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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만큼 탈도 많았던 리니지 게임 파동

 

E3 취재후기 이후 게임 관련 소식을 많이 알려드리려 했지만, 마음만큼 몸이 따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따끈한 게임 소식을 많이 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은 지난 금요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엔씨소프트의 기자간담회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최근 엔씨소프트의 인기 온라인 게임 '리니지'가 청소년에게 적합한가를 놓고 재심의를 받으면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인지, 이번 기자간담회에는 많은 기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게임은 청소년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게임에 빠진 이용자들이 학교도 가지 않은 채 PC방에만 매달려 사는가 하면, 현실과 가상의 게임세계를 혼동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회사측에선 "게임을 너무 재미있게 만든 게 유일한 죄"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결국 재심의에서 리니지를 청소년이 이용하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잔혹한 장면을 줄이라는 시정조치가 나왔습니다.

◆ 한국에서 벤처기업을 하는 어려움 토로

김택진 사장은 지난달 25일 리니지 재심의를 앞두고 만났을 때보다 훨씬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재심의가 열리기 몇 시간 전 김 사장을 만났습니다. 그때 김 사장은 아주 초조한 모습으로 한국에서 벤처기업을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게임 개발에만 몰두해왔지, 다른 쪽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그는 막상 이런 일이 닥치자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했습니다. 명색이 사장인데, 심의를 맡게 될 위원이 누구인지 알 방법도 없고, 어떻게 로비를 해야 하는 지도 모른 채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 처지가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사건이 터지고 엔씨소프트 측의 홍보전략이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얘기가 기자들 사이에 오갔습니다. 사업을 하려면 기술력 뿐 아니라 원만한 대외관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은 모양입니다.

◆ 보다 순화한 게임내용으로 탈바꿈해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지난 2일 업그레이드된 리니지의 변화된 내용과 엔씨소프트의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오갔습니다. 새로 업그레이드된 리니지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권고한 사항을 많이 반영한 듯 보였습니다.

특히 아무 캐릭터나 함부로 죽이는 PK(Player killing)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폭력적이라는 이미지를 씻으려 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즉, PK행위 기록을 누적시켜, PK를 상습적으로 사용할 경우 좋은 성향으로 회복하기 어렵도록 조치를 취했지요. 돼지, 닭, 소 등 게임 속 마을의 가축을 NPC(Non-Playing Character)화 시켜, 짐승도 함부로 죽이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 국산과 외국 게임에 대해 이중잣대 들이대서는 곤란하다고

김택진 사장이 엔씨소프트의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끝낸 후, 리니지를 개발한 송재경 이사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송 이사는 국내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인 넥슨의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사람입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송 이사는 축구스타 안정환을 닮은 외모를 가졌고, 순정만화의 열렬한 팬입니다. 그는 이번에 리니지의 폭력성에 대해 제기된 문제에 다소 억울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미국 게임인 '울티마 온라인'에서는 PK한 뒤에 더 잔혹한 행위를 하고,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붉은 피가 그대로 나오기도 하는데, 죽으면 쓰러지는 걸로 끝나는 리니지에 대해서는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고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국산 게임이 외국 게임과의 대결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표명했습니다.

송 이사는 6월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설립되는 엔씨소프트의 미국지사장으로 갈 예정입니다. 그의 미국행에 대해 김 사장이 많이 말렸다는 후문도 있지만, 그는 미국시장 개척에 강한 의욕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이런저런 제약이 덜한 미국에서 자유롭게 게임세계를 펼쳐보고 싶은 것 같습니다.

◆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

엔씨소프트 측은 리니지를 짧게는 5년, 길게는10년 동안 계속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온라인게임의 평균 수명이 3~4년이라니, 리니지의 수명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엔씨소프트는 올해 안에 미국을 비롯해, 대만과 중국, 싱가포르, 홍콩과도 리니지 수출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또한 플랫폼을 다양화해 매킨토시나 리눅스, 플레이스테이션에서도 즐길 수 있게 개발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선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던 내용, 즉 게임사용료 문제로 마찰을 빚던 PC방협회 측과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국내 온라인게임 붐을 일으킨 리니지는 인기만큼 탈도 많았던 게임입니다. 김택진 사장의 표현대로 이번 사태가 리니지의 해외 진출을 앞두고 벌인 액땜이기를 바랍니다.

(IT조선 박내선 기자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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