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섭 감독이 지난 19일 팀 숙소를 정리했다. 10여 대가 넘었던 선수 컴퓨터를 전기 콘센트에서 뺐고, 책상을 정리하며 3년 여 동안 이끌었던 포유와 작별을 고했다. 아직 누구보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20대 청년 감독의 마지막 길을 들어봤다.

▲ 선수 시절 이형섭 감독
◆ 3년의 추억 평생 못 잊어…선수 뿌리치고 감독 생활
이형섭 감독이 지난해 말 팀 해체를 발표했을 때 업계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래도 탄탄한 선수층을 갖고 있는 포유는 좀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도타2 선수단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팀의 지속 여부에 고민이 많았다. 그 때 평소에도 조언을 많이 해줬던 후배 한 명이 '때로는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해줬다. 아차 싶었다. 그리고 팀을 정리하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이후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팀의 창단부터 우승의 영광까지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감독은 "사실 팀을 창단하기 전에 다른 팀으로부터 선수와 코치 등의 제의가 있었다"며 "당시 스타2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오픈 시즌에서 스스로 성적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때라 좋은 조건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하지만 그 때 따르던 동생들이 '형과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을 했고, 동생들과 뭔가 이뤄볼 수 있겠구나라는 판단에 포유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 감독에게 함께 하자고 말했던 선수들 대부분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다. 안상원, 김찬민 등 마지막까지 연습실을 떠나지 않았던 선수들이 포유와 함께 프로게이머 경력을 이어왔던 선수들이었다. 이동녕 등은 포유 창단과 동시에 당시 코치였던 최원석 전 소울 감독이 선발한 선수들이었다. 이들도 마지막까지 이 감독과 함께였다.
이후 포유는 FXO로부터 연간 수억의 지원금을 받는 탄탄한 팀으로 성장했고 2012년 GSTL을 싹쓸이하는 등 강팀으로 거듭났다.
이 감독은 "GSTL 해운대 결승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라며 "고병재가 올킬하던 순간 전율을 느꼈고, 팀을 만들었다는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했다. 선수단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며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특히나 김학수에 대한 마음은 애틋했다.
이 감독은 "사실 팀을 떠난 선수들 중 안타깝지 않은 선수는 없다"며 "그 중에서도 (김)학수는 분명 팀에 남았었더라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경기 외적인 면에서 틀어졌지만 포유-FXO 시절 최고의 선수로 부족함이 없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 팀 해체 배운 것 하나 "항상 100% 최선 다해야"
하지만 팀 해체의 과정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너무 많은 실수와 판단 미스를 저질렀다며 반성했다. 이제 고작 26살의 청년이 겪은 경험으로는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자산을 갖게된 것이었다.
이 감독은 "FXO와의 제계약을 너무 낙관하고 있었던 것이 첫번째 판단 미스였고, 다른 팀들의 사정까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번째 미스, 마지막으로 2012년의 성공에 젖어서 2013년 최선을 다하지 않았더는 점에 세번째 실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 스스로 2013년은 설렁설렁 일을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2012년 GSTL의 성공으로 '이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팀 운영과 선수 외도까지 나선 점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이 감독은 "FXO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로도 욕심을 냈다"며 "하지만 주변에서 감독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해줬고, 그 말에 부담을 느꼈던 탓에 이도저도 집중하지 못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배웠다고 했다.
이 감독은 "어떤 일이든 100%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은 확실하게 배운 것 같다"며 "앞으로 더 많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데 이 같은 생각을 인생 지침으로 삼고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 2012년 GSTL 우승으로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 감독 끝,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 아니다
이 감독의 향후 계획도 들어봤다. 팀 해체와 함꼐 군 입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 만큼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군입대였다.
이 감독은 "신청을 한다고 해서 바로 군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며 "올 여름까지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시간에 대해 궁금했다. 연애도 하고, 못보던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충분한 나이이기 때문이어었다. 하지만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감독으로서는 끝을 봤지만 선수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시 스타2 선수로 100%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다짐을 밝힌 것이다. 이미 지난 예선에서 탈락한 이 감독의 발언이라 더 들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은 "뭐가 될지는 군에서도 수 없이 생각할 일이기 때문에 제대 이후의 삶은 군에서 생각하려 한다"며 "다만 지금 현재 내가 가장 하고 싶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본 결과 다시 한번 프로게이머로서 도전해보겠다는 욕구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무조건 다음 예선까지는 경기 준비에 올인할 생각"이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프로리그도 한번 참가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말에 패기 넘치는 20대 청년으로 돌아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인터뷰를 진행한 당일에도 배틀넷에 접속해 연습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연습실에는 라이언 비스벡과 단 둘이었다.
이 감독은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3년의 경험으로 세상을 조금 읽을 수 있게 됐다"며 "아직 어리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는만큼 더 성숙할 수 있기를 스스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항상 믿어주시는 부모님께 죄송하고, 끝까지 믿고 따라준 코치,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며 "마지막으로 팀을 놓을 수 있게 도와준 후배에게는 정말 평생 고마움을 안고 살 것"이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야구 명언처럼, 이 감독은 다시 출발선에 발을 들여놨을 뿐이었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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