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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K 프린스-한화생명e스포츠, 강강약약 LCK 언더독의 멋진 반란

작성일 : 2020.04.13

 

예전부터 LCK는 매번 본격적인 리그를 시작하기에 앞서 해설가, 전력분석가들이 자체적으로 시즌 전망을 분석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보통 이 코너에서 보통 약체로 분류되는 팀들은 대부분 시즌 내내 무력하게 두들겨 맞으며 승점이나 내주는 자판기로 취급받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전패 내지는 그에 준하는 성적으로 강등당하는 것이 '학계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약체로 분류되고 있던 팀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의외로 선수와 코치진의 인재풀은 또 나쁘지 않았다는 게 기묘한 부분이다. 실제로 2부로 강등당할 당시의 일원이었던 비디디(곽보성), 리헨즈(손시우) 등은 현시점에서도 미드, 서포터 포지션에서 특급 선수로 분류되고 있으며 LG IM, CJ ENTUS는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던 시기 팀을 나온 선수들이 이적 후에는 귀신같이 캐리머신으로 부활하여 탈쥐효과, 탈밤효과라는 용어가 따라붙었다. 


처음에는 기대받지 않았던 언더독의 위치에 있었으나 끝내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던 ROX TIGERS = ROX 공식 프로필

특히 이 분야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게 바로 ROX TIGERS(통칭 구 락스)다. 실제로 이들은 2015년 시드 선발전에서 직전 시즌 최하위권 팀이었던 IM과 Xenics를 상대로 꽤나 고전하며 힘겨운 LCK 입성 과정을 보여줬고 팀이 결성될 당시만 해도 NAJIN E-mFire와 IM를 떠난 노장 선수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당연히 이들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유연한 밴픽, 뛰어난 메타 적응력,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팀웍으로 정규 시즌에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내뿜었고 그 멤버를 온존한채로 1년 뒤 우승컵을 들게 됐다. 팬덤으로부터 역적 취급을 받으며 팀을 나와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과 비교적 젊은 나이 때문에 노련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코치진은 하나의 팀으로 뭉쳐 시너지를 발휘했고 기존의 리그 터줏대감을 모조리 발로 차버리는 강팀이 된 것이다.

그런데 실로 오랜만에 구 락스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언더독들이 LCK에 등장했다. 바로 강등권에서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강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팬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고 있는 APK PRINCE와 Hanwha Life Esports다.

■ 눕지 않고 굴복하지 않는 '단 하나의 팀'

APK PRINCE(이하 APK)는 이번 스프링 시즌 시작 전만 해도 가장 박한 평가를 받은 팀이었다. 실제로 서킷 포인트가 걸린 정규 시즌은 아니라지만 케스파 컵에서 챌린저스(2부 리그) 팀을 상대로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16강에서 광속탈락했고 그 과정에서 보여준 어이없는 밴픽 전략과 그 전략을 수행하는 개별 선수의 폼은 실로 처참했다.

1라운드까지만 해도 큰 변화는 없었다. 승강전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익수(전익수)의 결전병기 일라오이를 비롯하여 크랙이 될 만한 선수들의 주력 챔피언이 밴 카드로 봉인됐고 남들과 비슷하게 적당히 대치하다가 한타 단계에서 궁극기 좀 눌러주면 끝나는 조합만 쓰다가 기량차로 고꾸라지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2라운드에서는 플레이 스타일을 바꿨더니 훨씬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전히 승률은 반타작이지만 Gen.G, T1, DRX와 같은 3강을 상대로도 한타 단계에서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로 시청자들과 리그 관계자들의 평가도 수직상승한 상태다.

APK의 반등을 살펴보기 위해선 현재 리그 상황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현시점의 주류 메타는 탑-정글-미드로 이어지는 상체의 강함으로 초중반을 리드하고 이를 통한 다이브 설계로 바텀을 터뜨려 하이퍼 캐리 원딜 챔피언으로 게임을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APK의 상체는 막연히 약하다고 보기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강하다고는 볼 수 없는 구성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운영을 시도하기 힘들다. 실제로도 1라운드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려 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강등권에 근접한 팀의 원딜이 모든 지표에서 1위라는 놀라운 모습, 심지어 골드당 대미지는 한때 200%를 뚫기도 했다 = LCK 클립 편집

그럼에도 후반 APK의 승리 공식은 원거리 딜러 하이브리드(이우진) 키우기다. 라인전에서는 평범한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한타 페이즈만 들어서면 자신이 몰아먹은 골드의 수 배 값어치만큼 화력을 뽑아내고 있으며 한 시즌 중에 2번이나 펜타킬을 내고 2:4 수적 열세로 추격당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스킬샷과 번뜩이는 판단력으로 적을 전멸시키는 플레이 덕분에 연비좌라는 칭송까지 받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을 뚜렷하게 인지하고 한 몸처럼 움직여 하이브리드의 캐리를 돕는 '미션 수행능력'과 무력하게 쓰러지지 않고 일단 부딪혀보는 '담력'을 살려 하나의 팀으로 뭉친 것이다.

일단 지금의 APK는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적을 정면에서 완파하는 원 패턴 전술을 구사할 때 승률이 가장 좋다. 때문에 모두가 하이브리드의 하이퍼캐리를 위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어느 정도 변화를 주고 KDA 지표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과단성을 보여준다.


APK의 방향성이 정립된 3월 29일 경기에서 하이브리드는 펜타킬을 쓸어 담으며 초반 열세였던 경기를 뒤엎었다 = LCK 유튜브 채널

탱커, 브루저로 난동 부리는 것을 좋아하던 익수는 자신의 성향을 어느정도 억제하며 스플릿 운영을 틀어막는데 능하고 높은 한타 기여도를 자랑하는 탑 질리언을 시그니쳐 픽으로 사용하는 중이고 플로리스(성연준)와 시크릿(박기선)은 절대 몸을 사리지 않고 하이브리드의 프리딜 구도를 만들어주고 있으며 커버(김주언)는 르블랑, 조이 등의 트릭스터로 기복을 최대한 줄이되 최대한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들은 하이브리드만 살아있다면 게임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절대 몸을 사리지 않고 돌격한다. 이기기 위해선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다.

APK는 또한 오브젝트를 그냥 내주지 않으며 열세인 상황에서도 먼저 때리는 쪽이다. 물론, 이러한 판단은 자칫 잘못하면 치명적인 쓰로잉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팀들이 적 상체 주요 인원을 최소 한 명 이상 끊어놓거나 순간이동 주문을 빼놓아 확실하게 가져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야 치기 시작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타에서 몇 번이고 패배하는 와중에 집중력 있게 오브젝트를 가져가는 것이 다른 팀들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 LCK 유튜브 채널

기습적으로 오브젝트를 가져가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운영 위주의 팀들은 설사 오브젝트 취득 후 전멸하더라도 끝까지 싸우는 APK의 모습에 당황하기 때문에 교전을 걸어 승리하더라도 일방적인 이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만약 APK가 빠른 태세 전환을 통해 역으로 싸움을 걸어 이기거나 오브젝트까지 먹은 상태로 한타를 승리하면 그대로 게임을 내주게 된다.

몸을 사리며 하나 둘씩 타워, 오브젝트를 내주다가 무력하게 패배하던 기존 하위권 팀과는 다르게 먼저 싸움을 걸고 몇  번을 넘어지더라도 끝내 이겨내는 화끈한 교전 능력은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근본적인 한계로부터 시작됐지만 결국에는 완벽하게 팀 컬러로 정착하여 시청자 입장에서도 보는 맛이 있어 많은 팬들을 생겨나게 했다. 

■ 변칙을 좋아하는 킹 슬레이어

Hanwha Life Esports(이하 HLE)는 도입부에서 언급한 ROX TIGERS가 오버랩되는 팀이다. 서포터인 리헨즈를 제외하면 대부분 원래 활동하던 팀에서 폼이 저점을 찍거나 대체자에 밀려 벤치를 달군 끝에 거처를 옮겨 정착한 선수들이고 코치 또한 구 락스의 감독이었던 노폐(정노철)이다.

물론 새로 팀을 구성했을 때 내밀었던 '롤드컵 진출'이라는 목표와 달리 당장의 성적은 신통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승강전이 확정된 Griffin을 빼면 바로 아래에 위치한 SANDBOX GAMING과 함께 리그 잔류를 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처지고  이조차도 자력 탈출이 불가능하여 천운에 맡겨야 하는 판국이다.

그러나 HLE의 저력을 무시하는 이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1, 2라운드 통틀어 3강에 해당하는 팀들을 모두 한 번씩 잡아내며 업셋을 이룩한 건 오직 HLE만이 일궈낸 업적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약체팀이 강팀을 잡는 업셋이 종종 나오고 있지만 HLE는 강팀만 골라서 때려잡는다 = LCK 클립 편집

투박한 운영 때문에 스스로 넘어져서 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가 누구 한 명이 뚜렷하게 캐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게 단점이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성장 잠재력이 높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정규시즌이 거진 종료된 현시점에서 HLE는 핵심 딜러진인 미드와 원딜의 주전을 확실히 정하지 않고 로테이션으로 굴리고 있음에도 개별 선수의 능력치가 평균 이상을 웃돌고 있는 것이 지표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표가 모두 골고루 좋은데 1인 하드 캐리로 이기는 게임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고르게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운영 능력의 부재로 인해 끝내 패배할지언정 가끔씩 강팀을 때려잡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APK처럼 나름대로 괜찮은 교전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HLE에게 한국식 G2라는 별명이 붙게 된  하이라이트, 유통기한 있는 뚜벅이 정글러 올라프로 판을 뒤엎는 모습이다 = LCK 유튜브 채널

특히 HLE의 가장 큰 강점은 변칙적인 밴픽이다. 실제로 절대적인 열세로 점쳐졌던 스프링 시즌 첫 경기에서는 다른 팀보다 먼저 탑 소라카-서포터 유미를 기반으로 올라프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주유소 조합으로 T1을 박살 냈고 원거리 딜러가 탱커 서포터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세나-탐 켄치나 큐베(이성진)에게 극후반 극강의 캐리력을 자랑하는 케일을 쥐여주면서 DRX, Gen.G를 격파한 사례가 있다.

물론 케일과 비교하여 강점에 비해 약점이 너무 뚜렷하여 쓰이지 않는 이유가 있는 트린다미어를 기용하는 등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 실패로 돌아간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는 기초 능력치가 탄탄한 HLE이기에 그나마 시도할 수 있는 것이고 팀의 기반이 확실히 잡혀가면서 뒤늦게나마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3강을 한 번씩 업셋으로 보내버린 HLE에 경의를 표하는 모습 = .T1 공식 트위터

만약 HLE가 승강전으로 떨어지지 않거나 살아남는데 성공한다면 G2로 대표되는 LEC 방식의 '살을 주고 뼈를 깎는 화끈한 난타전'이 빛을 볼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식 운영을 확립하며 세계 챔피언에 등극한 팀들의 우승 장면 = OGN 클립 편집

확실히 2013년 이후 SKT T1과 SAMSUNG GALAXY가 기초를 쌓고 가다듬은 '한국식 운영'은 꽤 오랜기간동안 한국이 세계 챔피언의 자리를 차지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결국 AZUBU FROST와 같이 팀적으로 뚜렷한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기적에 가까운 한타 능력으로 괴력을 발휘하여 경기를 뒤집는 팀들은 도태됐고 이와 비슷한 팀 컬러를 가지고 있던 18년의 GRIFFIN 또한 T1을 상대로 결승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교전을 줄이고 라인전과 운영 위주로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면서 한국은 이상할 정도로 운영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팀이 절대다수인 지역이 됐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두 팀은 일반적인 LCK 소속 팀과는 구분되는 뚜렷한 자신만의 색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싸움에서 패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항상 자극적이고 짜릿한 교전이 비일비재하게 나오며 보는 사람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경기로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어차피 롤드컵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있고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18-19년도에 이어 이번에도 LPL, LEC식 교전과 한타가 정답인지 아니면 LCK식 운영이 정답인지 가르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래도 기왕이면 서머 시즌에도 양 팀이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며 좋은 성적을 내서 오답이 아닌 또 다른 정답임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말이 아닐까?


두 언더독의 선전을 기원하는 LCK 팬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 LCK 공식 로고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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