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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비디오 게임 캐릭터의 비전문 성우 더빙 득일까? 실일까?

작성일 : 2020.01.12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작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통칭 롤드컵)에서 공개된 2번째 프로젝트 뮤지션 그룹인 트루 데미지(TRUE DAMAGE)는 선배 그룹인 K/DA 못지 않게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습니다.

K/DA는 보여주기 식이 아닌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표방하며 각 챔피언에 해당하는 실제 가수가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실제로 공연을 진행했고 트루 데미지 또한 이 선례를 따라가며 그룹의 일원인 에코, 야스오, 아칼리, 세나, 키아나에게 실력파 가수를 배정했습니다. 심지어 아칼리는 K/DA 아칼리를 담당했던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이 그대로 맡게 됐죠.

그런데 음원과 세계관 스킨 정식 출시를 앞두고 한국에서 논란이 된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트루 데미지 에코의 인게임 음성을 원래 담당 성우인 심규혁이 아닌 래퍼 마미손(a.k.a 매드클라운)이 맡았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트루 데미지 에코 한국어 음성,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입니다

물론, 비주얼 업데이트 당시 재녹음 이전의 '펄스건 이즈리얼'이나 '전투 기계 프라임 초가스', '메카 제로 사이온', '누누와 윌럼프 봇'처럼 롤에서는 특정 스킨에 한하여 본래 성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음성 녹음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했습니다만 적어도 전문 성우에게 맡긴다는 국룰(?)은 지켜왔고 그래서 원본 챔피언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적어도 더빙 퀄리티를 문제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트루 데미지 에코는 그룹 내에서 래퍼 포지션을 맡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마미손의 대사 중 랩을 하는 파트에 대해서는 평이 나쁘지 않지만 일상적인 대사나 전투 대사의 경우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 마미손이 래퍼로서는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에코의 성우로서는 아니다라는 반응을 하고 있죠.

이렇듯 비전문 성우의 캐스팅은 애니메이션 분야뿐만 아니라 게임 쪽에서도 점차 큰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지금까지 비전문 성우의 더빙은 어떤 결과를 낳고 있었을까요?  

■ 나쁘기는커녕 좋기만 한데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배역인 스네이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데이비드 헤이터

북미 쪽에서 메탈 기어 시리즈의 솔리드/네이키드 스네이크의 전담 성우로 '데이비드 헤이터'를 기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5편부터는 갑자기 첩보 드라마 '24시'의 주인공인 잭 바우어를 맡은 배우 '키퍼 서덜랜드'가 음성을 맡게 됐죠.

일단 5편에서는 몹시 무겁고 진지한 작풍에 영향을 받았다고는 해도 스네이크의 정체성인 기행과 개그가 거진 다 사라져버렸고 교체 과정에서도 따로 오디션이 이뤄지거나 데이비드 헤이터에게 배역 교체가 있을 것이라는 통보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갈아치우면서 코나미 측에 대해 전담 성우에 대한 배려나 예우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잡음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E3 2013 당시 스페셜 인터뷰에서 밝혀진 베놈 스네이크의 성우 키퍼 서덜랜드

그러나 원래 전담 성우였던 데이비드 헤이터가 낮고 굵은 원판 성우의 느낌을 내기 위해 부자연스럽고 경직된 연기를 선보이고 있던 것에 반해 메탈 기어 솔리드 5편에서 키퍼 서덜랜드는 노년을 앞두고 있는 49세 네이키드 스네이크(베놈 스네이크)를 아주 멋진 퀄리티로 소화해냈습니다.

황량하면서도 세상만사를 초탈한 듯한 느낌과 어떤 연유로 변모하고 있는지를 굉장히 심도 있게 묘사해서 오히려 비전문 성우로 교체한 뒤의 퀄리티가 더 낫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죠.


검기의 유산 스킨을 착용한 가면무사 유네로

비슷하게 비전문 성우의 더빙이 호평을 받은 사례는 드물긴 하지만 하나 더 있긴 합니다. 바로 도타2의 영웅인 '가면무사' 유네로입니다. 

유네로는 도타가 워크래프트의 커스텀 맵이 아닌 스탠드 얼론 게임으로 독립 출시 후 처음으로 추가한 영웅으로 도타2의 대표 스틸컷에 전면으로 내세울 정도로 의미가 각별한 캐릭터인데요. 놀랍게도 숙명의 결투 업데이트에서 가면무사 아르카나 등급 특별 스킨인 '검기의 유산'에 한하여 WWE에서 활동 중인 프로 레슬러 사모아 조가 음성 녹음에 기용됐음을 밝혀졌습니다.

이 역시 처음에는 비전문 성우의 더빙인지라 여러모로 우려를 샀지만 사모아 조는 이전부터 여러모로 비디오 게임과 같은 서브 컬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도를 자랑해왔던 인물이고 실제로 레슬링 선수로서는 마이크웍 방면에서 정평이 나있던지라 걱정과 달리 인게임에서 신비롭지만 위험한 인물이라는 가면무사의 오리지널리티는 물론 선조의 영혼이 함께한다는 설정의 다중음성 연기까지 안정된 발성으로 잘 소화해서 매우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사모아 조 본인 스스로가 열혈 게이머다 보니 음성 녹임에도 분명히 큰 공을 들였을 게 뻔합니다

■ 지나가던 일반인 : 아, 이건 좀...


KOF를 넘어서 SNK 세계관의 아이돌이라고 봐도 무방한 그분

아사미야 아테나는 주요 출연작인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이하 KOF)에서 전 세계의 팬들에게 아이돌로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매번 출장할 때마다 코스튬과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변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죠.

시리즈 4번째 작품인 KOF 98부터 '이케자와 하루나'로 전담 성우가 고정되기 전까지는 매해 성우를 갈아치운 것도 꽤나 유명한 이야기인데요. KOF 95부터 KOF 97까지는 당시 제법 인기를 끌었던 가수 치하루 타이라나 특수효과촬영 드라마에서 주연 배우였던 사토 타마오, 크리스 유키나 등이 비전문 성우로서 더빙에 참여한 이력이 있습니다.


시리즈별 아테나 음성 모음 영상, 다들 하나같이 현재 전담 성우인 이케자와 하루나가 최고라는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SNK는 본래 대대로 비싼 성우를 좀처럼 기용하지 않는 풍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가운데 이런 연예인 위주의 캐스팅은 다소 뜻밖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아테나가 SNK 세계관 내에서 최고의 인기 아이돌이라는 설정을 고려하면 현실을 반영한 이런 더빙 정책이 무작정 나쁜 선택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문제는 이들의 연기력이 전문 성우에 훨씬 못 미쳤다는 점입니다.

당시에 연기지도가 부족한 것인지 연출력이 부족한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매번 그 결과물은 최악이라 악평을 들었습니다. 한참 뒤의 후속작인 KOF 14에서 각 캐릭터 담당 성우를 다른 전문 성우로 교체했음에도 욕을 바가지로 먹었는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기도 전인 그 옛날에 비전문 성우를 썼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불필요하겠죠.


사실 모두가 기억하는 GBA-NDS 초기작의 "이의 있음!"은 원래 비전문 성우인 디렉터의 자체 더빙이었습니다

나루호도 류이치 또한 이런 게임 바깥의 입김으로 성우가 교체되면서 원성을 산 케이스입니다. 원래 초기 시리즈까지만 해도 나루호도 류이치의 전담 성우는 역전재판 시리즈의 디렉터인 캡콤의 타쿠미 슈였고 이후 전문 성우인 콘토 타카유키에게 배역을 위임하며 매끄러운 교체가 진행되는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역전재판 시리즈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타쿠미 슈가 단순히 실사영화판 역전재판에서 보여준 연기력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레이튼 교수 vs 역전재판에서 나루호도 류이치 배역 성우를 나리미야 히로키에게 넘기면서 논란이 되고 말았습니다.

배우로서의 연기와 성우로서의 연기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었으며 2대 전담 성우였던 콘도 타카유키는 게임 출시 전 광고 영상분까지 나루호도 류이치의 음성을 전부 녹음해놓고 정작 본편에서는 배역을 빼앗기는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죠.


물론 성우로서의 연기가 별로였을 뿐 영화판에서는 충실한 재현도와 더불어 좋은 연기력을 보여줬으니 오해하는 일 없으시길

■ 내부 직원 로그인 각도 좁혀야


발로 한 번역과 직원이 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전문 성우의 더빙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역작 한국어판 하프라이프

하프라이프, 문명 5처럼 배우, 가수와 같은 값비싼 대체재로 비전문 성우 더빙을 진행하기는커녕 내부 직원이 음성을 녹음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일부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그 결과물의 아스트랄함 덕분에 유저들의 분노는커녕 허탈한 웃음을 부르고 있어 두고두고 밈으로 소비되고 있는 처지인데요. 희한하게도 두 작품의 한국어화와 유통을 담당한 회사가 넥슨, 2K 게임즈처럼 시간과 자본 등 어른의 사정에 흔들릴 이유가 없는 곳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정말 미스터리한 결과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의↗궁궐에↘당도한 것을→환영하오↘낯↘선↗이여↘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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