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게임즈가 ‘프로젝트 RX(Project RX)’라는 이름으로 개발해 온 서브컬처 신작의 정식 타이틀이 ‘파레이돌리아(Fareidolia)’로 확정됐다. 한국·일본·글로벌 공식 X 계정도 각각 ‘Fareidolia_KR’, ‘Fareidolia_JP’, ‘Fareidolia_EN’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새로운 타이틀을 전면에 내걸었다.
넥슨게임즈 IO본부 김용하 EPD(총괄 PD)는 지난 7월 열린 ‘애니메 엑스포 2026(Anime Expo 2026)’의 패널 토크와 현지 인터뷰를 통해 프로젝트 RX의 타이틀을 내부적으로 정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글로벌 사용을 위해 국가별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남아 있어 구체적인 이름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으며, 두 단어가 아닌 한 단어로 된 타이틀을 지향했다는 힌트도 남겼는데 이번 공식 발표를 통해 당시 언급했던 이름이 ‘파레이돌리아’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그렇다면 파레이돌리아는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 공식적인 어원 설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영문 표기와 작품의 개발 방향을 함께 살펴보면 심리 현상을 뜻하는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를 의도적으로 변형한 조어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파레이돌리아는 구름이나 벽의 얼룩처럼 불규칙하고 모호한 대상에서 사람의 얼굴이나 동물 등 익숙한 형상을 발견하는 현상을 뜻한다. 달 표면의 무늬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를 떠올리거나 사물의 배치에서 사람의 표정을 읽어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파레이돌리아(Pareidolia)’와 ‘파레이돌리아(Fareidolia)’는 첫 글자 하나만 다르다. 넥슨게임즈는 프로젝트 RX를 처음 공개하면서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와의 교감,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즐기는 생활 콘텐츠를 작품의 특징으로 제시했고,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생동감 넘치는 세계관과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도 덧붙인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두 단어의 유사성은 일러스트와 설정으로 존재하던 캐릭터가 입체적인 세계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을 담아낸 움직임을 보이고, 플레이어가 이들과 교감하며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작품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원형으로 추정되는 파레이돌리아의 어원도 흥미롭다.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는 그리스어에서 ‘곁에·옆에·대신하여’ 등의 의미를 나타내는 접두사 ‘par-’, '상태·현상'을 의미하는 접미사 ‘-ia’가 '에이돌론(Eidolon)'과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다.
우상을 의미하는 '아이돌(Idol)'의 어원으로 유명한 '에이돌론(Eidolon)'은 그리스어로 형상과 이미지, 환영 또는 이상화된 존재를 의미하고 있는데, 이러한 어원을 작품에 대입하면 일러스트와 설정 속 형상으로 존재하던 캐릭터가 3D 공간에서 생명력을 얻고,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보다 선명한 존재감을 갖게 된다는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환상이나 이미지에 머물렀던 존재가 플레이어의 눈앞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완성된다는 해석이다.
첫 글자를 P에서 F로 바꾼 이유는 철자상 앞부분과 겹치는 영어 단어 ‘페어(Fare)’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Fare는 고대 영어에서 ‘가다’와 ‘여행하다’는 의미로 사용됐으며, 현대 영어에서는 어떤 일을 겪거나 특정한 상황에서 잘되거나 못되는지를 나타내는 동사로도 쓰인다. 여행이나 이동에 지불하는 요금을 뜻하는 명사 역시 같은 어원에서 갈라져 나왔다.
넥슨게임즈가 프로젝트 RX를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여러 문제와 모험을 함께 겪으며 추억을 쌓는 게임으로 소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레이돌리아(Fareidolia)는 ‘형상으로 존재하던 캐릭터들과 삶과 모험이라는 여정을 함께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명칭에 포함된 파레이돌리아의 개념이 향후 세계관이나 이야기의 소재로 확장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캐릭터와 세계의 실재 여부, 기억과 환영의 경계,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초현실적인 존재와 같이 주제의식을 연결하기에도 적합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대상을 바라보고 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가 캐릭터의 인격과 존재감을 완성하는 구조도 상상해볼 수 있으며 브랜드 네이밍 측면에서도 파레이돌리아(Fareidolia)는 효과적인 이름이다. 기존에 있던 파레이돌리아라는 익숙한 단어를 연상시키면서도 기존 단어와 구분되는 고유성을 갖췄다.
하나의 단어로 구성돼 여러 언어권에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고, 검색과 상표 등록에서도 독자적인 명칭으로 활용하기 쉽다. 개발진이 글로벌 공개에 앞서 국가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던 이유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물론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이상 지금까지의 내용은 해석의 여지가 분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타이틀이 전달하는 전체적인 방향은 비교적 선명하다. 파레이돌리아(Fareidolia)는 상상 속 형상에 생명을 부여하고, 그렇게 현실로 다가온 캐릭터들과 일상과 모험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프로젝트 RX가 무엇을 보여주려는 게임인지 하나의 단어로 압축한 셈이다.
한편, 정식 타이틀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알린 파레이돌리아는 오는 9월 개최되는 '도쿄게임쇼 2026(TGS 2026)'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이름에 담긴 정확한 의미부터 세계관과 게임 시스템까지, 파레이돌리아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TGS 2026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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