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프레 의상과 메이크업을 배우고, 직접 촬영과 행사에 참여한다. 웹툰과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반려동물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고, 디저트 역시 하나의 전문 직업 교육 영역으로 다룬다.
8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일러스타 페스13' 현장에 조금 특별한 대학 부스가 등장했다. '부산경상대학교'가 'ANCHOR 특성화학과'를 알리기 위해 부스를 마련하고, 서브컬처와 콘텐츠 산업을 실제 대학 전공으로 연결한 교육과정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한 것이다.
부스 전면에는 '뷰티코스프레과·웹툰애니계열'이라는 이름이 크게 걸렸다. 대학 입시 행사에서 흔히 접하는 전공명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안쪽에는 학생들이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일러스트와 캐릭터 굿즈, 키링, 각종 콘텐츠 결과물이 전시됐고, 한편에는 조명과 배경을 갖춘 별도의 코스프레 촬영 공간까지 마련됐다.
부산경상대가 이번 행사에서 소개한 것은 2027학년도 ANCHOR 특성화학과다. 학교가 배포한 팸플릿에 따르면 대상은 뷰티코스프레과, AI웹툰애니계열, AI콘텐츠과, 펫크리에이터과, 스마트디저트과 등이다. 실제 2027학년도 부산경상대의 AI문화콘텐츠스쿨에는 이들 학과를 포함해 라이프미디어영상과와 실용댄스과 등이 편성돼 있으며, 대학은 문화콘텐츠·디지털 기술·라이프스타일 산업과 연결되는 교육과정을 확대하고 있다.

부산경상대는 뷰티코스프레과를 단순히 코스프레를 체험하는 학과가 아니라 코스프레를 콘텐츠 산업으로 교육하는 실무형 학과로 소개한다.
학교 측 팸플릿에서 내세운 방향도 명확하다. 의상 제작과 메이크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제작과 촬영, 행사 참여, SNS 콘텐츠, 굿즈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교육과정 안에 담겠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이를 '국내 최초 코스프레 전문 학과'라고 소개하며, 제작에서 실제 활동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풀라인 학과'를 표방하고 있다.
코스프레를 직업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생각보다 다루어야 할 영역이 넓다. 캐릭터 분석부터 의상과 소품 제작, 헤어·메이크업, 모델링과 포징, 사진 및 영상 촬영, 콘텐츠 편집, 행사 기획과 SNS 운영 등이 서로 연결된다. 행사와 촬영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굿즈나 콘텐츠 사업으로 확장하려면 개인 브랜딩과 마케팅 역시 필요하다.
부산경상대는 바로 이 과정을 하나의 전문 교육 영역으로 묶으려는 모습이다. 학교가 지난해부터 산업 변화와 새로운 직업군에 대응하기 위해 코스프레를 비롯한 문화콘텐츠 분야의 신설 학과를 준비해 왔다는 점도 확인된다. 기존에는 '미디어코스프레과'로 소개됐으며, 2027학년도에는 뷰티코스프레과라는 이름으로 모집이 이뤄진다.
일러스타 페스13 부스는 이러한 학과의 성격을 설명하기에 꽤 알맞은 장소였다. 현장에는 꽃과 천으로 꾸민 촬영 공간과 대형 조명이 설치됐고, 실제 코스어가 포토 모델로 참여했다. 별도로 공개된 포토존 시간표를 보면 '물만두', '스즈키', '아이', '또디' 등 4명의 코스어가 오전과 오후로 시간을 나눠 촬영에 나섰다.
즉, 코스프레를 전공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코스프레 행사가 열리는 공간에 학과가 직접 들어와 포토존을 운영하는 모습을 만들어낸 셈이다.




현장 사진에서도 부스 앞을 지나던 관람객이 촬영 공간에 관심을 보이거나, 코스어를 직접 촬영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러스트와 코스프레가 행사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일러스타 페스에서 학교 입시 홍보를 그 행사 문화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 구성이었다.
바로 옆에 이름을 올린 AI웹툰애니계열 역시 눈길을 끈다. 팸플릿에 따르면 AI웹툰애니계열은 생성형 AI 도구를 웹툰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시나리오 등 창작 과정에 활용하는 것을 교육 방향으로 삼는다. 단순히 AI로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드로잉과 캐릭터 디자인, 애니메이션 제작에 AI 활용 능력을 결합하는 형태다.
구체적인 교육 영역에는 웹툰 드로잉과 캐릭터 디자인, AI 웹툰 제작, AI 애니메이션 제작, 포트폴리오 및 공모전 준비 등이 포함돼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 도구인 '툰붐 하모니(Toon Boom Harmony)' 교육도 강조하고 있다.
학교 측은 AI 융합 교육과 실무 중심 커리큘럼, 전문 장비 및 제작 인프라, 산학협력 네트워크 등을 학과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전공심화 과정이 개설될 경우 학사학위 취득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팸플릿에 담았다.
AI웹툰애니계열은 이미 부산경상대의 신설 학과로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대입정보포털에서도 부산경상대학교의 예체능계열 학과로 등록돼 있으며, 올해 학교는 웹툰·애니메이션·인공지능 분야의 산업체 경력 교원을 모집하는 등 관련 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최근 대학들이 AI 관련 학과를 앞다퉈 만드는 상황에서도 'AI웹툰애니'라는 이름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개발자나 연구 인력보다는 실제 창작자가 제작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도구로 사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 전공이라는 점에서다.


현장에서 대학 부스라는 사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테이블 위의 각종 굿즈였다. 캐릭터가 그려진 키링과 배지, 일러스트 카드와 인쇄물 등이 빼곡하게 전시됐고, 한쪽에는 반려동물과 캐릭터를 결합한 형태의 상품들도 자리했다. 흔히 대학 홍보 부스에서 볼 수 있는 입시 안내 책자만 늘어놓는 방식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이는 부산경상대가 ANCHOR 특성화학과에서 강조하는 '실습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보는 교육'과도 연결된다. 실제 학교는 앞선 진로체험 프로그램에서도 AI웹툰애니계열과 스마트디저트과, 펫크리에이터과 등이 참여해 쿠키 꾸미기와 네임택 제작, 캐릭터 굿즈 제작, 태블릿 체험 등의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또 다른 특성화학과인 펫크리에이터과는 이름 그대로 반려동물 산업과 콘텐츠 제작을 연결하는 전공이며, 스마트디저트과는 제과·제빵과 디저트 분야의 실무 인력을 육성한다. AI콘텐츠과 역시 영상 촬영·제작과 AI 기반 콘텐츠 등을 교육 영역으로 삼고 있으며, 부산경상대는 최근 AI 콘텐츠 관련 사업 및 영상·미디어·디자인 실무 경험을 가진 교원을 별도로 모집하기도 했다.
서로 전혀 달라 보이는 전공이지만 공통점은 뚜렷하다. 전통적인 학문 분류에서 전공을 만드는 것보다 최근 산업에서 실제로 생겨나고 있는 직업과 콘텐츠 소비 방식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왜 'ANCHOR'일까? 여기서 등장하는 ANCHOR는 부산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부산형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다. 부산앵커센터는 부산형 ANCHOR의 목표를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지·산·학 혁신 생태계 구축으로 제시한다. 미래인재 육성과 지역산업 고도화, 지역사회 공헌, 대학 혁신을 네 축으로 삼으며, 대학이 산업 현장 및 지역과 개방적으로 협력하는 'Open UIC(University-Industry Collaboration)' 구축도 핵심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부산경상대는 이 가운데 직업·평생교육형 참여대학으로 분류된다. 부산앵커센터가 올해 2월 기준으로 공개한 현황에서는 부산경상대와 연계된 참여기업이 136개로 집계돼 있다.
부산경상대 역시 지난해 RISE 사업에서 특성화학과 육성과 기업 협력 기반을 마련한 뒤, 올해 이를 콘텐츠 교육과 산학협력으로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특성화학과로 AI콘텐츠과, AI웹툰애니계열, 뷰티코스프레과, 펫크리에이터과, 스마트디저트과 등을 운영·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코스프레과'나 '펫크리에이터과' 같은 이름만 놓고 보면 다소 이색적인 학과로 보이지만, 대학이 바라보는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이미 시장이 형성되고 실제 직업 활동이 일어나는 분야를 교육과정으로 가져와 산업과 직접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경상대가 일러스타 페스13을 학과 홍보 장소로 선택한 것 자체도 흥미롭다. AI웹툰애니계열이나 뷰티코스프레과가 찾는 학생은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코스프레와 촬영을 즐기며, 캐릭터 굿즈 제작에 관심을 가진 경우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들이 실제로 모이는 대표적인 공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일러스타 페스 같은 서브컬처 행사다.
학교가 학생에게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잠재적인 전공 지원자가 이미 자신의 취미를 즐기고 있는 공간으로 직접 들어온 셈이다.
현장 운영도 그에 맞췄다. '우리 대학에 이런 학과가 있습니다'라고 적힌 홍보물만 나눠주는 대신 학생들의 굿즈를 늘어놓고, 코스프레 포토존을 만들고, 실제 코스어가 등장했다. 대학 홍보 부스임에도 주변의 동인·굿즈·코스프레 부스와 크게 동떨어져 보이지 않았던 이유다.
특히 팸플릿에서 뷰티코스프레과가 반복해서 강조한 문구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니다. 직업으로 이어지는 교육"이다.
웹툰을 그리는 것, 캐릭터를 만드는 것, 코스프레를 하는 것처럼 과거에는 개인의 취미 활동으로 보는 시선이 강했던 영역이 이제는 창작과 광고, 촬영, 행사, 굿즈, SNS 등 다양한 산업으로 연결되고 있다. 부산경상대의 ANCHOR 특성화학과는 바로 그 변화를 전공 이름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러스타 페스13에서 수많은 관람객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굿즈를 사고, 직접 코스프레를 하고, 새로운 창작물을 찾아다니는 동안 한쪽에서는 대학이 그 활동을 '배울 수 있는 전공'이자 '진로가 될 수 있는 산업'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서브컬처 행사의 한복판에 등장한 '뷰티코스프레과'와 'AI웹툰애니계열'. 조금 낯선 학과 이름으로 시작된 부산경상대 부스는 취미와 창작, 그리고 직업 사이의 경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홍이표 기자 siriused@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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