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말, 크래프톤을 시작으로 카카오게임즈, 엔씨, 넥슨 등 국내 주요 게임사의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된다.
이번 2분기 실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신작을 가지고 있었는가'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장기 흥행만으로 실적을 방어할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주목할 만한 신작이 없다면 매출과 영업이익에 큰 반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최근 게임업계의 실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흥행력이 보장되는 탄탄한 신작 라인업을 확보한 크래프톤과 엔씨는 큰 폭의 외형 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출시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다음 신작을 기다리는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뚜렷한 성장세가 기대되는 곳은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은 여전히 '펍지(PUBG, 배틀그라운드)'가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는 가운데, '서브노티카 2'까지 흥행작 대열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이번 성과에서 중요한 부분은 단순히 매출이 늘었다는 사실보다 크래프톤의 수익원이 이전보다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크래프톤은 회사의 성과가 사실상 펍지 하나에 크게 좌우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서브노티카 2가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펍지 이외의 게임으로도 실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펍지를 안정적인 중심축으로 유지하면서 가능성 있는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흥행작을 계속 추가하는 크래프톤의 멀티 트랙 전략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오는 8월 독일에서 열리는 게임스컴에서는 ‘펍지’ IP를 활용한 미공개 신작과 산하 스튜디오 너바나나의 ‘프로젝트 제타’를 포함한 5종의 게임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엔씨도 '아이온 2'를 앞세워 뚜렷한 반등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엔씨는 오랫동안 '리니지' 시리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회사로 평가받아 왔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대표 IP를 만들려는 시도를 이어왔고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출시된 아이온 2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엔씨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히 아이온2가 얼마를 벌었는지가 아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출시 직후 이용자와 매출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뒤 점차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초기 흥행 열기가 가라앉은 뒤에도 이용자 수와 결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아이온 2의 장기 흥행은 엔씨 입장에서 분명한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리니지에 크게 좌지우지되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회사 이미지 재고 차원에서도 확실한 성과가 있었고, '리니지M'과 '아이온 클래식 모바일'의 중국 외자판호 확보나 엔씨가 전략적 투자를 결정한 디나미스원의 ‘아스트라에 오라티오’가 서브컬처 게임 이용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의 전망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넷마블은 신작 출시 효과로 전 분기보다 나아진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기대작들이 출시 전의 높은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솔: 인챈트'가 새로운 매출원으로 힘을 보탰고, 기존 장기 흥행작들도 대형 업데이트를 통해 실적을 지원했다. 여러 게임이 고르게 성과를 내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전보다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상반기 핵심 신작으로 꼽혔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과 '몬길: 스타 다이브'는 멀티 플랫폼과 글로벌 시장 공략 과정에서 기대만큼 강한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두 게임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출시 전부터 넷마블의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대형 흥행작으로 주목받았던 만큼 실제 결과가 상대적으로 아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으로는 출시 초기의 대규모 마케팅보다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솔: 인챈트 외의 타이틀이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을 뿐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하여 장기적으로 꾸준한 매출을 만들어낸다면 다음 타순으로 나서는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와 '샹그릴라넷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를 통해 넷마블 역시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넥슨은 지난해 주요 게임들이 큰 성과를 거둔 만큼 올해 2분기에는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가장 큰 부담은 '던전앤파이터' 프랜차이즈와 '마비노기 모바일'의 부진이다. 특히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던전앤파이터’의 현지 버전 ‘지하성과 용사’가 이전보다 약해진 흐름을 보이면서 넥슨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군다나 중국 던전앤파이터는 넥슨이 직접 서비스하기보다 현지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별도의 대규모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수익을 얻는 구조인 만큼, 매출이 감소하면 전체 영업이익에도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모든 분야가 부진한 것은 아니다.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는 여전히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으며, '아크 레이더스'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해외 매출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존 핵심 게임의 하락세를 '아주르 프로밀리아'와 같은 차기 글로벌 흥행작이 얼마나 빠르게 메울 수 있을지가 넥슨의 향후 실적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당장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보다 기존 게임의 매출 감소와 적자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PC 온라인게임 부문에서는 일부 개선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회사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온 모바일게임 부문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대표작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비롯한 기존 모바일게임의 매출이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이를 대신할 만한 신작이 제때 출시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기존 게임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줄고 있지만 하반기 신작을 알리기 위한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은 계속 들어가야 한다.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수익이 줄어드는 동시에 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카카오게임즈의 반등 여부는 하반기 신작에 달려 있다. '도깨비의 세계'와 '오딘 Q' 같은 신규 MMORPG가 예정대로 출시되고 초반 이용자 확보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매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만, 출시 일정이 다시 밀리거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적자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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