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조선' X '덕후브' 크로스!서브컬처 산업 전반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달하기 위해 외부 필진의 글을 소개합니다.진짜들을 위한 이야기, '덕후브'에서 준비한 특별한 콘텐츠를 확인해 보세요.[편집자 주]

"프랑스가 드래곤볼 테마파크를 만든다."
일본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국민 만화급 인기를 누린 '드래곤볼'이 드디어 유럽에 대형 테마파크를 갖는다. 투자액은 무려 60억 유로(약 9조 4천억 원).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서 "디즈니랜드 이후 전례 없는 규모"를 강조했다.
그런데 며칠 뒤 일본에서 이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허락한 적 없는데?"
도에이 애니메이션(Toei Animation)은 프랑스 드래곤볼 테마파크 보도와 관련해 자신들은 물론 관련 권리자들도 해당 사업에 어떠한 라이선스 허가도 내주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잉? 대통령까지 발표했는데 원작 쪽은 모른다고?
여기서 이야기가 급격히 재미있어진다.
다만 인터넷에서 한 발 더 나가 퍼지고 있는 '프랑스가 허가도 없이 드래곤볼 놀이공원을 이미 짓고 있었다'는 이야기 역시 정확하지 않다.
시간 순서대로 뜯어봤다.
2024년 3월 22일
진짜 '공식 드래곤볼 테마파크'는 사우디에서 먼저 발표됐다.
사우디아라비아 키디야 시티(Qiddiya City)에 건설 중인 드래곤볼 테마파크다.
2024년 3월 22일 키디야 인베스트먼트 컴퍼니(Qiddiya Investment Company·QIC)와 도에이 애니메이션은 세계 최초의 드래곤볼 테마파크 건설을 공식 발표했다.
키디야 시티 내 50만㎡가 넘는 부지, 7개의 드래곤볼에 영감을 받은 7개 테마 구역, 30개 이상의 어트랙션, 높이 약 70m의 신룡과 그 내부를 통과하는 대형 롤러코스터까지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우디 키디야 시티 홈페이지에 기록된 드래곤볼 테마파크 프로젝트.
출처=키디야 시티 홈페이지
출처=키디야 시티 홈페이지
드래곤볼 공식 사이트에도 발표됐고 저작권 표기도 버드 스튜디오·슈에이샤·도에이 애니메이션으로 명확하게 붙었다.
도에이의 IR 자료에는 한술 더 떠 도에이의 역할을 아예 '테마파크 건설에 대한 라이선스 허가'라고 명시한다.
즉 사우디 파크는 처음부터 권리자와 손잡은 정식 프로젝트다.

드래곤볼 오피셜 사이트에도 해당 내용을 발표했다.
출처= 드래곤볼 오피셜 사이트
2026년 7월 말~8월 초
갑자기 프랑스판 드래곤볼 파크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2026년 7월 31일부터 프랑스 현지 언론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파리 북서쪽 발두아즈(Val-d'Oise)의 쿠르디망슈(Courdimanche), 정확히는 1991년 문을 닫은 옛 놀이공원 미라폴리스(Mirapolis) 부지에 사우디 자본이 대형 테마파크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테마가 '드래곤볼'이라는 보도였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7월 31일 '미라폴리스를 드래곤볼 파크로 대체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황당한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고 8월 초까지 관련 기사가 연이어 나왔다.
중요한 건 이때도 아직 '건설 확정'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2026년 8월 18일
프랑스 국민의회는 8월 18일 공식 등록된 서면질의 17774호를 통해 테마파크에 대해 '협상중'이라고 기록돼있다.
문서에는 프랑스 정부가 QIC와 약 50만㎡ 규모 복합 레저시설 건설을 협상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공론화를 최종 결정 전에 진행할 것인지 정부에 묻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이 시점에는 삽을 뜬 게 아니라, "이거 진짜 할 거면 돈은 어떻게 하고, 환경평가는 어떻게 할 건데?" 라고 국회에서 묻고 있던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정식 발표는 아니지만 해당 이슈가 프랑스 국회로 넘어갔다는 점이 중요하다.

출처=프랑스 국민의회 홈페이지
2026년 8월 24일
이 날 프랑스 정부와 키디야의 MOU 체결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회담을 계기로 프랑스 정부와 QIC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그런데 여기서 키디야가 직접 발표한 원문을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QIC는 이번 협약을 프랑스에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복합시설을 개발할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to explore)' MOU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사업 범위, 개발 모델, 계약 구조를 정의하기 위한 공동 작업 단계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필요한 각종 절차와 승인을 따르겠다는 문구도 들어 있다.
이게 '오늘부터 공사합니다'와는 거리가 얼마나 먼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QIC 공식 발표에는 그 어디에도 '드래곤볼'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키디야가 8월 24일 발표한 MOU 관련 발표문 제목.
출처=키디야 공식 홈페이지
2026년 8월 24~25일
그런데 프랑스 쪽에선 이미 '드래곤볼 파크'가 되어 있었다.
마크롱은 세르지-퐁투아즈(Cergy-Pontoise)에 최대 60억 유로가 투입되는 대규모 레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그런데 발레리 페크레스(Valérie Pécresse) 일드프랑스 주의회 의장은 SNS에서 훨씬 더 과감하게 나갔다.
"세 개의 새로운 테마파크, 그중 하나는 드래곤볼을 테마로 한다."
프랑스 뉴스 통신사 'AFP' 보도에도 페크레스가 이 프로젝트를 약 18개월 동안 준비했다고 밝힌 내용이 남아 있다.
하지만 프랑스 대통령실이 8월 25일 공개한 프랑스-사우디 공동성명을 보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공식 문서에는 QIC가 세르지-퐁투아즈에 여러 개의 파크와 호텔·문화·스포츠 시설을 포함한 복합단지를 개발한다는 내용과 약 60억 유로 규모라는 내용은 있다.
그런데 역시 '드래곤볼'은 없다.
표현도 '현재 구상은 최대 세 개의 주요 명소를 포함한다' 정도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렇다.
키디야 공식 홈페이지: 프랑스에 엔터테인먼트 시설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겠다.
프랑스 대통령실 공식문서: 프랑스에 대형 복합시설을 추진한다.
프랑스 지방 정치권: 프랑스에 드래곤볼 온다! 손오공 파크 생긴다!
프랑스 대통령실 공식문서: 프랑스에 대형 복합시설을 추진한다.
프랑스 지방 정치권: 프랑스에 드래곤볼 온다! 손오공 파크 생긴다!

프랑스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테마파크 관련 발표. 드래곤볼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출처=프랑스 대통령궁 홈페이지
2026년 8월 25일
그리고 발표 하루 만에 프랑스 대표 일간지 중 하나 '르몽드'가 핵심을 찔렀다.
복수의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QIC가 프랑스에서 드래곤볼 캐릭터와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르몽드는 특히 프랑스 대통령실과 QIC의 공식 발표문에는 드래곤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즉 이 시점부터 사건은
'드래곤볼 테마파크 건설'
이 아니라
'드래곤볼 테마파크라고 발표했는데 정작 드래곤볼 라이선스가 없다'
로 바뀐다.
2026년 8월 31일
그런데 일드프랑스 지역정부 공식 홈페이지는 8월 31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일드프랑스에 드래곤볼 파크를 포함한 세 개의 새로운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라고 못 박았다.
본문에서도 쿠르디망슈에 드래곤볼 세계관 전용 파크가 들어설 것이며, 지역정부가 이 프로젝트 유치를 위해 18개월 동안 작업했다고 적었다.
이제는 언론의 확대해석이라고만 하기도 어려워졌다.
프랑스 지방정부의 공식 발표 자료에 '드래곤볼'이 박혔기 때문이다.

사우디, 프랑스 대통령실, 지방정부의 불협화음이 여기서 폭발한 셈이다.
출처=일드프랑스 공식 홈페이지
출처=일드프랑스 공식 홈페이지
2026년 8월 31일
같은 날 도에이 애니메이션에서 원기옥을 날린다.
"우리는 허가한 적 없다"
도에이 애니메이션은 '프랑스에서의 드래곤볼 테마파크 건설 보도에 관한 당사의 견해'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내용은 매우 명확하다.
도에이 애니메이션 및 관련 권리자들은 해당 프로젝트에 어떠한 라이선스 허가도 하지 않았으며, 도에이가 파악하고 있는 사실도 없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였다.
프랑스 드래곤볼 파크 기사 등에 사용되고 있던 신룡과 테마파크 조감도, 영상은 프랑스 프로젝트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2024년 3월 22일 QIC와 도에이가 공동 발표한 사우디아라비아 키디야 시티 드래곤볼 테마파크의 공식 콘셉트 이미지였다.
는 내용이다.
2026년 9월 4일
이어서 드래곤볼이 연재됐던 소년점프 출판사 슈에이샤도 "우리와 관계없다"고 밝혔다.
이에 프랑스 언론 'AFP'는 '파리의 테마파크는 아직 드래곤볼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못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슈에이샤(Shueisha) 대변인은 AFP에 자신들은 해당 프랑스 프로젝트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는 답변을 거부했다.'
는 내용의 기사를 공개했다.
'프랑스의 일부 지방 정치인과 언론이 사우디와 프랑스의 MOU를 확대 해석해 드래곤볼 테마파크가 건설되는 것처럼 발표하면서 생긴 헤프닝'
이 프랑스 드래곤볼 테마파크 사건의 전말이다.

도에이 애니메이션은 프랑스 드래곤볼 테마파크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출처=도에이 애니메이션 공식 홈페이지
출처=도에이 애니메이션 공식 홈페이지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사실관계 확인 책임은 기고 당사자에게 있으며,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글 [엉클덕 sakiel601@naver.com] [duckhub.co.kr]
ⓒ기사의 저작권은 게임조선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무단으로 기사 내용 전제 및 다운로드 링크배포를 금지합니다.

승리의여신:니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