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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를 게이머가 구원하는 게임, 퍼즐 플랫포머 '스텔라'

작성일 : 2020.05.03

 

간혹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시청할 때, "아! 주인공이 위험에 빠지겠는걸?"이라고 직감적으로 미래에 벌어질 사건에 대해 예상되는 경우가 있다.

복선이나 전조에 의해서 영화나 애니메이션 내 특정 인물에게 일어날 사건에 대해 암시하는 경우도 있으나, 단순히 시청자의 직감만으로, 이를 파악할 때도 왕왕 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통하는 직감은 보통 학습에서 비롯될 때가 많은데, 이는 게임이라는 취미를 가진 게이머도 가진 능력이다.

수많은 게임을 하면서 학습된 게이머의 직감은 다양한 상황에서 앞으로 닥칠 위험에 대해 캐치하고, 혹시 모를 위협에 대해 미리 대비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를 적극 활용한 작품, 즉 게이머의 직감으로 플레이하는 게임 '스텔라(Stela)'를 소개한다. 

스텔라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게이머는 주인공 '스텔라'가 되어 멸망이 도래한 세계를 탐험하게 되고, 명확한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른 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 또, 스텔라의 엔딩까지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명확한 스토리에 대해서 알기 어렵다. 여러모로 매우 미스테리한 작품이 아닐 수 없는 '스텔라'다.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해서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겠다.

게임 진행 및 조작법은 매우 단순하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좌우로 나아가는, 사이드뷰 형태를 띄고 있으며, 조작키는 좌우상하, 점프, 상호작용만으로, 즉 한 손만으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덕분에 왼손은 캐릭터를 조작하고 오른손은 턱을 괴고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감상하면서 즐기면 된다. 

여타 게임처럼 몬스터를 처치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요소는 전혀 없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길을 찾고, 목숨을 위협하는 몬스터로부터 몸을 숨겨야 한다. 특히 몬스터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일상다반사. 그 흔한 몸통 박치기조차 할 수 없는 주인공 캐릭터는 몬스터가 등장하면 그저 앞으로 달리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는다면 숨어야만 한다.

또,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다양한 장애물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데, 각종 오브젝트를 움직여 길을 만들어야 하고, 함정을 피해갈 궁리를 해야한다. 무능력한 주인공을 엔딩까지 도달하는데에는 전적으로 게이머의 창의력과 추리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스텔라는 게이머에게 힌트를 일절 주지 않기 때문에, 오직 게이머의 직관만으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앞에서 몬스터가 어슬렁거리고 있다면, 왠지 모르게 몸을 숨겨야만 할 것 같으며 뒤에서 누군가가 쫒아온다면 본능적으로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 또, 길이 막혀 있다면 주변 사물을 옮겨서 발판을 만드는 등, 어디까지나 게이머가 해결해야 한다. 그 흔한 도움성 가이드 멘트조차 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매우 불친절한 게임 작품이지만, 다양한 게임을 즐겨온 이라면, 그리고 다양한 상황을 경험해온 게이머라면 충분히 예상하고 충분히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다행히 게임 내에 주어지는 고난이 어렵지 않기에 누구나 손쉽게 난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난이도 밸런스가 잘 맞춰진 작품이다.

앞서, 스텔라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개발사인 '스카이박스 랩스'가 의도한 것임을 게임 내 다양한 요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게임을 시작해 엔딩을 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오래 걸려도 2시간 남짓이다. 러닝 타임이 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와 비슷한 길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두고 궁금증을 계속해서 증폭시켜나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또, 사이드뷰를 채택하고, 간단한 조작만을 가진 단순한 게임이지만 각종 효과에는 많은 고민을 했음을 느낄 수 있다. 특정 구간마다 줌 인 (Zoom in) 혹은 줌 아웃 (Zoom out)을 통해 각 상황에 맞게 화면을 전환해가며, 자세하게 표현한 광원 효과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앙상한 나무만이 가득한 숲에서는 짙은 안개 속에서 희미한 빛만이 들어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잿더미로 변해버린 전쟁터에서는 노을의 붉은 빛으로 황폐한 상황을 나타낸다. 또, 어두운 신전의 지하에서는 광원을 절제해 신비하면서도 웅장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운드 또한 짚고 넘어가야할 요소. 캐릭터의 행동과 움직임에 따라 적절한 효과음이 발생해 게임의 몰입감을 한층 높여주며, 긴박한 상황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배경음은 난관이 있다는 징후를 알아채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다시 말해서 게이머의 촉, 즉 직관을 자극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실 게임의 플레이타임이 매우 짧은 편이다. 아무리 헤매면서 게임을 플레이해도 2시간을 넘기지 않는 수준. 반면에 가격은 20,500원으로 결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미스테리한 이 작품의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회차 플레이, 혹은 히든 과제를 완수해야만 한다. 덕분에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플레이한다면 좀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500원이라는 가격은 조금 비싸긴 하다.

아쉬운 부분은 게임 볼륨에 비해 높게 책정된 가격 외에 또 있다. 퍼즐 요소로 가득 메워진 게임이지만, 사실 반복 숙달에 의해서 진행되는 형태의 퍼즐이다. 따라서 일부 게이머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게임의 엔딩을 본 후에도 명확한 스토리에 대해서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게임 내내 주인공이 무엇을 향해 모험을 하는지, 왜 세상이 황폐해졌는지 등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엔딩을 본 후에도, 그리고 히든 과제를 완료한 후에도 전반적이면서도 대략적인 시놉시스를 제시할 뿐이다. 명확한 스토리가 없기에 다소 시나리오의 깊이가 얕게 보여진다. 

게임의 끝, 즉 주인공의 모험 끝에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있을 것처럼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있지만, 결과는 다소 초라해보인다.

사실 퍼즐 플랫포머 게임은 스텔라가 처음이 아니다. 단순하지만 흑백으로 분위기를 잘 표현해낸 '림보', 그리고 그 림보의 후속작인 '인사이드'가 있으며, 그 이후에는 잔혹함과 기괴함, 신비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리틀 나이트메어'라는 작품이 존재한다.

이들 작품은 스텔라와 유사한 퍼즐 플랫포머 게임인데, 스토리와 게임성, 고유의 분위기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스텔라가 앞서 나열한 게임 작품에 견줄만한가? 라고 묻는다면 조금은 망설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텔라는 분명 매력적인 게임이다. 언리얼 엔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감성'을 갖추고 있으며 게이머의 직관을 믿고 구성한 각종 요소로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여기에 감각적인 묘사를 갖추면서 일반적인 게임 작품이 보여주지 못했던 게임성을 표현했다.

스텔라와 같은 퍼즐 플랫포머류는 게임 장르의 다양성을 넓히고 있으며, 이와 같은 작품이 계속해서 도전을 해야만 게임 장르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게이머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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