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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월드사커 위닝일레븐5 파이널 에볼루션

 

월드 사커 위닝 일레븐
▶ 월드 사커 위닝 일레븐 vs. 실황 월드 사커
DDR(Dance Dance Revolution), 비트마니아 등의 체감 게임들로 유명한 코나미(Konami)는 두근두근 메모리얼, 메탈기어 솔리드(MetalGear Solid), 사일런트 힐(Silent Hill) 등의 대작 게임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게임 소프트 회사다. 특히 이 회사는 코나미(혹은 KCEJ)라는 큰 이름 아래 KCET(Konami Computer Entertainment Tokyo), KCEO(Konami Computer Entertainment Osaka) 등 일종의 지사(支社)들이 있고, 이들 지사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건 게임 시리즈를 꾸준히 개발, 발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를 들면 KCET는 두근두근 메모리얼과 그라디우스 등을, KCEO는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X 게임(스포츠) 등을 제작해오고 있다.

잠깐 옛날 이야기를 하자면 두 게임의 경쟁은 과거 슈퍼패미컴(SFC) 시절에 시작되었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KCEO 쪽이었으며 이들이 제작한 '실황 월드 사커 퍼펙트 일레븐'이라는 타이틀은 실제 아나운서의 중계 육성을 그대로 게임에 적용해, 썰렁하게 공 소리만 울려 퍼지던 당시 축구 게임들과 완전히 다른 차별성을 자랑했다. Xbox, PS2 등 막강한 하드웨어들이 보급된 지금도 PC용 슈패 에뮬레이터를 통해 이 게임을 다시 플레이해보면, 그래픽이나 사운드는 지금에 크게 못 미치지만 박진감 넘치는 게임성(특히 2인 플레이가 압권이다)만큼은 여전히 재미있게 맛볼 수 있다.

그러나 KCEO의 '실황' 시리즈는 새 하드웨어인 PS로 자리를 옮겨오면서 후발주자인 KCET의 '위닝 일레븐' 시리즈에 자리를 내 주고 만다. 최신작이 전작과 비교해 나은 점이 별로 없고, 계속해서 그 수준에 머무르는 것을 게이머들이 그대로 용납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PS용 위닝 시리즈로 확고하게 입지를 다진 KCET는 이후 PS2로 플랫폼을 옮기면서도 획기적인 변화는 없지만, 현실에 지나치게 안주하지도 않는 안정적인 발전을 거듭해 '게임기용 축구 게임 = 위닝 일레븐'이라는 등식을 게이머들의 머리 속에 깊이 새겼다.

▶ 위닝 일레븐 최신작 파이널 에볼루션
위닝 일레븐 시리즈에 왕좌를 내 준 KCEO가 상황 반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내 놓은 '실황 월드 사커 2001'이 역시 별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잊혀져 가는 가운데, KCET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차근차근 위닝 일레븐 시리즈의 후속작들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5일, 일본 J리그를 배경으로 한 'J리그 위닝 일레븐 5'를 출시한 데 이어, 구랍 13일에는 '위닝 일레븐 6'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많은 팬들의 염원을 뒤로한 채 기존 '월드 사커 위닝 일레븐 5'의 보완판 격인 '월드 사커 위닝 일레븐 5 파이널 에볼루션(Final Evolution)'을 출시했다.

과거 KCEO의 '실황' 시리즈가 PS 플랫폼에서 자멸했던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성급하게 부족한 점이 많은 타이틀을 내 놓은 뒤 완전판이라는 이름의 개선판을 출시해 수많은 게이머들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위닝 일레븐 5 파이널 에볼루션(이하 W5F)'의 출시는 KCET 역시 KCEO와 동일한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지울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KCEO가 다소 기준 미달의 타이틀을 성급하게 내 놓은 뒤 수습책으로 완전판을 내 놓았다면, KCET는 이미 좋은 평가를 받고 많은 수의 고정팬을 확보한 바 있는 '위닝 일레븐 5'의 개선판을 내 놓은 것이라는 점이 약간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개선의 정도를 따지기에 앞서, 시기상으로 위닝 일레븐 6가 나와 마땅한 상황에서 기존의 위닝 5와 별 다른 의미 차이를 가지지 못하는 개선판을 내놓았다는 것은 지나치게 안정적인 길만을 고집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수습책으로 발빠르게 보완판을 내놓았던 KCEO 보다 더 비판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비판의 정도는 개선의 정도에 따라서 차이가 나겠지만 말이다.

▶ 감동의 오프닝, 빨라진 로딩
W5F가 기존 위닝 5와 다른 점으로는 가장 먼저 오프닝을 꼽을 수 있다. W5F에는 전작과 다른 새로운 오프닝이 들어있는데, 3D 영상을 이용해 실제 축구 역사의 명장면들을 재현하는 구성을 담고 있다. 축구에 조예가 있는 게이머라면 오래된 필름 속의 아련한 장면들을 감상하는 듯한 연출의 이 오프닝을 통해 적지 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W5F는 위닝 5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던 긴 로딩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전작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 게임 진행에 필요한 데이터들을 CD로부터 미리 읽어 두는 방식을 사용했던 것에 비해, W5F에서는 필요에 의해 실시간으로 CD를 읽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긴 로딩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게다가 화면에는 출전 선수 명단이나 경기장 화면을 보여주고, 뒤로는 로딩 작업을 계속 진행하는 등의 잔재주를 통해 체감 로딩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다. 다만, 실시간 로딩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경기 내내 PS2에서는 CD 읽는 소음이 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가지게 되었다.

실제 게임에 있어 개선된 점으로는 선수들의 몸 동작이 보다 다양해지고, 위닝 5 보다 더 사실적인 축구 묘사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볼 트래핑이나, 드리블(특히 방향 전환)에 있어 전작이 천편일률적인 동작들을 보여주었다면, W5F에서는 선수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다양한 동작들이 구현된다. 또, 실제 축구가 그러하듯 속도를 변화시키며 드리블을 한다거나, 가슴으로 볼 트래핑을 하는 상황에서는 공과 선수의 간격이 항상 일정하지만은 않도록 조정되었다. 즉, 트래핑 미스나 드리블 미스와 같은 장면을 게임 속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예기치 못한 득점 찬스나 경기 결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축구공은 둥글다 하지 않는가!)

한편 선수들의 세밀한 동작 중 어느 타이밍에 슛 버튼을 누르느냐에 따라 슛 게이지가 올라가는 속도나, 슛의 각도 등이 미세하게 변한다는 위닝의 특징은 W5F에서 좀 더 세밀해졌다. 따라서 골키퍼와의 1:1 찬스에서도 아쉽게 득점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겪게 된다. 이러한 점들은 모두 사실성 강한 축구 게임으로 유명한 위닝의 특징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주 개선 요인들이라 할 수 있다.

▶ 큰 변화 없지만, 그래도 명작
W5F는 전작에 비해 비교적 많은 부분에서 개선, 보완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어느 정도 플레이를 하다 보면, 그저 위닝 5를 하고 있다는 기분 이상의 무엇을 느끼기는 힘들다. 이는 이미 위닝 5가 그 이상의 획기적인 무언가를 굳이 더하지 않더라도 이미 사실성과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전작과 별로 다르지 않은 후속작을 선뜻 구매하기란 별로 내키지 않는 일임이 분명하다. 앞서 말한 개선점들과 더불어 몇몇 선수들의 데이터가 첨삭되었다는 점 때문에 8만원에 달하는 돈을 지불하기엔 새 위닝에 대한 기대와 감동 한편에 아쉬움과 어느 정도의 실망감도 자리잡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W5F라는 게임만 놓고 보면, 현존하는 축구 게임 중 최고라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그래픽, 사운드, 게임성 등 모든 면에서 완성도도 높다. EA의 피파 시리즈와는 '사실성'을 두고 늘 민감한 경쟁 구도에 있지만, 여전히 객관적으로는 위닝 시리즈가 다소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이를 잘 말해준다. 다만, 최고의 게임이라는 평가 이면에 남는 약간의 아쉬움을 위닝 일레븐 6에서는 말끔하게 해소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실황 월드 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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