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 철저한 차별화 전략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운 곳이다”
황우일 퍼스컴 실장은 현재 국내 조립 컴퓨터시장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황 실장은 현재 15명의 식솔을 거느린 조립컴퓨터 전문 업체 퍼스컴의 총괄책임자이다.
그를 만난 건 현재 사양 산업으로 분류된 국내 조립 컴퓨터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황 실장의 프로필에서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3년이란 짧은 업력이다. 잔뼈가 굵어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이 바닥에서 그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경력의 공백을 메우고 남을 만큼의 노력과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점차 확신으로 변했다.
“국내 조립 컴퓨터시장은 과거와 현재는 명확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 과거 전성기를 지나 현재 과도기를 걷고 있는 상태다. 과거를 교훈삼아 현재를 대처해야만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의 말대로 2000년대 초중반 국내 조립 컴퓨터시장은 온라인게임시장의 부흥기와 맞물려 찬란한 르네상스를 이룩했다.
국내 전자제품시장의 메카인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당시 모습은 영락없는 콩나물시루였다. 3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조립 컴퓨터 및 부속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로 빼곡했기 때문이다. 용산에 간다고 하면 ‘컴퓨터를 사로 가냐’는 질문이 자동으로 나왔던 시절이었다.
정점을 찍었던 국내 조립 컴퓨터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건 지금부터 약 7~8년 전 이다.
“온라인게임시장이 커지면서 파생사업 중 하나인 PC방이 우후죽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가정에서 공공장소로 확대됐다. 이는 자연스레 개인 소비자의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2000년대 후반 국내시장에 처음 들어온 스마트폰 역시 조립 컴퓨터시장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게임과 웹서핑 등 그간 컴퓨터가 주도적으로 해왔던 일들을 스마트폰과 공유하면서 입지가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장소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스마트폰의 높은 휴대성과 접근성으로 인해 PC의 존재감은 더욱 작아지고 있다.
이렇듯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국내 조립컴퓨터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영양가 있는 업체들만 살아남아 그들만의 치열한 리그를 펼치고 있다.
“현재 용산전자상가의 4구역에는 5만개 이상의 업체들이 컴퓨터와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중 조립 컴퓨터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만 1000여 곳에 달한다. 여러 차례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업체들이라 자신들만의 노하우와 영업방식을 가지고 있다”
저마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시장의 흐름을 읽고 이에 맞춰 빠르게 변화했다는 점이다.
“과거 쓸쓸히 뒷전으로 사라진 업체들의 대부분은 오프라인 유통만을 고집했다. 온라인쇼핑이 활성화 되면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줄었음에도 그들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판매만을 이어갔다. 경쟁사들이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에도 뒷짐만 지고 있었다.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정보수준 역시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인터넷 대중화로 소비자들의 정보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판매자들 또한 높은 지식수준을 강요받게 됐다. 현재 살아남은 업체들은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설명이다.

퍼스컴 역시 기존 업체들이 해왔던 부분에 합리적인 소비문화 정착이란 자신들의 영업철학과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
“퍼스컴은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추고자 기존 업체들이 해왔던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가장 민감한 부분인 가격과 품질에 집중했다. 우리가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원가에 조립비용 3만원만 추가된다. 여기에는 배송비와 포장비, 그리고 무상AS기간 2년이 포함된다. 또 인지도 높은 검증된 부품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도 자신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건전한 소비문화다”
실제 퍼스컴이 판매하는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부품들로 구성됐다. AS가 3년 이상 보장되는 부품들을 사용하는 세심한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 포장 역시 흔히 ‘뽁뽁이’라 불리는 에어캡 한 롤을 모두 사용할 정도로 안전성을 강화했다. 주문날짜를 기준으로 1~2일 정도 소용되는 빠른 배송도 강점이다.
“최근 모든 산업분야에 걸쳐 소비자 소통창구인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했고 이용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또 카카오톡을 통한 실시간 고객응대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겨난 충성고객들은 값어치를 측정할 수 없는 우리들의 보물이다”
황 실장은 자랑이라도 하듯 자신의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된 2000여명의 고객리스트를 보여줬다. 운영 중인 카페의 회원수도 3000여명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컴퓨터를 구매하는 고객들의 대부분이 학생들이다보니 주로 학부모들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 이럴 땐 과거 합기도장 사범으로 근무했던 2년의 시간이 큰 도움이 된다. 또 카카오톡을 통해 구매한 컴퓨터의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주고자 있다. 이중 하드웨어 이상으로 발생한 2% 정도의 문제를 제외하면 98%의 높은 해결률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빠른 대응으로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한 홍보·마케팅 활동에도 집중하고 있다. 퍼스컴은 현재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 프로게이머 출신 아프리카TV BJ 김남훈 씨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이용자 참여형 프로모션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간다는 계획이다.
“평생 컴퓨터만 만들 생각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기회가 된다면 홈쇼핑 진출 및 게임업체들과 공동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해보고 싶다. 퍼스컴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랜 기간 고객과의 신뢰가 쌓여 자연스레 완성된 ‘정직한 브랜드’이미지다. 대한민국 1등 컴퓨터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민재 기자 st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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