 둠, 듀크뉴켐 3D, 퀘이크, 언리얼,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메달 오브 아너 등 최신 3차원 그래픽 기술과 강력한 무기, 무시무시한 적들, 보다 복잡해진 레벨 구성으로 무장한 FPS의 행렬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FPS라는 장르는 '구성의 단순함'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1인칭 액션 게임들은 적을 해치우고 약간의 퍼즐을 풀면서 계속해서 잠긴 문을 열면 끝이 나버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의 각 파트가 임무나 레벨, 시나리오 등으로 구분되어 있기는 해도 얼마 전 발매된 최신 FPS인 메달 오브 아너에서조차 이런 구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출시된 FPS들은 모두 이와 같이 단조로운 구성을 가지고 있을까? 좀 더 특이하고 색다른 1인칭 액션 게임은 없는 것일까?

▶ 일반 액션 게임과 이렇게 다르다
도산(개인적으로는 게입업계의 가장 큰 비극이라고 생각한다)해버려 지금은 없어진 루킹 글래스 스튜디오에서 1998년 12월 '씨프: 더 다크 프로젝트'를 발매했다. 2000년 3월에는 그에 이어 '씨프 2: 메탈 에이지'를 선보였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엄청난 속도로 게이머를 흡입하는 마력을 지닌 씨프 시리즈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씨프에서 게이머의 목적은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들키지 않고 건물 내에 잠입해서 목표가 되는 물건을 훔친 후 흔적을 남기지 않고 달아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누구든 "아니 액션 게임이라면서 적과의 전투가 없다면 무슨 재미가 있는가?"하고 반문하고 싶어질텐데 물론 전투라는 요소도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적을 공격해서 죽이는 것이 목적인 일반 FPS들과 달리 씨프는 게이머에게 다양한 임무를 부여한다. 게이머는 살인자가 아니라 전문적인 강도(프리랜서이다)인 만큼 특정 건물을 지키는 경비병이나 광신도, 혹은 괴물들에게 들키지 않고 필요한 보물과 아이템만을 챙기면 된다.

여기에 FPS에서 빠질 수 없는 퍼즐 풀기를 비롯해 어둠 속에 몸을 숨기는 스텔스 및 이동시 잡음을 만들지 않기 위한 살금살금 걷기, 너무 넓고 복잡해서 때로는 게이머들을 질리게 만드는 독특한 레벨 구성 등은 씨프 시리즈만이 갖추고 있는 특징이다. 게다가 각 미션의 중간에 삽입된 동영상들은 마치 게이머가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의 이름은 가렛(Garret)인데, 그는 씨프1에서 어두운 거리를 떠도는 좀도둑들과는 달리 물건을 훔쳐내는 능력을 인정받아 키퍼스(Keepers)라는 종교 집단의 일원으로 활약하다가 조직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프리랜서로 나서는 외로운 도둑으로 묘사되었다. 전작에서는 엄격한 규율로 무장한 광신도들의 모임인 해머라이츠(Hammerites), 선과 악의 균형을 중시하는 키퍼스, 그리고 혼란을 즐기는 악의 무리인 트릭스터스(Tricksters) 이렇게 3개의 종교 집단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가렛은 결국 트릭스터라는 악마에 의해 점령당할 뻔한 세계를 구해내지만 자신의 눈 하나를 잃는 대가를 치른다. 결국 확대/축소 기능이 내장(?)된 기계 눈을 구하긴 했지만….

▶ 스토리는 전작에 비해 조금 빈약
씨프1의 끝에서 가렛은 트릭스터를 해치우기 위해 무시무시한 해머라이츠와 약간 손을 잡았지만 2편에서 그는 다시 외로운 프리랜서로 돌아간다. 트릭스터즈가 없어지고 세상에는 다시 메카니스트(Mechanist)라는 새로운 광신도 집단이 생겨나는데 이들의 우두머리인 카라스(Karras)는 마법이나 자연 현상보다는 기계에 집착하는 정신병자이다. 그는 이 세상을 온통 자신이 만들어낸 기계로 뒤덮으려는 허망한 꿈을 가지고 있다.

씨프2에서도 주인공인 가렛은 1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일에 휘말려 결국 세계를 구하는 대사를 행하게 된다. 그런데 씨프1에서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연결되던 각각의 미션과 스토리가 2에 와서는 그 흥미가 약간 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 1에서의 해머라이츠 vs. 트릭스터스, 그 사이에서 키퍼스가 균형을 위해 노력하는 구성은 스토리의 진행에 있어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배경을 제공했지만 씨프2에서의 메카니스트와 그 우두머리인 카레스는 뒷부분으로 가도 그 목적이 불분명해서 플레이어를 다소 아리송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도 별 생각 없이 의뢰인들로부터 일감을 받아 물건을 훔치다가 어느새 자신이 문제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가렛은 그의 멋진 목소리 때문에라도 게이머가 동족 의식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자랑한다. 물론 그가 적에게 들키지 않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더 나아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당신으로부터의 도움이 필요하다.

▶ 왜 이제서야 국내 발매되나
사실 이 작품은 난이도가 꽤 높고(그래도 자동 지도 기능 등이 개선되어 1보다는 낮아졌다)매니아적인 성격이 강한 탓인지 해외에서 출시가 2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시점에서야 국내에서 발매된다고 한다(유통사는 인포그램즈코리아). 비록 화려한 그래픽이나 파괴력이 강한 무기 등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씨프2는 무조건 쏘고 부숴야 하는 타 FPS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어둠과 스텔스를 활용한다는 특이한 설정, 뒤로 갈수록 심화되는 갈등과 위험, 뛰어난 현실감을 자랑하는 효과음,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몰입감…. 이 모든 것을 느끼고 싶은 게이머에게 자신 있게 씨프 2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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