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스포츠는 1998년 스타크래프트의 출시와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까지 다른 게임들이 리그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본격적으로 e스포츠를 대중 문화로 발전시켰던 것에는 스타크래프트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자생적으로 발전을 거듭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는 2013년 블리자드의 자본을 앞세운 간섭으로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국 e스포츠의 토대가 됐던 팀리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가운데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전망했다.<편집자 주>
지난 3일 WCS의 출범식이 끝나자마자 4일부터 WCS 코리아 시즌1 망고식스 GSL이 시작됐다. 하지만 개인리그의 비중이 더욱 커질 수록 국내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공멸의 길…게임은 업이 될 수 없다?
지난 6일 재개막한 프로리그 4라운드 일정이 소리소문 없이 바뀌었다. 총 8경기씩 하던 리그가 오는 23일까지 매주 화요일 경기가 한 경기로 바뀌었다. 만약 이전처럼 2경기를 치렀다면 강남 곰TV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WCS 코리아 시즌1 32강전과 겹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4월 3일 출범식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협회와 연맹은 따로 일정을 마련했고 동시에 진행하든, 순차적으로 진행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협회와 연맹의 모든 대회가 WCS 체제 아래로 편입되며 서로의 일정을 상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협회에서는 4라운드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프로리그 일정을 하루 더 줄일 생각까지 가지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주 3일로 줄일 경우 프로리그에 대한 비중이 현격히 줄어들어 각 프로게임단에서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WCS 체제에서는 팀리그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회 규모만 놓고 보더라도 국내에 한정된 프로리그나 GSTL보다 개인리그인 WCS가 훨씬 거대한 상황이다.
이 경우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 프로게임단의 해체가 우려된다. 과거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각 팀리그를 프로리그로 통합하며 주 5일제로 바꿨던 가장 큰 이유가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던 만큼, 프로리그의 위상 하락은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는 기업들에게 떠나갈 수 있는 이유를 스스로 주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협회 소속 혹은 연맹 소속 프로게이머들이 FA 시장에 나올 경우 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기업팀이 없다. 결국 개인후원을 받는 선수 일부만 살아남고, 나머지 선수들은 다른 직업을 갖고 블리자드의 마케팅 대회에 참가하는 이른 바 '상금사냥꾼'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스타2 e스포츠가 공멸하는 순간이다.

◆ 블리자드 청사진대로 될까?
블리자드는 WCS 대회를 발표하며 세계 최고의 리그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블리자드의 그림은 좋아 보인다. 전세계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을 3 권역으로 나누어 블리즈컨에서 세계 최강자를 가린다는 것은 이전까지 진행됐던 어떤 대회보다 큰 규모로 권위 또한 보장되는 최고의 청사진이다.
하지만 현재 채 첫 시즌이 끝나기도 전인 시점에서 여러 잡음이 들리고 있다. 북미 대회에서 발표된 24명의 초청 선수 안에 납득하기 힘든 선수들이 있는 반면 해외 대회에서 남다른 성과를 거둔 한국 선수들은 예선부터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로 장민철이 유럽지역 시드를 받지 못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대회 방식을 놓고도 말이 많은 상황이다. 프리미어 리그를 치르고 이후 하부 리그를 진행하는 탓에 시즌3를 마친 뒤 블리즈컨에서 그랜드파이널을 진행할 경우 마지막 시즌의 하부 리그는 진행할 이유조차 없다.
게다가 한국 선수들이 예상 외로 해외 지역으로 많이 빠짐에 따라 3개 권역 모두 한국 선수들의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해외 선수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시켰으나, 해외 리그로 빠진 선수들의 면면만 봐도 한국 선수들을 따라올만한 해외 실력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쿼터제를 두자니 한국 선수들에게 너무 큰 불이익을 주고, 지역을 풀어버리니 한국 선수들만의 대회가 됐다"며 "WCS를 이미 있던 대회들과 연계한다는 발상 자체가 발목을 잡고 말았다"고 말했다.
◆ 상생의 길은 있을까?
물론 블리자드가 원하는 대로 WCS가 전세계를 아우르는 최고 대회가 되고 국내 e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WCS 내 개인리그 뿐 아니라 팀 단위 리그까지 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개인리그를 통합시키는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국내 리그에 출전하고 있는 EG-TL과 GSTL에 출전하는 액시옴-에이서 연합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며 국내 프로리그나 GSTL과 같은 해외 대회가 현재 없기 때문에 이들과의 위상에 맞는 대회도 신설돼야만 한다.
블리자드는 3일 출범식에서 분명 "WCS 체제 내 팀단위 리그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리자드가 이번 발표에서 WCS에서처럼 두루뭉수리한 발표가 아니라 논란 없이 명확하게 모든 것을 공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기사 게재 순서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1)간섭기-길 잃은 스타2 '혼란만…'
[블리자드와 한국 e스포츠](2)외면기-스타크래프트 문화가 되다
[블리자드와 한국 e스포츠](3)대립기-e스포츠 패왕 LOL에 내주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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