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게임을 즐기는 일반적인 이유는 사회에서 쌓인 각종 스트레스 해소 및 현실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성취감을 느끼기 위함이다.

최근 온라인 게임이 주를 이루면서 현실 사회와는 또다른 사회를 형성하고 인간 관계를 맺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그 친밀도가 높아져 실제로 만나 모임을 가지는 등, 현실 사회에 영향을 끼치기는 하나, 여전히 현실과 게임을 독립된, 격리된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사소한 행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통해 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더 나아가 누군가의 삶의 질을 바꾸는 사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세계적 흥행작을 내놓은 '블리자드'사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하 와우) 이벤트'가 있다. 와우는 매해 연말, 게임 내 애완동물을 판매하고 이를 통한 수익금을 기부해온 것.

와우의 자선 이벤트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초대형 태풍 '샌디' 구호와 '에볼라' 구제, 난치병 어린이 돕기 등 다양한 자선 활동에 참여하면서 게임이 아닌 현실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매 연말마다 특별 애완동물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게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 즉, 게임의 역기능에 대해 걱정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블리자드사의 와우처럼 게임을 통해 현실 사회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게임의 목적 자체가 사회 공헌 및 기부 활동인 작품도 있는데, 게임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플레이어는 즐거움을 얻고 플레이어의 행동으로 현실 사회에 작은 도움이 되는,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사례를 모아봤다.

 

애프터데이즈는 국내 소셜벤처기업인 'GamBridzy'가 2015년 4월 25일에 네팔에서 발생한 네팔 대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기반으로 제작했다. 애프터데이즈는모바일 RPG와 어드벤처가 결합한 장르로, 게임의 주인공인 '아샤'가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버린 마을에서 피해자를 돕고 다시금 마을을 복구하는 스토리를 가졌다.

애프터데이즈의 게임 작가와 일러스트는 실제로 네팔 현지에 방문해 직접 조사를 진행하는 등, 게임 제작에 지진 발생 이후 그들의 실제 상황과 진짜 이야기를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의 이야기는 공영방송 EBS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2017년 2분기 '이달의 우수게임 착한게임 부문'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현재 애프터데이즈는 유료 어플리케이션으로 판매 중이며, 애프터데이즈 어플리케이션의 손익분기점을 넘은 이후 수익금의 20%는 네팔 지진으로 인해 보금자리를 잃은 아이들의 임시 학교를 짓는 데에 쓰여질 예정이다.

 

'세이브텍 게임즈'의 '기부천사 냥군'은 모바일 리듬 액션과 런게임을 접목시킨 아케이드로, 게임 플레이를 통해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기부가 되도록 제작되었다.

게이머는 고양이 산타가 되어 집집마다 선물을 배달해야 하며, 일정 수 이상 실수없이 배달에 성공할 경우 피버 모드가 작동한다. 피버 모드를 통해 게이머는 박진감있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또, 플레이를 통해 벌어들인 재화로 각종 고양이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글로벌 랭킹 시스템으로 타 게이머와 경쟁이 가능하다.

특정 고양이 캐릭터 및 아이템 구입을 위해서는 인게임 광고를 시청해야 하나, 해당 광고를 시청할 때마다 기부포인트가 쌓여 소외 계층에게 전달된다.

 

'벅스박스'의 모바일 퍼즐 게임 '쌀팡'은 우리 쌀 소비촉진을 위해 출시되었으며, 단순한 조작과 육성의 재미를 두루 갖춰 몰입감을 한층 높였다. 쌀팡은 국내 실제 쌀 생산 지역의 벼를 지키는 게임으로, 자신이 획득한 쌀을 기부할 수도, 그리고 자신이 직접 받을 수도 있는 유익한 게임이다.

쌀팡의 개발사인 벅스박스는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의 창업보육 업체로 선정돼 해당 게임을 개발했으며 지난해 '농식품 파란창업 아이디어 캠프 경연대회'에서 우리 쌀 소비촉진 가능성 부문 창안상을 수상받은 바 있다. 실제로 개발사의 대표는 농업인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쌀 시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가까이 접할 수 있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쌀팡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게임의 진행은 단순하다. 게임 동일한 색상 및 모양의 블럭을 움직여 가로 및 세로로 맞추면 터지게 되고, 해충을 공격해 처치한다. 게임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쌀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각 게임 캐릭터마다 쌀 지급량 증가 및 황금쌀 생성 확률 증가 등의 특수 능력을 지녔다.

현재 쌀팡에서는 수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1톤의 명품쌀 보내기 자선 행사가 진행 중이며, 쌀팡의 플레이어가 자신이 게임 내에서 획득한 쌀 1004개를 모아 총 1000명이 응모하면 청주의 수재민들에게 1톤의 명품 쌀을 전달한다. (2017년 8월 22일 기준)

 

게임 '트리플래닛3'는 트리플래닛 프로젝트 일환으로, '트리스토리'부터 '트리플래닛2'까지 존재한다. 트리플래닛은 국내를 넘어 태국과 중국, 캄보디아, 인도, 남수단 등 세계 각국의 정부 기관 및 NGO 단체와 협정서를 체결하고 훼손된 지구의 숲을 가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트리플래닛3는 단순한 모바일 디펜스 캐주얼 게임으로, 2014년에 출시해 이미 1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게임은 재난몬스터의 끊임없는 습격으로부터 영웅나무와 아기나무 수비대를 맵에 배치해, 재난몬스터가 아기나무에 도달하기 전에 막아내는 형태다.

실제로 나무를 모두 키우면 나무가 심어지고, 게임 상에서 나무를 키운 플레이어의 이름이 새겨진 사진을 플레이어의 메일로 전달된다.

 

비영리단체 'Rice Bowls'에서 개발한 '헝거크런치'는 모바일 횡스크롤 런게임 장르로, 전세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기아를 위해 개발된 사회 공헌 게임이다. 'Facebook's 2015 Social Good App of the Year'에 선정된 바 있으며, 인앱 구매 시 굶주림에 지친 어린이들에게 자동으로 기부되는 방식이다.

게임은 주인공이 앞으로 달리면서 캔디 코인을 최대한 많이 획득하는 형태다. 캔디 코인은 점프 강화 및 속도 강화 등에 필요한 아이템 구입에 사용된다. 아기자기한 주인공 캐릭터,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귀여운 동반자는 어린 아이도 쉽게 매력을 느낄만한 포인트며, 게임을 통해 기부의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작품은 모두 모바일 기기 기반의 게임이었으나 이번 '아이호프'는 비디오 게임 'Xbox One'을 기반으로 하며, 소아암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 및 교육 연구소, 자선 단체가 협력해 제작한 인디 게임이다.

게임의 타이틀명이자, 주인공인 '호프'. 호프는 자신의 고향에 병충해를 몰고 들이닥친 괴물과 맞서 싸우는 내용으로, 여기서 괴물은 암을 의미하고 호프는 암과 투병 중인 여리지만 용감한 아이다. 게임 장르는 액션 어드벤처이며, 흡사 명작 타이틀인 '젤다의 전설'을 닮아 있다.

아이호프는 올해 출시 예정이며, 게임의 수익금 전액을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회 공헌 게임은 개인의 즐거움, 그리고 이윤을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문화 플랫폼을 통해 사회에 크게 이바지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밝은 미래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자선 활동, 우리가 쉽게 접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시작한다면 더욱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