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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감성 최대로! 약빨 죽이는 루터 슈터 '보더랜드 3'

작성일 : 2020.05.05

 

게임 취향이 확고하다는 것은 게임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이점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다른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기사를 작성할 때 좀처럼 쉽게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편향적인 시선으로 게임성을 판단하게 되는 등 단점으로 작용할 적지 않다.

특히 지금까지 자유 주제로 게임 리뷰를 쓴 것을 되돌아보니 너무 플랫포머, 메트로바니아, 런앤건 등의 고전 취향의 액션 게임에만 쏠려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번에는 '게임 편식'이라는 체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장르에서는 취향을 빗겨나간 작품을 리뷰하기로 결심했다.

이번 리뷰 대상으로 고른 작품은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의 보더랜드 3다. 리뷰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 스팀에서 반값 할인을 하기도 했고 일전에 발매 기념행사 취재를 다녀온 인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게임 장르는 몰라도 약을 몇 사발을 들이킨 듯한 B급 스멜의 기운이 서브컬처 측면에서는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신경쓰지 않아도 딱히 큰 상관 없는 스토리


메인 빌런인 '타이린 칼립소', 생김새나 어그로 끌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김연우 성우가 붙으니까 자꾸 모 캐릭터가 생각난다  = 공식 이미지

근래의 FPS 장르 작품들은 하나같이 스토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스토리에 꽤나 힘을 준 케이스는 십중팔구 대작이고 그렇게 되면 보통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게임성이 보장되는 편이라서 크게 염려할 필요 없어서 좋긴 한데 그저 쏘고 피하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앉혀놓고 스토리 강제관람을 시키는 것은 다소 불합리한 처사다.


솔직히 말해서 스토리는 나쁜놈들이 더 나쁜놈들 때려잡는 가벼운 피카레스크물이다, 선한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 공식 이미지

그런 면에서 1회차 플레이에서 주요 시네마틱 컷신 스킵이 불가능한 보더랜드 3의 방식은 솔직히 말해서 엄청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연히 까고 보자니 애매한 측면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중요한 내용이 아니면 취소 버튼 두 번 눌러서 넘기면 그만이고 스킵이 불가능한 구간도 잠시 딴짓 하고 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시리즈 최초의 정식 한글화와 풀보이스 더빙이라는 서비스가 들어갔다는 게 무색하게도 주요 스토리라고 있는 게 우주 스케일의 능력을 가진 빌런들이 쪼잔하게 양아치 짓을 하다가 주인공에게 격퇴당하는 단순한 내용 뿐이며 그 완성도마저 썩 훌륭한 편이 아니다. 그래도 관심 있으면 나름대로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는 게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 일단 앞으로 앞으로


이동수단이 제공되지 않는 극초반도 걱정할 것 없다. 뺴앗으면 그만이니까 = 게임조선 촬영

에둘러 까는 내용부터 먼저 나와서 좀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보더랜드 3의 장점을 이야기해보자. 일단 작품을 첫 공개할 당시 표방한 '루터 슈터', 다시 말해 RPG의 아이템 파밍 요소가 접목된 슈팅 장르로서의 완성도를 따지고 싶은데 이러한 부분에서 보더랜드 3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원초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동종 장르 게임 중에서는 매우 가벼운 게임성을 지향하고 있어서인지 템포가 매우 빠른 편이다. 시작하자마자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를 병행하며 올클리어를 노리는 필자와 같은 부류의 플레이어는 처음 미니맵을 펼쳐보는 순간 그 광대함에 정신이 아찔할 수 있겠지만 스토리 서장을 넘어가기 전에 이미 순간이동 센터와 자가용을 습득하여 하며 판도라를 손쉽게 누비고 다니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으며 우주선인 '생츄어리'를 복구하면 온 우주가 바로 내 영역이다.


창의력을 발휘하여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뿐만 아니라 진행도 굉장히  쾌적한 편이다. 각 플레이어블 캐릭터에게 주어진 다양한 액션 스킬과 지형, 함정을 활용한 상호 작용으로 난관을 어렵지 않게 돌파할 수 있으며 구조물의 전선이 중간에 끊어져서 진행이 막히는 퀘스트에서는 일단 주변에서 전도체를 구해오라는 식으로 가이드를 하고 있지만 배수로를 쏴서 바닥을 물로 적셔 해결할 수 있는 등 은근슬쩍 자유도까지 챙겨간다는 점이 흥미롭다. 

덕분에 단순히 1회차를 클리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좀 막히는 구간이 있다 싶으면 레벨을 올려서 액션 스킬을 강화하거나 아이템을 좀 더 파밍하면 되며 최고 등급 아이템인 '전설'의 등장 확률이 그렇게 낮지 않아 파밍 과정의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 이런 총기로 정말 괜찮을까?


재장전을 하면 탄창을 바꾸는 대신 빈 총을 던져 펄스 폭탄으로 사용하는 정신나간 총기 '핸섬 잭해머' = 게임조선 촬영

게임의 장점으로 내세운 10억개의 무기는 확실히 허언이 아니었던 것 같다. 10개의 제조사가 만들어내는 6종류의 총기에 총기를 구성하고 있는 총몸과 여러 가지 부품의 조합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거의 똑같이 생긴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성능을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파밍 과정을 무엇보다 즐겁게 만드는 것은 바로 독특한 고유 무기들이다. 격발하면 총알 대신 적을 추적하며 공격하는 다리 여러 개 달린 뇌를 발사하는 등 악마가 득시글거리는 동네에서 온 것 같은 무기도 있는 반면 인게임 자원인 이리듐을 소모하면 1번 쏠 때마다 무작위 총기 10개를 꼳아내면서 자본주의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이리디안 용접기', 등 뒤에서 근접 공격 시 매우 높은 피해를 입히며 이름값을 하는 권총 '엉덩이 마개'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적정레벨 인스턴스 던전 하나 헤집어놓으면 전설 총기가 풍년이다 = 게임조선 촬영

물론 이름이 정해져 있는 고유 무기도 부품 구성이 달라지는 것 때문에 인터넷 등지에서 얻을 수 있는 표면적인 정보만으로는 된통 당하기 쉽기 때문에 반드시 한 번쯤 자기 손으로 직접 써보는 실험정신이 필요하다. 

땅에 떨어진 무기를 획득한 그 즉시 실전에 투입하는 것은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받지 말고 편하게 게임하라는 차원에서인지 간단하게 볼 수 있는 무기 점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선택 장애에 시달릴 일은 없다 봐도 무방하다.


둠의 개발자인 존 카멕은 이런 이야기를 남긴 적 있다.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 영화의 스토리와 같다. 있으면 좋지만 중요하지는 않다'라고 필자가 플레이해본 보더랜드 3는 어찌 보면 이 정의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었다. 

네임밸류에 비하면 엄청나게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고 많은 게이머들은 여전히 전작에서 보완되지 않은 부분을 누벼 입고 기워입은 흔적이 눈에 띄게 보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재미가 확실하다는 것을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자본은 AAA급으로 떄려 박아놓고 정작 나온 완성본은 B급이었지만 B급 감성으로 충만한 게임이 되는 것은 제작진이 의도한 바였기에 더없이 어울린다. 괴수에 가까운 고인물들이 가득한 고전, 밀리터리 FPS보다는 뉴비 입장에서 이쪽이 훨씬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만약 말초 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게임 불감증을 감수하고 좋은 작품을 찾는 하이에나라면 일단 생각은 뒷전으로 한 채 나쁜놈들 무찌르고, 실컷 쏴제끼며 트리거 해피를 느낄 수 있는 경파한 게임 보더랜드 3를 추천해주고 싶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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