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사가 흥행작 하나를 만드는 것과 그 성공 경험을 다음 작품까지 이어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2026년 넥슨게임즈에는 서비스 21년을 넘긴 '서든어택'과 확고한 글로벌 서브컬처 팬덤을 구축한 '블루 아카이브', 출시 2년 차에 접어든 '퍼스트 디센던트'가 동시에 서비스되고 있다. 그 옆에서는 '파레이돌리아', '우치 더 웨이페어러',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등 장르와 성격이 크게 다른 신작도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 넥슨게임즈를 바라볼 때 중요한 질문은 신작의 숫자가 아니다. 기존 작품에서 얻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개별 제작진에게 머무는지, 아니면 다음 게임의 경쟁력을 높이는 회사의 개발 역량으로 축적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파레이돌리아'다. 김용하 IO본부장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블루 아카이브 인력을 신작 개발로 이동시키는 방식을 최대한 지양하고 신규 채용을 통해 양쪽 조직을 함께 확대했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흥행작의 개발 인력을 전환 배치하여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대신 기존 조직은 유지하면서 그 주변에 새로운 개발 조직을 만든 셈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사람을 얼마나 공유했느냐보다 무엇을 경험으로 공유했느냐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 살펴본다면 파레이돌리아가 블루 아카이브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작품은 아니다. 블루 아카이브가 이야기와 연출을 통해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만들었다면, 파레이돌리아는 언리얼 엔진5 기반의 3D 공간에서 '메이츠'와 함께 생활하고 관계를 쌓는 방식의 생동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형식은 달라졌지만 캐릭터를 좋아하게 만들고 그 관계를 게임을 계속해야 할 이유로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는 것이다.
오는 9월 도쿄게임쇼 2026에서 진행되는 첫 공개 시연은 이러한 차이가 실제 플레이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지금까지 캐릭터와 세계관을 중심으로 보여줬던 파레이돌리아가 블루 아카이브에서 얻은 경험을 얼마나 다른 플레이 방식으로 발전시켰는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넥슨게임즈가 축적하고 있는 경험은 서브컬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서비스 21주년을 맞은 서든어택은 오래된 이용자가 익숙하게 느끼는 게임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콘텐츠와 시스템을 계속 추가해야 한다. 최근에는 2대2 파티 랭크전과 거래 콘텐츠, 해상도 개선 등 기존 게임의 틀을 크게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서비스 2년 차인 퍼스트 디센던트는 캐릭터와 장비를 획득한 이용자가 이후에도 게임에 남을 수 있도록 파밍과 성장 구조를 보완하고, 상위 전투 콘텐츠와 새로운 플레이 목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서든어택이 '무엇을 바꾸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퍼스트 디센던트는 '무엇을 더 빠르게 바꿔야 하는가'를 계속 재고하며 판단하고 있다. 이용자의 이탈 원인을 파악하고 각 게임에 맞는 방식으로 구조를 수정하는 경험 자체가 넥슨게임즈의 또 다른 자산이 되는 셈이다.
한편, 또 다른 신작에서는 지금까지 없던 경험까지 쌓고 있다. '우치 더 웨이페어러'는 조선 판타지를 소재로 한 싱글 플레이 액션 어드벤처다. 개발진은 한국적인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문화재 답사와 전문가 협업을 진행하고, 한복과 건축, 인물의 얼굴을 실시간 3D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 제작 방식을 우치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퍼스트 디센던트의 전투 시스템을 파레이돌리아에 가져올 수도 없다. 그러나 작품을 만들며 축적한 R&D와 제작 파이프라인, 테스트 방식, 이용자 피드백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여러 독립적인 스튜디오가 각자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라는 대체하기 어려운 자산은 회사 안에 남겨 쌓아가는 것. 넥슨게임즈가 다양한 장르를 동시에 개발하는 구조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결국 2026년 넥슨게임즈의 여러 작품은 서로 다른 질문을 받고 있다. 서든어택은 20년 넘은 게임을 어떻게 계속 바꿀 것인지, 퍼스트 디센던트는 글로벌 이용자를 어떻게 장기간 붙잡을 것인지, 우치는 새로운 장르와 소재를 어떤 제작 방식으로 완성할 것인지 시험하고 있다.
그리고 파레이돌리아는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IO본부가 블루 아카이브를 통해 쌓아온 '캐릭터를 좋아하게 만드는 경험'을 RX스튜디오가 전혀 다른 3D 게임에서 어떤 형태로 풀어냈는지를 보여줄 차례라는 것이다.
흥행작이 있다는 사실이 다음 게임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떤 선택이 이용자를 남게 했고 무엇이 실패했는지를 조직이 기억하고, 이를 다음 작품에 맞게 다시 활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좋은 게임을 한 번 만든 개발사에서, 좋은 게임을 다시 만들 가능성이 높은 개발사로 갈 수 있는가. 2026년 넥슨게임즈를 바라볼 때 신작의 숫자보다 주목할 부분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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