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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91] 전략 디펜스와 덱빌딩, RPG의 절묘한 만남! 보드엠 '정령섬'

작성일 : 2019.10.11

 


보드엠 신작 '정령섬' = 게임조선 촬영

보드게임은 크게 승부를 가리는 게임은 경쟁 게임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해결해 나가는 협력 게임으로 나눌 수 있다.

경쟁 게임은 흔히 알고 있을 법한 순위를 정하는 게임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할리갈리'나 '부루마불'부터 시작해 다양한 전략 게임이 이러한 경쟁 게임이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협력 게임은 마치 엔딩이 있는 콘솔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공동의 목표를 클리어하는 게임이다. 서로 간에 가지고 있는 정보나 물품을 이용해 함께 상황을 클리어하는 게임으로 단순한 카드 게임부터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형태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보드엠이 선보인 '정령섬'은 협력 게임에 좀 더 전략적인 요소를 가미한 게임으로, 게임성뿐만 아니라 독특한 테마 덕분에 2017년 첫 발매 이후 해외 보드게임 랭킹 사이트인 '보드게임긱'에서 상위권에 꾸준히 랭크하고 있다. 덕분에 국내에서도 발매 전부터 보드게이머 사이에서 꾸준한 관심을 모아왔다.

여러 이슈로 인해 발매가 늦어졌으나, 최근 보드엠 사이트를 통해 선주문을 시작했고, 선주문 이틀 만에 판매가 종료되는 등 협력 보드게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게임조선에서는 보드엠의 신작 '정령섬'을 직접 플레이해 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 독특한 테마 눈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정령섬의 테마다. 대부분의 게임이 인간 관점에서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정령섬은 반대로 자연의 관점에서 파괴와 오염을 일삼는 인간에게 재앙을 일으키는 정령의 관점에서 플레이하게 된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에 앞서 정령을 하나 선택하고 해당 정령으로 섬을 침략하는 인간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식의 게임 진행이 이뤄진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정령이지만 재해 영화에서 볼 수 있듯 정령의 재해를 뚫고 꿋꿋이 침략해오는 인간 탓에 게임에 익숙하지 않으면 막아내는 데 급급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섬에 배치되어 있는 침략자들과 원주민들 = 게임조선 촬영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정령의 수에 따라 섬 크기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섬 보드판은 4개까지 있으며, 1인 플레이 시 1개, 4인 플레이 시 4개의 보드판을 사용해 게임을 진행한다. 인원이 증가할수록 오히려 난이도가 높아지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정령마다 자신의 고유 영역이 있으며, 타 정령의 영역에도 자신의 현신을 확장해 플레이할 수 있어 난이도가 높아지는 만큼 좀 더 단결된 협력이 필수적이다.

◆ 정령과 시나리오에 따른 새로운 재미

정령섬은 게임에 매 게임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리플레이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차별화된 정령이다. 게임 내 기본으로 8종류의 정령과 프로모 1종류의 정령까지 합쳐 총 9종류의 정령을 제공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특별 규칙과 내재된 능력, 전용 카드 등을 들고 시작하기 때문에 플레이마다 새로운 정령으로 새로운 전략을 경험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9종류의 정령 중 1개를 선택해 플레이한다 = 게임조선 촬영

각 정령은 능력 자체가 극과 극으로 다르기 때문에 플레이 양상이 크게 달라지며,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게임 진행 시 정령 조합에 따른 상황도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정령 외에도 상황에 변주를 줄 수 있는 '시나리오'와 '왕국'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협력 요소를 좀 더 강화하고 인간들의 특성을 적용시켜 게임의 난이도와 리플레이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 전략 디펜스와 덱빌딩의 결합

정령섬은 인간이 끊임없이 침략해오고, 플레이어는 정령이 되어 승리 조건이 만족될 때까지 계속 버티는 '디펜스' 형식의 게임이다. 재미난 점은 인간의 행동에 패턴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정복, 건설, 탐험의 3단계로 행동한다. 이에 따라 A 땅에서 정복이 일어난 시점에서 B 땅은 건설, C 땅은 탐험이 이뤄지며, 1턴이 지나면 B 땅에는 정복, C 땅에는 건설, D 땅에 탐험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탐험 지역을 알 수는 없지만 추후 건설과 정복이 이뤄지는 땅은 알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패턴을 분석하고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게임의 흐름을 보여주는 보드판 = 게임조선 촬영

적의 행동 패턴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점, 적이 매 라운드 계속 공격과 증식을 한다는 점에서 디펜스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인간들의 러시를 막는 것은 바로 '카드'다. 정령은 기본적인 능력 카드 4장을 받고 시작하며, 게임을 진행하면서 성장이나 능력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핸드의 카드 풀을 늘리고 강력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핸드의 사용 방식은 만두게임즈의 '센추리'와 유사하다. 덱빌딩 형태의 게임이지만, 덱을 랜덤으로 뽑는 게임이 아니라, 덱을 구성한 카드를 모두 손에 들고 게임을 진행한다.

이후 발동한 카드를 한곳에 모아두었다가 '카드 되찾기' 성장으로 다시 카드를 되돌리는 방식으로 재활용한다. 카드 되찾기는 정령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타 성장에 비해 정령 자체의 스펙을 올려주는 '현신' 능력과 상충돼 갈수록 후반 난이도를 높여준다. 이 때문에 덱 구성을 보다 유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드 되찾기를 많이 사용하다보면 현신을 제대로 못해 위력이 약해질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 성장의 재미

정령섬은 '레벨업'을 하는 재미가 있다는 점도 하나의 큰 특징이다. 매 턴 정령은 여러 성장 방식 중 하나의 테크트리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서 성장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핵심은 정령의 성장과 현신의 배치가 함께 이뤄진다는 점이다. 각 정령은 정령 보드 위에 자신의 능력을 현신 디스크로 막아두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자신의 현신을 섬 보드에 배치할 때, 정령의 능력은 좀 더 강화된다. 능력에는 기본적으로 습득 에너지양과 한 턴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의 개수 등이 있다. 이는 후반으로 갈수록 일파만파 늘어나는 침략자를 제대로 응징하기 위해 더 많은 카드를 사용해야 하는데, 카드의 제한과 코스트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수 관문이라 할 수 있다.


디스크가 열릴 때마다 레벨 업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또한, 대부분의 능력 카드는 자기 정령의 현신으로부터 일정 범위 내의 대상에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섬 보드에 자신의 현신이 늘어날수록 유동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여러 성장 중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하는 일종의 '테크트리' 형태를 띠고 있는 셈이다.

◆ 협력의 재미

정령섬은 인원이 늘어날수록 보드판을 늘려야 하고, 그에 따라 닿는 면적이 늘어나 침략자의 침략 루트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1인플에 비해 다인플이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대개 자신의 시작 보드를 방어하며 게임을 진행하지만, 정령의 특성에 따라 공격에 치우친 플레이 혹은 수비에 치우친 플레이 등 여러 부분에서 변수가 있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신의 섬을 자기 스스로 방어하면서도 다른 플레이어와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함께 게임오버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안 좋아지면 막는데 급급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대개의 협력 보드게임이 게임을 잘 아는 유저가 모든 상황을 취사에 맞게 조정해 혼자 즐기는 듯한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정령섬은 일단 자기 섬은 자기가 막고 본다는 개념이 있어 협력 게임이면서도 각자 나름대로의 타당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개념이 '룰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꼭 이래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게임 자체가 그러한 형태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령섬은 무조건 어떤 식으로 해서 타파해야 한다는 정답의 개념이 아닌 자신은 이렇게 막을 수 있으며, 이 정도를 도와줄 수 있다는 개념으로 플레이어 각자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협력 게임이다.


게임오버까지 단 두개! = 게임조선 촬영

◆ 기묘한 운 요소

협력 게임을 싫어하는 플레이어는 그 이유 중 '운'을 손꼽는 경우가 많다. '데드오브윈터'나 '엘드리치호러', '안도르의 전설', '좀비사이드' 등 많은 협력 게임이 주사위를 이용한 운에 기댄 운영을 많이 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이 생각한 수를 통제할 수 없는 요소로 방해하는 주사위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편이다.

하지만 정령섬은 이러한 운 적인 요소를 상당 부분 배제해 전략성을 강화했다. 정령섬에서는 운 적인 요소로 '침략 루트'와 '공포 카드', '능력 카드 획득'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침략 루트는 침략자의 탐험 루트를 랜덤하게 해주는 요소로 게임의 리플레이성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다. 매 게임 변화하는 적들의 공격 루트를 확인하고 플레이어는 이에 따라 방어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3세대로 구분되어 있는 침략 루트에 따라 세대별로 동일한 공격 루트가 안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좀 더 전략적으로 현신 배치 등을 할 수 있다.

공포 카드는 침략자에게 공포감을 심어줘 게임의 승리 조건을 완화시켜주고 보너스를 제공하는 랜덤 요소로, 일종의 '요행'을 제공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전략과는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악몽 카드에 따르 승리조건이 점차 완화된다. = 게임조선 촬영

마지막으로 능력 카드는 게이머의 전략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좀비사이드 같은 게임에서 어떤 아이템을 뽑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것처럼 상황에 맞지 않는 카드를 뽑게 되면 한 턴을 버리는 셈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정령섬은 이러한 부분에서도 운 적인 요소를 어느 정도 배제한 플레이 방식을 보여준다. 능력 카드를 획득할 때에는 1장을 뽑는 것이 아니라 4장을 뽑고 카드 1장을 선택해 뽑는 방식을 채용해 극적으로 덱이 말리는 상황을 배제하고 있다.

덕분에 주사위에 의존하는 많은 협력 게임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 그래서 실제로 해본 평은요

- R기자: RPG+디펜스+전략+덱빌딩! '재미있는 요소만 모았다' 희망편!
- N님: 익숙해질수록 더욱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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