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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그것이 알고 싶다 베일에 싸인 그들의 하반신

작성일 : 2020.07.26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비디오 게임 역사를 되짚어보면 압도적인 스케일의 전투를 묘사하기 위해 플레이어보다 수배에서 수십 배 큰 캐릭터는 늘 존재했습니다. 이를 멋지게 표현한 경우가 많긴 했지만 결코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도록  꽁꽁 숨기는 사례가 종종 있어 게이머들은 종종 이에 대한 궁금증을 표출하곤 합니다.

거인 내지는 거대 속성의 캐릭터가 본 모습을 모두 보여주지 못하는 데에는 보통 이런저런 어른의 사정이 따라붙기 마련입니다. 만약 해당 캐릭터의 외형이나 특징이 향후 전개의 핵심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해당 내용을 숨기기 위한 경우라면 그나마 양반이지만 개발 역량의 부족, 기존 설정의 충돌과 같은 때문이라면 욕을 먹게 되죠.


정령계에서 현신했기 때문에 두 다리가 있는 것이 원래대로라면 제대로 된 모습인데 말이죠

예시를 들어보죠.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 불의 정령군주인 라그나로스는 오리지널 와우 당시만 해도 레이드 던전 '화산심장부'의 최종 보스로 용암 속에 몸을 담고 있어 하반신을 꽈배기같이 뭉개놓았지만 그 진짜 하반신이 궁금하다고 말할지언정 악평을 내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나중에 나온 본모습에서 빈약한 다리가 드러나면서 차라리 예전의 꽈배기가 훨씬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도 라그나로스는 해당 악평을 의식한 것인지 두 발로 걷는 것이 아닌 꽈배기 형태의 하반신으로 지면을 녹여가며 용암 파도와 함께 이동하는 식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라그나로스 외에도 하반신 실종으로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캐릭터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하반신이 뒤틀린 황천이 아닌 화장실에 있나?

멀리 갈 것 없이 라그나로스와 같은 작품에서 나오는 '기만자 킬제덴'은 하반신 실종 기믹의 대표자 중 하나입니다.

우주와 행성 스케일로 노닐던 티탄 살게라스를 수장으로 모시는 불타는 군단, 거기서도 2인자인 만큼 킬제덴도 엄청나게 큰 덩치와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덕분에 처음으로 실물을 영접하는 태양샘 고원에서도 킬제덴은 충분하지 않은 태양샘의 마력으로 인해 상반신만 꺼낸 채 아제로스의 용사들을 상대하게 됩니다.

당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상반신만 꺼내놓고도 혼돈, 파괴, 망가각을 외치며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플레이어를 상대하던 킬제덴에 대한 묘한 환상을 품고 있었습니다. 사실 킬제덴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던 중간보스 므우루가 공대 파괴자라 불릴 만큼 악명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던 것이 원인인데요. 

정작 천신만고 끝에 므우루를 뚫고 킬제덴을 상대해본 정예 용사들은 생각보다 싱거운 킬제덴의 난이도에 1차적으로 실망하고, 처치하면 큰일 보고 물 내려가듯이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고 태양샘으로 빨려 들어가서 사라지는 어이없는 연출에 또 한 번 실망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훗날 다른 확장팩에서 재등장한 킬제덴은 태양샘 고원 이상의 멋진 본모습으로 와우저들의 기대를 충족시켰지만 그의 하반신이 뒤틀린 황천이 아니라 화장실 양변기와 연결되어 있냐는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 시작은 위엄 넘치지만 그 끝은 추하리라

한편, 킬제덴처럼  한껏 기대감을 부풀리며 모습을 드러냈다가 추하게 퇴장하는 하반신 실종 캐릭터가 같은 회사의 게임 중에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최종 보스 '아몬'입니다.

아몬은 시리즈 내내 동족인 젤나가를 포함해서 우주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를 업신여기고 가지고 놀다 죽이며 포스를 과시했지만 부하나 보내면서 깔짝대다가 방어막 뚫려서 마지막에 젤나가로 각성한 캐리건의 빔 한 대 맞고 끔찍하게 살해당합니다.

아몬은 에필로그 미션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미션 맵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했던지라 본 모습을 드러내며 마지막에 박력 넘치는 거대 보스전으로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막을 내리리라 기대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요. 그들이 결국 마지막에 본 것은 아몬의 본체가 아니라 '고짐고'였습니다.

즉, 아몬의 하반신은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볼일 없다는 소리입니다.

■ 크아앙! 거대 월드보스가 울부짓었따

검은사막의 월드보스 '부패의 군주 크자카'는 세렌디아 신전 지하에 갇혀 있는 악마 군주입니다. 본래 칼페온 전역을 위협하다가 봉인됐다는 설정이 있는 만큼 크고 강력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죠.

생김새부터가 일단 상체와 머리는 엄청나게 큰데 팔은 묘하게 얇고 아담하다는 기묘한 언밸런스와 피하기 어렵진 않지만 일단 맞으면 확실히 죽는 즉사 패턴으로 무장하고 있어 첫 월드 보스라는 프리미엄을 빼고 보더라도 크자카는 인지도가 무척 높은 편입니다.

크자카를 두고 검은사막 유저들은 2개의 난제를 겪고 있는데요. 하나는 크자카 출현을 알리는 신호를 '크앙'이라 해야할지 '크아앙'이라 해야 할지 그리고 과연 크자카에게 하반신이 존재하느냐가 그 주제입니다.

전자의 경우 월드 보스 결정타로 지급되는 업적 칭호는 물론 콘텐츠 홍보에서도 '크아앙'이라는 멘트가 공인되면서 문제가 해결됐지만 여전히 크자카의 하반신이 존재하는지는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검은 사막 모바일에서도 끝내 크자카의 하반신은 나오지 않았으니 이제는 포기하는 게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 다시는 등장할 수 없는 최종 보스

레벨 99, 큰 몬스터, 저주받은 다크엘프 성지는 리니지 유저라면 잊을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이는 리니지에서 정점에 위치한 최종 보스 '기르타스'를 상징하는 키워드이기 때문이죠.

기르타스는 진명황 단테스가 소환한 이계의 신으로 그 누구도 공략하지 못할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최강의 몬스터였기 때문에 2013년 리뉴얼 업데이트 이전까지는 득템은커녕 처치했다는 소식조차도 들리지 않고 있었는데요.

조건부긴 하지만 현시점에서도 리니지 최강 무기라는 '진명황의 집행검'에 버금가는 '기르타스의 검'이 드롭 테이블에 있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기르타스의 상반신을 영접하자마자 눕는 사태가 속출했습니다.

한창 악명을 떨치던 당시에는 만약 기르타스가  땅에서 하반신까지 꺼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리니지 세계가 리셋되고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였는데요. 지금은 기르타스는 물론 그의 검도 다시는 등장하지 못하게 됐으니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일은 없어 보입니다.

■ 번외편: 그 두더지의 하반신이 궁금하다

보스급 캐릭터도 아니고 성능이 딱히 특출난 것도 아니면서 유저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사례도 있긴 합니다. 두더지 포켓몬인 디그다-닥트리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항상 땅속에 몸을 숨긴 채 머리만 내밀고 있으며 염동력으로 띄우는 것은 안되면서 잡아 던져서 매치고 풍선에 매달아 띄우면 흙더미와 함께 통째로 움직입니다.

그런 주제에 땅을 100km까지 파내려 갈 수 있고 손톱을 갈고 상대를 할퀴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두더지 포켓몬이라는 분류에 맞게 이들의 하반신은 실존하고 이를 활용한 기술을 쓸 수 있음에도 그 실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들의 하반신이 드러나는 날이 과연 오긴 할까요? 그 열쇠는 오로지 타지리 사토시만이 쥐고 있을 것입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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