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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특이한 연애 시뮬레이션 4선

작성일 : 2020.02.01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즐기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캐릭터와 가상 연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캐릭터의 외모는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게임 개발사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면밀히 검토한다. 이는 비단 머리 모양이나 체형같이 눈에 띄는 요소에 국한되지 않고 좀 더 사소한 부분까지 이루어진다. 연애 시뮬레이션의 캐릭터는 미간의 간격, 머리카락 한 올의 각도, 안경 같은 작은 도구의 차이로 다른 캐릭터가 인식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외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작품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국내 이용자는 물론 해외 이용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토막' 같은 작품이나 인간을 벗어난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들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작품들은 미연시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상반되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한편 독특한 작품성을 내세워 자신만의 팬덤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조선통신사에서 소개하는 게임은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 속에서도 알파카나 프린터같이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 시켜 이용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작품으로 구성해봤다.

■ 토막

'씨드나인'이 개발한 '토막'은 육성 요소과 연애 요소가 적절히 조합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 영향을 받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어스토니시아스토리', '창세기전' 등 우수 RPG 게임 양분하던 한국 게임 시장에서 토막은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장르로 이용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다.

이미 작품 패키지 사진만 봐도 독자분들은 왜 이 게임이 유명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 메인 히로인이 목만 나오는 작품 되시겠다. 호러 작품 표지도 아니고 배드 엔딩으로 목만 남은 일러스트를 붙인 것도 아니라 정식 표지로 그려진 것이 바로 저 목만 남은 히로인 일러스트다. 그리고 표지에 등장하는 목만 남은 캐릭터와 연애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다.

토막은 사랑의 여신 '에비앙'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선택지에 따른 파라미터 변화같이 일반적인 시뮬레이션 장르가 가지고 있는 요소를 계승하면서도 여신의 기분에 따라 바뀌는 일러스트 그림체같이 독자적인 요소도 있다. 예를 들면 여신이 거만해지거나 불량해지면 순정 만화 같던 원래 그림체가 데포르메 된 그림체로 변하는 식. 그래서 목만 남았지만 사람에 따라 히로인을 귀엽게 느끼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물론 필자는 이미지 검색을 누른 직후 비명과 함께 다급히 신고 링크를 찾았다

목만 남아도 여신은 여신인지라 다른 여자에게 집중해 여신의 심기를 거스르면 세계 멸망 엔딩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른 연애 시뮬레이션의 배드 엔딩이 솔로 엔딩이나 결별 엔딩 정도인 것을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파격적인 엔딩이 아닐 수 없다. 

토막은 일본판 패키지로 출시돼 한국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 일본의 이용자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겼다. 번역과 더빙 상태는 좋다고 말하기 어려웠지만, 오히려 목만 남은 기묘한 캐릭터와 엮여 금세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플레이스테이션2로 이식돼 다시 한번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미형의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미연시에서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 파카플러스

파카플러스는 주인공이 여자친구 '유카리'의 전화로 잠에서 깨며 시작한다. 물론 이 여자친구는 토막의 히로인 에비앙과 달리 목 아래가 멀쩡한 고등학생이다. 유카리는 어렸을 때부터 주인공과 함께한 소꿉친구로 그 나이대 학생들처럼 귀여운 알파카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다. 평범하게 등교하고, 평범하게 친구들과 떠들며, 평범하게 학교 축제를 준비한다.

물론 정말로 평범한 캐릭터였다면 이 지면에 소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은 주인공과 유카리는 어느 날 알파카 농장에 방문하면서 일어난다. 주인공은 알파카를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유카리의 생일을 기념해 알파카 농장에 간다. 그리고 알파카를 보며 기뻐하는 유카리는 주인공에게 "내가 알파카가 돼도 사랑해줄 거야?"라는 이상한 질문을 던진다. 감이 좋은 독자라면 금방 눈치챌 대사지만 둔감한 주인공은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짐작조차 못 하고 귀갓길에 오른다. 

집에 도착할 무렵, 귀가하는 버스에서 깜박 잠에 든 주인공은 여자친구의 목소리에 눈을 뜨는데...


대신귀 여운알 파카를 드리겠 습니다

여자친구가 있어야 할 자리엔 여자친구의 흰 원피스를 입은 알파카가 있었다. 놀란 주인공은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겪은 일을 꿈으로 치부하지만, 다음날 학교에 가자 전날과 마찬가지로 유카리의 교복을 입은 축생을 만날 뿐이었다. 

이후 주인공은 알파카의 모습을 한 유카리와 동고동락하며 다시 한번 유카리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결국 엔딩에 이르러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파카플러스는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알파카'와 연애 시뮬레이션을 조합한 게임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행을 탄다고 해도 축생은 축생. 예쁜 캐릭터가 돌연 알파카로 변해버려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가 많았다.

하지만 이 순간을 극복하고, 고군분투 끝에 유카리를 다시 인간으로 되돌려 놓는 데 성공하며 묘한 성취감을 느끼는 이용자도 있었다. 심지어 유카리의 말대로 내면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여 인간을 포기하고 알파카와 결혼하는 엔딩을 선택하는 이용자도 있다고 하니 여러모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 크리쳐와 연애하자! 코코노에코코로

'크리쳐와연애하자!코코노에코코로'에 비하면 파카플러스는 귀여운 편에 속한다. 적어도 알파카는 편향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아주 귀엽게 느껴질 만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토막처럼 사람이 등장하거나 알파카처럼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크리쳐와 연애하자'라는 제목처럼 주인공을 제외하고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괴상하게 생긴 생물밖에 없다. 여동생은 박쥐, 친구는 해골, 선생님은 괴상하게 생긴 살덩어리다. 이중 가장 압권은 역시 이 게임의 히로인으로 무려 곤충으로 등장한다.


다시 보니 토막은 선녀 같았습니다

2012년 코믹마켓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작품은 기괴한 캐릭터와 연애 시뮬레이션의 조합으로 많은 이용자에게 충격을 줬다. 파카플러스를 재밌게 즐긴 이용자조차 '아, 이거는 좀...'하며 손사래 칠 정도. 실제로 게임 실황이 자주 올라오는 일본의 동영상 플랫폼 '니코니코동화'에도 캐릭터를 가리거나 모자이크 처리 후 플레이하는 동영상이 올라오곤 했다.

그렇게 이 작품은 괴작으로 사라지나 싶었지만, 놀랍게도 스팀을 통해 2018년 3월 정식 출시됐다. 물론 그때 그 캐릭터 그대로 말이다. 더욱더 놀라운 점은 2019년 12월 현재 이 게임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용자는 성우의 연기와 준수한 스토리를 높게 사며 긍정적인 평가를 남기고 있다. 심지어 캐릭터 디자인을 감안하고 즐길 수 있다고 평할 정도다. 

이 작품을 제작한 일본의 게임 개발사 '노스탤지어'는 '크리쳐와사랑하자'뿐만 아니라 기계와 사랑을 다룬 '노예소녀와기계인형왕자', 우주 모험 활극 '우주닌자와,세계를지키는세가지방법' 등 기발한 소재를 주제로 다양한 게임을 제작했다. 현재도 일본의 게임 사이트 디엠엠을 통해 안경 미소녀를 모은 '글래시즈 걸'을 출시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사랑하는브라더군

'그 일은 어느 해 12월, 평소처럼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던 내 앞에 돌연 그 녀석이 나타났다'

미연시 도입부치곤 진부한 대사로 시작하는 '사랑하는브라더군'. 이 게임은 평범한 고등학생인 주인공와 '브라더'군의 고등학교 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일반적인 미연시 작품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글에서 소개하는 작품인 만큼 게임의 내용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브라더'군의 정체는 바로 인간 형상조차 찾아볼 수 없는 프린터. 더욱더 놀라운 것은 브라더군을 처음 본 주인공이 '뭐지, 이 사람 어디선가 본 거 같아. TV 광고였나? 그럴 리가'라며 브라더군을 사람으로 지칭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연시라는 장르에 걸맞게 전학 이벤트부터 탈의, 축구, 고백까지 다양한 이벤트가 등장해 이용자들을 한 번 더 놀라게 한다. 특히 안료 잉크와 카트리지 부분을 보면서 부끄러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 게임의 백미. 이처럼 일반적인 미연시에서 나올 법한 이벤트를 재해석해 유머 포인트로 잘 살렸기 때문에 다른 미연시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전학, 탈의, 체육 수업, 고백 등 미연시 특유의 이벤트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미연시로 부르기엔 독특한 게임성을 자랑하는 사랑하는브라더군. 일반적인 미연시와 다르게 프린터라는 다소 이질적인 캐릭터를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게임은 일본의 공업사 '브라더사'가 제작한 작품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브라더군은 브라더사가 개발한 'DCP-J952N-ECO-W'를 모티브로 했다. 브라더사는 일본의 경제지 '동양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웹 기획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연애 시뮬레이션'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단순 내수 홍보용으로 제작한 작품이 일본은 물론 해외까지 큰 인기를 얻어 출시 5일 만에 일반 리뷰 홍보의 4배에 달하는 조회 수 8만을 기록했다고 하니 당초 목적을 훌륭히 달성하는 동시에 많은 이용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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