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요버스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의 신작을 꺼내 들었다.
'원신',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등 애니메이션풍 비주얼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색깔을 구축해온 호요버스가 게임스컴 2026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를 통해 사실적인 그래픽과 묵직한 다크 판타지를 내세운 협동 액션 게임 '노두스 폴(Nodus fall)'을 깜짝 공개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화면에 호요버스의 이름이 등장하기 전까지 좀처럼 이 회사가 만든 게임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밝고 화려한 색채와 애니메이션풍 캐릭터 대신 '노두스 폴'의 화면을 채우는 것은 황량한 대지와 무너진 문명, 거대한 신화 속 괴수, 불길과 잿빛 하늘이다. 인물 묘사도 한층 사실적으로 바뀌었고, 인간보다 몇 배는 거대한 괴수와 맞서는 모습에서는 기존 호요버스 대표작의 문법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호요버스가 공식적으로 내세운 장르는 다양한 신화를 소재로 한 멀티플레이 중심의 협동 액션 게임이다.
'노두스 폴'은 신권이 무너지고 질서가 붕괴한 세계를 무대로 한다. 트레일러에서는 창조의 신이 침묵한 가운데, 신이 재앙의 근원을 찾기 위해 '위버(Weaver)'라는 존재를 만들어냈지만 이들이 온전한 인도를 받기도 전에 인간 세계로 추락했다고 설명한다.
플레이어 역시 그렇게 길을 잃은 위버 중 한 명이 돼 여정을 시작한다. 아직 신화조차 쓰이지 않았던 야생의 시대를 돌아다니며 미지의 장소를 탐험하고, 다양한 영웅과 인연을 맺는 한편 사나운 신과 괴수에 맞선다. 그 과정에서 진실을 좇고 조각난 자신을 다시 맞춰가며 잊혀진 비밀을 밝혀가는 이야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내레이션은 단순히 세계가 멸망했다는 사실에 머물지 않는다. 한때 모습을 드러낸 위버들이 자신들이 찾아온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는 전승부터 오래된 상처와 천 년에 걸친 증오, 반란, 빼앗긴 신의 힘을 둘러싼 이야기가 파편적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위버가 이 세계의 상처를 다시 엮기 위해 찾아온 것인지, 혹은 다른 목적을 품고 있는지를 묻는 대사까지 등장한다. 세계를 구할 영웅처럼 보이는 위버의 존재 자체에도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 있음을 암시하는 구성이다.






영상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겁다. 여러 개의 천체가 떠 있는 기괴한 하늘 아래 거대한 존재들이 배회하고, 인간은 그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로 그려진다. 오래전 거대한 재앙이 지나간 듯한 폐허와 황량한 자연, 신성과 괴이함이 뒤섞인 풍경이 연이어 등장한다.
여러 문화권의 신화를 한데 엮은 괴수 디자인 역시 눈에 띈다. 호요버스는 세계 각지의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독자적인 판타지 세계를 표방하고 있으며, 동양 고전에 등장하는 흉수부터 재앙을 알리는 서양의 용까지 다양한 전설 속 존재가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호요버스에 따르면 이번 트레일러에는 실제 게임플레이 장면과 시네마틱이 함께 포함됐으며 모두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해 촬영됐다.
특히 영상 후반부에서는 '노두스 폴'이 어떤 액션을 지향하는지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한 마리의 거대한 괴수를 둘러싸고 함께 공격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대형 무기와 검, 활 등 서로 다른 장비를 사용하는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적을 공략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하거나 거대한 적의 몸에 올라타는 듯한 액션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첫 공개 직후 가장 빈번하게 나온 비교 대상은 '몬스터헌터'와 '엘든 링'이었다. 어둡고 장엄한 세계와 기괴하고 거대한 보스 디자인에서는 소울류 액션 게임이, 여러 플레이어가 거대한 괴수를 함께 공략한다는 큰 틀에서는 헌팅 액션 게임이 떠오른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기존 호요버스 작품을 알고 있는 이용자들에게는 게임 자체보다 개발사의 변화가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호요버스는 '원신'을 시작으로 오픈월드 액션 RPG와 턴제 RPG, 어반 판타지 액션 등 장르를 넓혀왔지만 캐릭터와 비주얼에서는 일관된 서브컬처 문법을 유지해왔다.
반면 '노두스 폴'은 그동안 호요버스라는 이름과 강하게 연결돼 있던 요소들을 거의 모두 내려놓았다. 호요버스가 그동안 꾸준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작품은 장르를 넘어 자신들이 구축해온 익숙한 영역 자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대로 첫 트레일러의 인상이 유명 다크 판타지 액션 게임들과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 특정 인간형 보스나 거대 괴수의 연출에서 기존 유명 작품들이 강하게 떠오른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다양한 장르의 문법을 조금씩 비틀어온 호요버스이기에, 현재로썬 아직 첫 영상만 공개된 단계인 만큼 실제 플레이 시스템과 전투 구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노두스 폴'만의 색깔 역시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는 반응도 함께 나오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샤라웃'이 나왔다. '승리의 여신: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로 잘 알려진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노두스 폴'을 직접 언급했다. 김형태 대표는 "호요버스가 이 정도로 야심찬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노두스 폴'은 거대하면서도 흥미로운 새로운 도전처럼 느껴진다. 어디까지 나아갈지 정말 기대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글로벌 콘솔 액션 시장에 직접 도전해 성과를 낸 개발사 대표가 호요버스의 새로운 액션 게임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물론 아직 '노두스 폴'은 출시 시기와 플랫폼도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트레일러에서 확인되는 협동 플레이가 게임 전체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미지수다. 영상 속 여러 인물이 각각 독립된 캐릭터인지, 캐릭터 및 장비 성장 시스템이 어떤 구조인지 역시 앞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첫 트레일러 하나만으로 '노두스 폴'이 강한 인상을 남긴 이유는 분명하다. 호요버스가 또 하나의 대형 신작을 발표했다는 사실보다, 지금까지 자신들을 세계적인 게임사로 만들어준 가장 익숙한 성공 공식을 스스로 벗어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 '노두스 폴'을 둘러싼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이것이 '호요버스판 몬스터헌터'인지, 혹은 '호요버스판 엘든 링'인지가 아니다. 서브컬처 장르에서 막대한 개발력과 글로벌 서비스 경험을 쌓아온 호요버스가 그 익숙한 외형에 기대지 않고도 또 하나의 자신들만의 대형 IP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적어도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첫 번째 영상은 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데에는 충분히 성공했다.
◈ Nodusfall First Reveal Trailer: "Wield Divinity, Sever the Dreadnodus"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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