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강타한 전염병 '코로나19 (COVID-19)'는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줬고, 그로 인해 많은 부분에 있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는 강한 전파력을 가지고 있음에 따라, 우리 정부는 국민 행동 지침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해외의 주요 국가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행동 지침을 시행하고 있는 상태. 이에따라 우리 일상 생활에서 '대면'으로 이뤄지던 많은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과거와는 다른 사회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고 있으며 각종 행사와 모임 활동이 줄어들었다. 또, 일부 회사는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등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
이는 게임계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매년 진행되던 대규모 게임 행사 거의 대부분이 연기 혹은 취소됐으며, e스포츠의 경우도 비관중 경기로 치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오프라인 게임 행사의 경우는 '유튜브'와 '트위치' 등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진행하는 등, 차선책을 마련했다. 주요 게임사의 신작 발표회와 미디어 및 유저 간담회 행사도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으면서 비대면으로 게임 행사와 일정을 진행하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용어 '언택트'가 전면에 나서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그리고 게임계 문화가 급변하고 있다. '언택트'는 '닿다', '접촉' 등의 의미를 가진 'Contact'에 부정과 반대의 의미를 담은 접두어 'Un-'이 결합돼 탄생한 단어다.
많은 게임사가 자사의 게임 행사에 '언택트'라는 용어를 활용하면서 유저 간담회나 e스포츠 대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게임 행사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가장 먼저 북미 최대 게임쇼인 'E3'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결국 2020년 행사는 취소키로 결정했으며 유럽을 대표하는 게임쇼 '게임스컴'과 일본의 게임 행사 'TGS'는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물론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행사를 강행하는 곳도 있다. 바로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는 중국의 '차이나조이'로, 예년보다 규모를 축소해 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각종 신작을 미리볼 수 있었던 무대인 'E3'의 개최가 취소됨에 따라 대형 게임사는 자체 '디지털 쇼케이스'를 진행해 자사의 신작 소식을 전했다. '유비소프트'는 '유비소프트 포워드'라는 행사를 통해 게이머에게 기대감을 안겨줬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차세대 콘솔인 'XBOX Series X'를 온라인으로 진행된 'XBOX 게임즈 쇼케이스'로 공개했다.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또한 '플레이스테이션4'의 후속 모델인 '플레이스테이션5'를 디지털 쇼케이스 'PS5 퓨처 오브 게이밍 쇼'를 통해 선보였다.
국내 주요 게임 행사 및 유저 간담회도 온라인 개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2M'과 '리니지M'의 대규모 업데이트 쇼케이스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으며, 넥슨의 신작 모바일 게임 '피파모바일' 또한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인디크래프트'와 '방구석 인디 게임쇼'도 랜선을 통해 인디 게이머와 소통한 한편, 10월 개최 예정인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등 국내 주요 인디 게임 행사도 모두 언택트로 무대를 꾸몄다.
'컴투스' 모바일 RPG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의 언택트 유저 간담회 'The Shift'와 '펄어비스' MMORPG '검은사막'의 유저 간담회 '하이델 연회'는 온라인으로 개최되면서 글로벌 이용자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로 16살이 된 '카트라이더'도 '방구석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매년 11월 개최된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국내에서 다시 한 번 코로나19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사실 게임은 '온라인'과 '모바일'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언택트를 대표하는 주류 문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디바이스와 플랫폼만 있다면, 누구나 게이머가 될 수 있고 굳이 다른 게이머와 접촉하지 않더라도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E3'와 '게임스컴', 'TGS' 등의 세계 3개 게임쇼와 더불어 국내 최대 게임 행사 '지스타' 등은 게이머와 개발자 혹은 게임 관계자가 한 공간에서, 즉 오프라인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대형 게임 행사 뿐만 아니라, 주요 게임의 유저 간담회 또한 온라인을 통해서만 만나던 게이머가 직접 얼굴을 마주하면서 더욱 더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던 계기마저도 취소 혹은 축소되고 랜선으로 대체됐다.
온라인을 통한 게임 행사 및 간담회, 게임 박람회 개최가 득인지, 혹은 실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전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돼온 사례도 다수 존재하나, 갑작스럽게 등장한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 다급하게 온라인 행사를 준비하게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게임 행사의 진행에도 분명한 이점이 존재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이점은 바로 인원 수용의 부분과 관련이 있다. 게임 행사 및 박람회든, 유저 간담회든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경우 물리적 공간을 필요로하게 된다. 따라서 제한된 물리적 공간으로 인해서 보다 많은 게이머가 참석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할 경우에는 물리적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참석을 원하는 이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행사에 비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온라인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이용해, 세계 각국의 게이머와 이용자가 함께 어우러져 행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게임계에는 갑작스러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나, 어쩌면 굳이 코로나19 이슈가 아니였다고 하더라도 점차 게임 행사가 발전해나가는 방향이었을 수 있다. 단지 코로나19 이슈로 발전 혹은 변화가 가속화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슈로 인해서 시행착오 속,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다행히 게임계는 여타 분야에 비해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게임이 PC와 콘솔 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이 주무대가 되면서 이미 비대면 환경에 적응을 한 상태이고, 그 어떤 분야보다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비록 언택트 게임 행사와 박람회, 간담회 등으로 발전하면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그리고 오프라인 진행의 장점이 사라질수도 있지만 변화 속에서 게임 행사와 게임 문화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욱 더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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