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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온라인게임에서 삶의 원칙 배운다/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공부를 통해 인생에 필요한 모든 것이 얻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지식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서 학습되는 많은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어릴 적 동네 놀이터는 단순한 놀이 공간을 떠나 리더로서의 역할과 사업가로서 협상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데 바쁜 요즘의 우리 아이들은 동네 놀이터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입시전쟁의 와중에 있는 이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잊혀진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어디에서 리더십과 협상 능력,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될까.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현실의 놀이터는 사라지고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놀이터가 되었다. 하지만 이 놀이 공간을 보는 어른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인터넷을 공부나 정보검색 같은 유용한 일에 사용했으면 하는데 게임만 하는 것 같아 염려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중독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정보화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위험한 사이버 놀이터로 내몬 것 같다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들이 뭐라고 하든 온라인 게임을 통해 어른들도 잘 가르쳐 주지 못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과 ‘삶의 원칙’을 배우고 있다.

인터넷이 나타나기 이전의 게임은 TV에 연결해서 할 수 있었던 `벽돌깨기`나 오락실의 `갤러그`같은 게임이 많았다. 이들 놀이는 단순한 손동작과 눈 움직임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시간 때우기 외에 특별히 도움되는 것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의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인생과 인간관계를 배운다니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아이들이 많이 몰두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은 기존의 게임과는 많이 다르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대다수의 온라인 게임은 RPG(Role Playing Game) 장르에 해당되는데, 이 게임은 역할 놀이(role play)를 강조한다. 게임 속의 캐릭터는 현실의 나의 모습이자 사이버 공간에서 나를 대신하여 새로운 삶을 만들어간다. 온라인 상에서 사회와 인생을 경험하고 삶의 원칙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서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 대부분은 역할 분담 놀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개의 경우 군주나 마법사•기사•요정 등 성격이 다른 캐릭터가 등장하고 사용자가 이 가운데 하나를 택해 가상 사회에 참여하게 되는 형태이다.

즉,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은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이 모여 하나의 집단 혹은 사회를 이룬다. 때문에 가상 사회 안에는 경제 시스템도 있고, 수천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참여하다 보니 현실 사회보다 더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도 발생한다.

지난해 한 온라인 게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희귀 혈액형을 갖고 있는 환자의 보호자가 급히 혈액을 구한다는 글을 온라인 게임 상에 올렸다. 이를 본 게이머들은 상황을 전파했고, 혈액을 구해 환자에게 도움을 주었다.

또 한 온라인 게임에서는 욕설을 퍼붓는 사용자를 다른 사용자들이 `왕따`시킴으로써 벌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온라인게임이라는 가상 사회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정의와 질서, 사랑과 협력 등 다양한 인생의 경험을 얻어가고 있다. 물론 온라인 게임의 부작용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일부 사용자들에 의한 해킹이나 아이템 거래 등의 문제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의 입장에서도 골칫거리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이제는 어른들도 가상사회를 통한 아이들의 경험과 학습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 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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