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생 인디 개발팀 '스튜디오 화닐'이 청춘 러브코미디 비주얼노벨 '빈 칸을 채워줘#1 : 백지 위를 뒹구는 하얀 퍼즐들'을 8월 31일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했다.
‘빈 칸을 채워줘’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된 비주얼노벨 시리즈다. 이번에 출시된 ‘백지 위를 뒹구는 하얀 퍼즐들’이 첫 번째 이야기이며, 후속 2·3부는 오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작품 자체도 소규모 인디게임답지만 제작 과정 역시 독특하다. 스튜디오 화닐은 기존 상업 게임 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꾸려진 팀이 아니라, 동인 행사에서 주로 2차 창작 활동을 해온 작가들이 핵심 개발진으로 참여했다. 음성 연기 역시 공채 성우 대신 성우 지망생과 언더 성우를 중심으로 캐스팅해 전 캐릭터 풀더빙을 구현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빈칸증후군’이라는 병으로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주인공 이도윤이 있다. 공감을 잃은 지 3년. 도윤은 부모와 친구들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결국 혼자 지내는 삶을 선택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학교의 반장이자 모범생 윤새아가 도윤에게 먼저 다가온다. 새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성실한 모범생이지만, 지루하고 가식적으로 느껴지는 학교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스프레를 취미로 즐기는 학생이다. 도윤은 새아가 일상에서 잠시 도망칠 수 있도록 그녀의 취미 활동에 협력하게 되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살던 자신 역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타인의 마음에 공감할 수 없는 내가, 어떻게 하면 너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상에 빈틈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그 공백을 채워가는 과정이 첫 번째 이야기의 핵심이다.
“난 네가 쓰레기라서 마음에 들어” 도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윤새아 역시 전형적인 ‘모범생 히로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작품 소개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하는 문구부터 “난 네가 쓰레기라서 마음에 들어”다.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도윤과,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생활하면서도 그 틀에서 벗어나려는 새아의 관계를 다소 엉뚱하고 가벼운 러브코미디 방식으로 풀어낸다.
개발진은 작품을 “완전하지 않은 우리들의 러브코미디”라고 소개한다. 밝고 귀여운 비주얼을 앞세우지만 이야기 전체가 마냥 밝지만은 않으며, 결국에는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구성을 지향했다.

윤새아 외에도 학교생활을 함께하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새아의 친구인 진은하, 덕질을 즐기는 문유정,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담임 교사 박은설, 엉뚱한 성격의 이별 등이 도윤과 새아를 둘러싼 일상에 참여한다.
각 캐릭터는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화풍으로 표현됐으며, 상황에 따른 표정 변화와 이벤트 CG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스튜디오 화닐은 특히 캐릭터를 보는 맛을 살리기 위해 전원 풀더빙과 립싱크를 적용했다. 배경 역시 하나의 정적인 이미지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도록 구성했다.
제작진 구성도 ‘빈 칸을 채워줘’의 특징이다. '스튜디오 화닐' 윤재하 대표 겸 PD는 인터넷에서 ‘DANO’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왔으며, 팀의 주요 개발 멤버들도 동인 행사에서 2차 창작 활동을 해온 창작자들이다. 상업 게임 제작 경험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조직을 꾸린 것이 아니라 동인 창작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직접 자신들의 오리지널 비주얼노벨을 만든 사례인 셈이다.
성우진 역시 비슷한 방향이다. 스튜디오 화닐에 따르면 이번 작품에는 공채 출신 성우가 참여하지 않았으며, 성우 지망생과 언더 성우만으로 캐스팅을 구성했다. 그럼에도 게임 전체에는 음성이 적용돼 있으며, 캐릭터의 대사에 맞춰 입이 움직이는 립싱크도 지원한다.
플레이 구조는 비교적 간결하다. 예상 플레이타임은 약 4~5시간이며, 복잡한 선택지를 반복하거나 여러 엔딩을 찾아야 하는 방식보다는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별도의 시나리오 분기도 없다. 다양한 선택지와 엔딩을 반복해서 수집하는 비주얼노벨보다는 캐릭터와 대화, 관계 변화에 집중해 한 편의 청춘 러브코미디를 감상하는 구성에 가깝다.
스튜디오 화닐 역시 신생 팀이 단기간·저예산으로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출시 이후 이용자들이 전달하는 버그와 개선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백지 위를 뒹구는 하얀 퍼즐들’이라는 부제처럼 이번 작품은 ‘빈 칸을 채워줘’ 전체 이야기의 첫 조각이다. 총 3부작으로 이어질 예정이며, 스튜디오 화닐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를 2027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디 및 동인 창작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오리지널 캐릭터와 이야기를 게임으로 옮기고, 신인·언더 성우들과 함께 풀더빙까지 완성했다는 점에서 제작 과정 자체도 작품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빈 칸을 채워줘#1 : 백지 위를 뒹구는 하얀 퍼즐들’은 8월 31일부터 스팀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일러스타페스13을 통해 먼저 이용자들과 만난 스튜디오 화닐이 공감할 수 없는 소년과 평범한 모범생으로만 살고 싶지 않은 소녀의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했다.
[홍이표 기자 siriused@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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