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민의 끝에 나오는 것은 결국에는 거의 공식화되어 버린 온라인 RPG 개발이다. 국내 시장 여건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을 장악한 게임들은 RPG들이다. 그리고 작은 웹 게임들이나 한게임같은 미니 게임들이 나머지 시장의 공백을 메워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인다 = 돈이 된다?”라는 공식을 믿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왜 베타 때 그렇게 모이던 유저들이, 베타 테스터로 뽑아달라고 신청하고 게시판에 글 올리던 유저들이 정식 서비스 때가 되면 이탈해버릴까?
잠깐 말을 돌려보자. 온라인 RPG는 사회성을 띄고 있는, 그리고 수많은 사용자들에 의해 발전되어가는 게임이다. 여기서 유저는 자신의 아바타를 연기( 국내에서는 아니다)하면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일부 게임, 일부 유저들은 아니다). 그 게임의 내용은 정말이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비슷하다. 레벨1때 들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이고, 어디서 어떤 몹을 잡으면 된다는 게 다 정해져있다. 레벨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정말이지 점점 더 늘어나고 짜증난다. 간혹 스킬제 게임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정은 비슷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온라인 RPG의 플레이 내용에서 명사 몇개 바꾸면 이 게임에도, 그리고 저 게임에서도 적용되어 버린다. 그것이 중세이건, 미래이건, 과거이건, SF건, 판타지건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이런 환경이 점차 3D 온라인 RPG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 같다. 걱정이다. 표현의 양식은 2D에서 3D로 바뀌었을지언정 근본을 이루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3D의 장점은 어떤 것인가? 2D의 태생적 한계인 평면적인 화면에서 벗어나 보다 깊이감을 가지고 있는 화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비록 평면적인 모니터상에서 3차원적인 화면을 뿌려내는 것이지만, 그 현장감은 2D가 주는 그것에 비해 월등하다. 여기에 다양한 카메라 워크와 다양한 애니메이션, 그리고 2D에 비해 더욱 화려한 특수 효과와 광원 처리가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더욱 증대시켜준다. 그렇다면 이런 장점을 가지고 어떻게 "온라인 게임의 패러다임 – RPG"라는 전형적인 공식을 타파할 수 있을까?
굳이 2D로 더욱 화려하고 섬세한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는데 왜 꼭 3D로 MMORPG를 만들어야 하는가? 개발 기간이 더 걸릴지도 모를 3D를 채택하는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필요하다. 잘 만들어진 2D의 그래픽은 오히려 노하우없이 폴리곤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3D의 후줄그래한 그래픽보다 질적으로 우수할 수 있다. 요는 3D로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이 3D를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은 온라인 게임 시장이 3D로 전환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아마 2002년 후반기를 필두로 하여 본격적인 3D 온라인 게임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난 이런 상황을 원하지는 않는다. 비슷비슷한 온라인 RPG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미 여러 개발자들이나 개발사, 그리고 유저들이 지금까지 겪을 만큼 겪어 왔다. 이제는 무언가 변화가 필요할 때다. 3D라는 것만이 대안이 될 수는 없는 그런 시기이다.
요는 게임성이다. 3D 게임에 적합한 게임성을 찾아야 한다. 게임성이 어떻게 되든 일단 유저들은 화려한 스크린샷에 매혹된다. 그리고 게임에 접속하고 나름대로 게임을 즐겨본다. 그 화려한 스샷대로 자신이 혹은 자신의 캐릭터가 기술을 쓰기 위해 몇날 몇일 모니터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자, 이제 렙업도 할 만큼 했고, 정식 서비스 기간도 다가온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한다. “과연 한달에 몇만원이나 되는 돈을 내고 이 게임을 즐길 가치가 있는가?” 모든 게임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이제 이런 형태의 질문은 앞으로 다가올 3D 온라인 게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개발자 역시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과연 내가 유저라면 이 게임을 돈주고 하겠나?” 답은 개발자 자신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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