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등장해서 전 세계의 RPG 팬들을 광분하게 만든 위저드리 8은 거의 9년 만에 새로이 등장한 위저드리 시리즈의 최신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화제의 게임이 되기에 충분했다. 2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계속 M&M 시리즈를 출시한 3DO와 비교했을 때 위저드리 시리즈의 개발사인 서테크는 너무나 늦은 후속작으로 그동안 팬들의 원망을 꽤 많이 들어 왔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이 생긴 데다가 자신들의 게임을 팔아줄 판매 회사를 찾지 못해서 상당 시간 고생을 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사건 사고들 속에 결국 자사에서 직접 위저드리 8을 배급하게 된 서테크, 이 작품은 다행히 발매와 동시에 RPG 매니아들의 찬사를 받으며 인기 게임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 모험은 본디 위험한 것
위저드리 시리즈를 해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의 영원한 숙적, 다크 사반트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7편에서 우주의 3대 보물 중 하나인 '아스트랄 도미내(나머지 두 개는 각각 '데스티니 도미너스'와 '카오스 몰래리'이다)'를 가지고 도망친 다크 사반트는 현재 두 종족(트랭과 움파니)에게 쫓기고 있는데, 그 외에도 승천하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들이 그 뒤를 추적하고 있다. 물론 주인공도 그 중 하나이며 당신은 3대 보물을 획득해서 우주의 질서를 되찾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게임에서 당신은 최대 6명의 캐릭터를 생성하게 되는데, 우주선을 타고 다크 사반트를 추격하던 주인공 일행이 갑자기 공격을 받아 모험의 무대가 되는 도미너스에 추락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이트 앤 매직 6나 7 등을 해 본 게이머라면 알겠지만 이 게임은 1인칭 3D RPG 게임이며 주인공은 일행이나 다른 NPC(등장 인물) 등을 고용해서 함께 도미너스를 여행하게 된다. 주인공의 앞에는 수많은 괴물들 외에도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 여러 파벌이 존재하는 도미너스
코스믹 서클(위저드리의 배경이 되는 우주)의 끝에 위치한 별 도미너스는 아스트랄 도미내의 생성지이자 신들(코스믹 로드)의 고향이다. 여기에는 인간 외에도 코뿔소처럼 생긴 움파니, 뱀과 곤충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을 한 트랭, 스타워즈의 추바카와 동족인 듯한(그러나 지능은 매우 뛰어나다!) 무크 등 다양한 별에서 모여든 여러 종족들이 등장한다.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에서 빛과 어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듯이 위저드리 8에서는 이들과 협력할 수도, 서로 대치 관계가 될 수도 있으며 능력이 좋다면 적대적인 트랭과 움파니의 임무를 다 받아서 하는 프리랜서로 활약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RPG 게임이 그렇듯이 위저드리 8에서도 게이머는 잔심부름에서부터 시작해서 매우 위험한 성격을 띈 거창한 임무까지 수많은 퀘스트를 도맡아 하게 되는데 이는 자신의 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이트 앤 매직에서처럼 따로 퀘스트 목록이 보기 좋게 정리되는 것은 아니므로 NPC들이 하는 말을 조심스럽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도미너스에는 기본적으로 준비된 마을인 아니카와 여러 황야, 늪지대, 동굴, 수중 도시, 광산, 우주선 등 매우 다양한 지형이 등장하며 그 하나 하나의 넓이가 엄청나서 모험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물론 다른 지역마다 새로운 적들과 종족이 등장하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중요한 단서나 아이템을 놓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50시간에서 많으면 80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엔딩을 볼 수 있으니 겨울 방학을 보내기에 딱 좋다고 할 수 있다.
▶ 마법보다 무기, 무기보다 악기와 도구가 좋다
RPG 게임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전투인데, 서테크의 제작자들은 게이머들이 위저드리 8의 전투를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무기들은 기본적으로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무기로 분류되며 쓸만한 창이나 지팡이(봉) 등이 많이 등장하므로 그에 해당하는 기술을 연마해두는 것이 좋다. 마법은 적들의 마법 저항력이 상당히 높아져서 전체적으로 그 효용도가 낮아진 느낌을 주며 힘, 민첩성, 속도, 그리고 각종 칼, 창, 방패 등 전투와 관련된 기술이 싸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일 전사라면 힘과 속도 등의 능력치를, 마법사라면 지성을, 성직자라면 신심을 갈고 닦는 것이 좋다. 또한 마법이 약화된 대신 악기로 다양한 효과를 내는 바드(음유시인)와 각종 기계를 사용하는 기술자(가제티어) 등의 클래스가 강화되었으므로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전사와 이들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전투는 턴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적이 그리 강하지 않을 경우 연속으로 진행할 수 있는 옵션도 있다. 그러나 대략 중반 정도까지 진행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군이나 적이 움직이기 전에 생기는 딜레이 때문에 전투의 속도가 느려져서 조금 지겹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게임을 많이 해 보지 않았거나 주인공 일행의 클래스를 잘못 선택한 사람이라면 적들이 너무 강력해서 초반에 많은 고생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약간의 주의가 요구된다.
▶ 멋지게 돌아온 명작 - 후회는 없다!
위저드리 8은 게임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대단히 사실적이고 특이한 효과음(특히 괴물들의 울음소리는 섬뜩할 정도이다)과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한다. 펜티엄3 600MHz와 지포스 2 MX 정도의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면 다소 투박하긴 해도 대체로 멋진 그래픽을 부드럽게 즐길 수가 있다.
우여곡절 끝에 9년 만에 출시되긴 했지만 위저드리 7의 세이브 파일을 불러올 수 있는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제작자들의 정성이 돋보이는 위저드리 8. 이런 훌륭한 게임의 정식 수입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에 많은 게이머들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예승철 객원기자(mrnoface@hananet.net)
ⓒ기사의 저작권은 게임조선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무단으로 기사 내용 전제 및 다운로드 링크배포를 금지합니다.

몬길:스타다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