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말, 한해동안 쌓인 연차가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뭘할까 생각하다가 해외여행이 눈에 들어왔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기에 이틀 정도 연차를 붙이면 괜찮은 날짜가 될 것 같았다.   

바로 어디를 갈지 알아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으로 결정했다. 기름기 많은 중국음식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 내게 가까운 해외는 일본 밖에 없었다.

비행기표를 알아보니 후쿠오카가 가장 빠르고 저렴했다. 초등학생 시절 가족과 함께 일본횡단여행을 떠난 적 있었지만 후쿠오카는 들르지 못했기에 가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아무런 계획도 짜지 않았다. 전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셨다. 그냥 배낭 메고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었다.    

다음날 11시 3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찌감치 일어났다. 간편한 짐으로 홍대에서 공항철도에 올랐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 해외출장 외에는 외국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고 창밖을 보며 조금 설레기도 했다.

도착해 면세점에서 가방을 하나 구입하고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에서 후쿠오카까지는 약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후쿠오카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짧게 타서인지 여행 온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하철 역으로 가는 버스에 타 오른편의 버스기사 운전석을 보고서야 일본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도심의 시작인 하카타역에 도착했다. 이날은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공연 같은 행사도 많았고, 인파도 굉장히 북적거렸다.

인파를 헤치고 바로 하카타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라멘집으로 향했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기름기 많은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 라멘이 별로라는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왕 온 거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라멘은 예상외로 너무 얼큰하고 맛있었다. 면은 꼬들꼬들했고 고기와 파가 들어있어 설렁탕 같았다. 비행기에서 간단한 기내식을 먹었지만 이 라멘은 국물까지 모두 비웠다. 물론 모든 일본 라멘이 이같지는 않을 것이지만. (790엔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라멘집이 있었던 쇼핑센터를 둘러보며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면세점에서 가방을 구입하는 바람에 배낭이 두개가 되버렸다. 하나를 놓고 다니기 위해 먼저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숙소는 나카스카와바타라는 번화한 역 주변에 있었다. 붐빌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한적했다. 숙소 주변엔 요즘 즐겨하는 '오버워치'의 하나무라 맵을 연상시키는 분홍색 자판기도 있었다.

첫 숙소는 IP호텔이다. 사진은 없다. 그냥 좁지만, 혼자 지내기엔 괜찮은, 일본 풍의 깔끔한 방이었다. 

짐을 풀고 거리로 나왔다. 오후 4시쯤 됐기 때문에 첫 날은 번화가인 텐진 지하상가와 쇼핑의 메카인 캐널시티를 둘러보고,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에서 저녁과 맥주를 먹기로 마음 먹었다. 

첫 번째 여행기는 여기까지다. 짧아서 미안한 마음이다. 여행기를 쓰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잡아먹는다. 일하다가 틈틈히 두번째, 세번째 여행기를 올리겠다.

아, 참고로 이 여행기에 게임 관련된 사진이나 이야기는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