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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섬광이 번뜩이고 야만의 몽둥이가 지배하던 그 시절로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식’ 체험기

 

 
지금의 '리그 오브 레전드'를 오래 플레이하고 있는 소환사들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빠르게 추천해 주는 상점, 화면 한눈에 들어오는 인터페이스, 화려하면서도 부드럽고 세련된 스킬 효과와 연출은 너무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익숙한 것들이 되어버린 상태다.
 
30일 정식 출시된 신규 모드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식'은 이러한 '익숙한 편안함'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게임에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것은 지금의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느낄 수 있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낡고 투박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클래식 모드를 처음 시작한 소환사는 제공되는 기본 룬과 특성으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플레이를 거듭하며 선택지를 하나씩 해금하도록 설계돼 있어, 과거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소환사도 일단은 맨바닥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시간 여행을 한번 떠나보고자 한다. 야생의 섬광이 번뜩이고 야만의 몽둥이가 협곡을 지배하던 그 시절로 말이다.
 

 
예전 트페는 글로벌 이동기인 '관문'이 궁극기가 아니라 쿨타임이 조금 길고 시전 시간이 긴 '일반 기술'이었다
 
나의 시대가 온 것 같지 않음?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식은 사실 첫 발표 당시 안내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는 '시즌 3' 시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딱 잘라서 "언제 즈음의 리그 오브 레전드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다만 도입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던 것처럼 기조 하나는 분명했다. 각 챔피언과 아이템이 사기적인 성능으로 지탄받았든, 형편없는 성능 탓에 웃음거리로 취급됐든 '모두가 기억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 시절의 모습을 가져온다'는 것이었고 그것 하나만큼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쉬운 예를 든다면 무려 일반 스킬로 글로벌 로밍이 가능하던 출시 직후의 '트위스티드 페이트'처럼 시즌 3보다 한참 이전에 해당하는 스펙과 스킬셋을 가진 챔피언이나 '야생의 섬광', '장신구'처럼 한참 나중에 추가된 아이템처럼 여러 시점의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인게임 상성과 구도 그리고 흐름이 마치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창던물, 창을 던져 물리 피해를 입힙니다
 
어딜 감히 건방지게 라인전에서 겸상을 하려고 들어
 
그래서 체험기를 쓰기 위해 작정하고 망나니가 되어보자는 심산으로 선택한 것은 시즌 3 당시 랭크 게임에서 티어를 올릴 때 쏠쏠하게 써먹은 탑 판테온이었다.
 
스킬셋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라인전 이후에는 급격하게 유통기한이 찾아오는 챔피언이지만 어차피 제대로 된 팀 게임을 하지 않는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단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기도 하고 야만의 몽둥이(브루탈라이저)가 가격 대비 지나치게 사기적인 성능으로 AD캐스터의 체급을 크게 끌어올려주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소위 말하는 '그 시절의 뽕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큐를 돌리자 상대 라이너로 등장한 것은 나서스였다. 지금이야 도란 방패나 도란 투구로 게임을 시작한 뒤 타워를 끼고 수비적으로 라인전을 걸어잠그는 플레이를 하면 어지간한 실력차가 아닌 이상 유의미하게 격차를 벌리는 것이 쉽지 않지만, 문제가 있다면 당시의 판테온은 마나 소모량과 쿨타임 대비 끔찍한 피해량과 계수를 가진 판테온의 Q스킬 '투창'이 원거리 타겟팅이라는 점이었다.
 
눈덩이 굴리기가 없던 누누의 갱킹이라 피할 수 있었지만 나서스가 CS에 손대는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브루탈이 나왔으면 반피는 곧 킬각
 
쿨타임이 돌 때마다 상대 머리 위에 커서를 두고 Q를 누르면서 투창 짤짤이를 넣은 탓에 나서스는 느긋하게 농사를 짓기는 커녕 타워를 끼고도 수시로 킬 압박을 당했고 당시의 판테온 패시브인 '방패 방어술'은 타워 공격도 막는 사양이라 대놓고 다이브를 박아서 명치를 오목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사실, 당시에는 이런 극단적인 플레이에 대항하기 위한 전용 빌드인 337(천갑옷-천갑옷-사슬갑옷, 각 아이템의 가격이 300골드- 300골드-720골드)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서스를 플레이한 상대방은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지 정직하게 삼위일체의 하위 아이템을 빌드하고 있었고 방어력 관통으로 물리 피해를 거의 방어 무시 수준으로 만들어주는 야만의 몽둥이-칠흑의 양날도끼 빌드를 타고 있다 보니 반피에서도 킬각이 나오는 극단적인 라인전 양상이 나와버렸다.
 
라인전 이후로도 좀 더 재미를 보고자 당시의 궁극기인 대강하로 미드와 바텀 로밍도 시도해봤다. 로밍의 성공률을 올리고 빠른 라인 복귀를 위해 전투 중에는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기동력의 장화를 채용했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상대 측에서 소통의 부재로 인해 제대로 된 팀 게임이 되지 않았던 것인지 미드와 바텀을 모두 터뜨리면서 빠르게 항복을 받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유통기한이 있는 스노우볼링 챔피언은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
 
아군 리 신이 지금의 협곡처럼 노리쉬 노포션 정글링을 하다가 처형을 당했다고
 
분명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식은 시각 효과가 지금처럼 화려하지는 않았다. 챔피언의 움직임과 공격 모션이 최신 버전과 비교하면 매끄럽지 않았고 스킬이 적중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타격감과 피드백은 비교적 밋밋하며 생각한 것보다 늦게 움직이는 듯한 인상도 받았다.
 
심지어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추억 보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과 불친절함도 분명히 존재했다. 특히 정글러 포지션의 경우 3번 게임을 돌려봤는데 3번 아군 정글러가 모두 처형당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게임을 플레이하여 클래식 레벨을 올리고 룬과 특성을 손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정글링이 불가능할 정도로 난해하던 당시의 문제가 크게 체감됐다. 
 
전반적인 아이템 체계가 완전히 달라진 상황이다 보니 필요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 상점 카테고리를 반복해서 열고 작은 크기의 아이콘과 텍스트 플레이버를 직접 읽고 비교하는 과정은 확실히 번거로웠으며 화면을 둘러싼 인터페이스도 차지하는 면적이 큰 탓에 상대적으로 전장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좁게 느껴졌다.
 
이는 특히 당시의 게임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소환사라면 더욱 크게 다가오는 단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소환사들에게도 혼선을 주고 있으니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설명이 부족한 낡은 화면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
 
범용 기본 세팅을 처음부터 제공하기는 하지만 최적화 세팅은 아니라서 일부 챔피언은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잔나도 그렇고 소라카도 그렇고 서포터들의 성형수술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클래식 모드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러한 불편함을 굳이 숨기지 않고 그 투박하고 거친 시절의 낭만을 최대한 되살리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그래픽과 구성요소의 에셋만 과거의 데이터로 교체한 것이 아니라 당시 게임을 구성했던 속도와 조작감, 아이템 구매 과정처럼 환경 그 자체를 제대로 구현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당시의 소환사들이 좋아하고 기억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는 것이다.
 
편의성과 시각적 완성도, 조작감은 당연히 지금이 훨씬 뛰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술 하나하나의 설명은 간단명료하고 역할이 명확했으며 장단점이 매우 뚜렷했다. 거기에 약간의 불편함을 플레이어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잡기술로 채울 수 있었던 당시만의 재미는 그대로였다.
 
스킬 배분을 잘 하면 타워 공격을 3번이나 막으면서 대놓고 다이브를 칠 수 있었던 판테온, 약속의 16레벨아 아닌 6레벨만 찍어도 상대를 밟아죽일 수 있었던 카사딘, 원거리 딜러에게 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포터를 서는 사람이 있었던 니달리는 최신 버전에서는 그대로 재현하기 어려운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킬 관여는 많지만 어시가 하나도 없는게 딱 그 시절의 판테온다운 모습
 
부끄러운 일이지만 기자도 지금의 워윅을 생각하고 3렙 드래곤을 시도했다가 처형당했다
 
클래식 모드가 항상 플레이하고 싶은 환경인지는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신선하고 재미있지만 분명 이 또한 오랫동안 반복하여 플레이한다면 당시의 단점과 불편함이 크게 체감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주 가끔 만나볼 수 있는 과거를 돌아보는 이벤트 모드로서는 확실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식'은 낡고 불편했던 부분을 굳이 제거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기억 속에 새겨져 있던 재미도 분명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추억 속 게임은 대개 실제보다 아름답게 기억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이 있다면 '불편한 부분이 있었던 옛날 옛적 소환사의 협곡은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다음 큐를 돌리게 만드는 색다른 맛을 가지고 있었고, 그 사실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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