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한국 e스포츠를 출렁이게 했던 승부조작 이면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이 있었다. 브로커는 마재윤 등 프로게이머들에게 접근했고 고의로 패배하는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해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고배당의 검은 돈을 챙긴 것이다. 그런데 최근 e스포츠를 대상으로 하는 불법 도박이 또 다시 횡행하고 있어 게임조선에서 긴급 진단에 나섰다. <편집자 주>

◆ 불법 인식조차 안 돼
국내에서 스포츠토토를 시행할 수 있는 사업자는 국민체육진흥공단 하나로 유일 단체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상에는 불법 베팅이 만연돼 있고 재미로 푼돈을 거는 사람부터 대박을 노리는 전문 노름꾼까지 발길을 잇고 있다.
불법 베팅을 유도하는 인터넷 방송 채팅창에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러다 또 승부조작이 터지지 않을까"라는 자조섞인 말을 스스럼없이 말하며 자신이 돈을 건 선수들을 응원한다. 이들에게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은 전혀 없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만 남았을 뿐이다.
이 같은 사실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에서 지난 3월에 내놓은 '제2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도 나타나 있다. 이에 따르면 불법도박 참여자들 중 불법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정도가 불법 스포츠토토(베팅) 참여자들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는 도박 참여자들이 일시오락으로 판단하는 기준으로 1인당 1회 베팅액이 약 40만원으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은 금액을 놀이로 인식하고 있었다.
◆ 승부조작의 악령 떠오른다
이 같은 불법 베팅이 문제가 큰 이유는 지난 2010년 5월 e스포츠 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승부조작의 악령이 더시금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불법 베팅과 프로게이머들의 승부조작 사이의 유착관계를 살펴본다면 최근 부쩍 늘어난 불법 베팅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2010년 당시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프로게이머들은 마재윤 및 브로커들에게 조종당하다시피 했다. 브로커들은 선수들에게 베팅에서 얻은 일부 금액을 나눠주거나, 조작에 실패할 경우 잃었던 돈을 만회해야 한다며 다음 경기에 다시 조작할 것을 강요했다. 해당 선수들은 한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직장과 이전까지 쌓았던 명예까지 한 번에 모두 잃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승부조작 당시와 같은 불법 베팅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전직 프로게이머의 이름이 거론되며 현직 프로게이머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이스포츠연맹에서 각 팀들을 찾아 다니며 승부조작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협회는 이미 전 프로게이머들로부터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서약도 받았다) 자칫 뚫린 바늘 구멍으로 거대 댐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란지세'의 형국이 아닐 수 없다.

▲ 연령대별 불법 도박 참여자 비율. 10대 도박 참여자가 10.8%나 된다.
◆ 10대에 무분별한 노출
더욱이 e스포츠를 향유하는 주 연령층이 10대와 20대라는 점에 불법 베팅에 더욱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의 연구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조사자 중 불법 도박에 참여하는 10대는 10.8%였고, 20대는 25.1%에 해당한다. 익명성과 높은 배당률을 무기로 청소년들에게 검은손을 뻗는 사업자들도 문제지만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자칫 청소년에게 건전한 게임 문화와 꿈과 희망을 안겨주겠다는 e스포츠가 불법 베팅에 노출되며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원흉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 베팅의 가장 큰 문제점은 10대 청소년들에게도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e스포츠 업계가 불법 베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게재 순서
[긴급점검]불법도박에 노출된 e스포츠(1) 또 다시 고개든 베팅
[긴급점검]불법도박에 노출된 e스포츠 (3) 대비책은?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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