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게임의 홍수 시대다. 과거 콘솔 게임 하나가 발매일이 결정되면 발매일까지 조마조마하며 게임을 기다리던 시절은 가고 집에서 클릭 몇 번으로 게임을 즉시 다운 받을 수 있는 시대다. 아니 이제는 모바일 게임 1인 개발시대까지 도래하며 그야말로 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변화를 겪었다.

 

 

게임이 많아질수록 소비자 역시 게임을 빠르고 간결하게 즐기려 한다. 과거 MMORPG가 득세하던 때에는 아이템 하나를 얻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레이드를 가며 자신의 아이템을 기다렸다면, 지금은 그러한 파밍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단기간에 재미를 보는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아이템 획득을 위해 하는 '파밍'은 자동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모바일로 넘어갔다. 장기간 앉아 플레이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은 단기간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추구하고, 어디서든 간간히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 오히려 재미없는 파밍 부분을 자동으로 해결하고 끈덕지게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이 되었다. 그만큼 게임은 우리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디지털 게임의 변화 속에서 변화한 게임과 맞지 않는 유저들의 탈주가 이어지고 있다.

 

유저들의 탈주는 다양한 방면으로 이어졌다. 빠른 속도감, 단순한 반복 파밍, 반복 대결에 질린 유저들은 스팀이나 콘솔 등으로 탈주했다. 마치 혼밥러와 같이 집에서 나홀로 게임하는 것이 일상이 되버린 사람들은 남들과 함께 할 만한 '놀이'를 찾기도 한다. 덕분에 패스트 푸드에 질린 사람들이 슬로우 푸드를 찾듯 보드게임 역시 일반 게임과는 다른 매력으로 또 한번의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실 보드게임 붐은 오래전에도 왔었다. 2000년대 초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PC방에 이은 새로운 트렌드로 보드게임 카페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당시 보드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그리 높지 않아 파티게임 위주의 단순한 게임만이 주로 플레이됐다.

 

물론 당시 유행하던 즉흥적인 파티게임 역시 분명 완성도가 높고 충분히 베스트셀러에 들 명작들이지만, 반복적인 플레이와 비교적 많은 인원수가 모여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디지털 게임 문화와 비교했을 때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단점임은 자명했다. 결국 그 많던 보드게임 카페는 게이머들에게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런 보드게임이 다시금 수면위로 고개를 든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교육'과 '인터넷'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자주 열리는 보드게임페스타나 보드게임콘에 가면 꼭 등장하는 테마가 바로 '교육'이다.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면서도 논리적인 사고, 의사소통 능력, 창의적인 발상 등을 다양한 긍정적인 작용이 많다고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보드게임 관련 행사에서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 형태의 관람객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세 먼지 등으로 야외 활동의 제약이 많아지면서 학교 내에서도 교구로써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경우도 대폭 증가했다. 특히, 코딩 교육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면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코딩 교육을 현실로 옮긴 교육용 보드게임이 다수 등장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역사나 경제 등 아이들에게 지루할 수 있는 테마를 재미있게 적용하는 등 지속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보드게임 교육 열풍에 맞춰 '기능성보드게임지도자', '청소년 창의체험지도사' 등 다양한 자격증과 교육과정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교육 열풍과는 별개로 '인터넷' 역시 보드게임의 발전과 관심에 한 몫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수많은 블로그나 카페가 생겨나며 정보 교류의 폭이 증가했다. 단순히 플레이어끼리의 정보 교류 뿐 아니라 좀 더 전문적인 해외 보드게임 정보가 유입되며 나름대로의 커뮤니티까지 활성화되며 보드게임 플레이어의 폭이 넓어졌다. 이제는 웬만한 보드게임은 검색으로 바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구매 역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손쉽게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인터넷과 맞물려 번개, 정모 문화가 발전하면서 좀 더 깊게 파고드는 보드게임 유저의 네트워크가 굳건해진 것이 보드게임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에는 각종 동호회 모임을 지원하는 모바일 앱까지 등장하며 상승세를 펼쳐가고 있다.

 

 

지금의 보드게임 열풍은 단기적인 열풍이 아닌 장기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교육과 융합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아가며 전문적인 보드게임이 매니아의 감성을 자극하며 여러 갈래로 진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사회적으로 혼밥 이후 함밥 트렌드까지 생기면서 사람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열망도 증가한 덕에 디지털화된 취미이 팽배한 지금 얼굴을 맞대고 즐길 수 있는 능동적인 취미 생활로써 자리잡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