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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이제는 흔하디 흔한 인게임 시스템, 첫 등장 당시에는 혁신

작성일 : 2020.04.11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플레이어의 잔기 하나를 희생하여 적에게 내준 뒤 되찾아서 파워업을 한다는 발상은 지금 봐도 기가 막힌다

게임의 발전은 곧 기술의 발전과 궤를 함께 한다. 지금의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대전격투 게임의 커맨드  기술, 플랫포머 게임의 다재다능한 점프, JRPG의 랜덤 인카운터 등 특유의 시스템들이 발에 챌 정도로 흔하디흔한 인게임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해당 기술은 처음 등장했을 당시 많은 게이머들에게 충격을 가져다줬다.

이런 혁신은 후일 등장하게 되는 게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더욱 가다듬어진 형태로 발전하여 명작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런 놀라운 기술들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이고 이후 개발된 게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준 것일까?

■ 스트리트파이터의 '커맨드 기술'


 


누군가에게는 '아도겐-워류겐-아따따뿌겐'으로 기억되고 있을 그 기술들이 바로 전설의 시작이었다

주먹과 발차기, 막기만 사용할 수 있어 단조로웠던 초창기 대전격투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바로 커맨드 입력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한 캡콤의 <스트리트파이터>다. 

당시 스트리트파이터 1편에서 이미 정립되어 있었던 이름 없는 암살권의 주요 기술인 파동권, 승룡권, 용권선풍각은 위력이든 연출이든 당시 주류 대전격투게임에서 강조하던 현실적인 격투기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는데 이는 게임이 발매되던 시기인 1980년대 후반 유행하던 소년만화의 화려한 기술로 플레이어들을 사로잡겠다는 개발사의 기획의도가 반영된 결과였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캡콤은 대전격투게임 업계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서라는 코멘트와 함께 커맨드 기술의 특허권을 포기하고 다른 게임들이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풀어놓는 결정을 내렸다. 덕분에 경쟁사인 SNK, 남코, 아크 시스템 웍스 등이 본격적으로 격투게임 산업에 뛰어들며 아케이드 시장에 격투게임 붐을 불러올 수 있었다.


쓸 수밖에 없는 그 기술이 바로 우리가 아는 초필살기 개념의 시초

실제로 이 결정은 커맨드 기술이라는 혁신에 대한 로열티를 포기하는 대신 특정 조건에서 더욱 복잡한 커맨드를 입력하여 사용할 수 있는 '초필살기', 얼마나 판정이 강력한 기술이든 타이밍에 맞춰 입력하면 받아칠 수 있는 '반격기', 장풍을 주로 사용하는 견제 운영 캐릭터에 대항하기 위한 '장풍 반사기'처럼 경쟁사들이 서로 먼저 개발한 선진문물을 선보이고 받아들이며 동시기 대전격투게임이 전반적으로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커맨드 기술의 기틀을 닦은 것은 물론 대전격투게임을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놓은 캡콤의 공로를  잊지 않고 있다. 멀리서 원거리 견제기 적을 안정적으로 압박하고 버티다 못해 점프로 넘어오는 적을 대공기로 격추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게임 시리즈와 관계없이 '파동승룡 패턴'이라고 칭하는 것만 봐도 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 슈퍼마리오브라더스의 '점프'


ABILITY:JUMP CAN DO ANYTHING

<슈퍼마리오브라더스>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극히 일부의 적을 제외하면 점프로 모든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고 그 극히 일부의 적을 꼬마리오 상태로 맞닥뜨리더라도 점프를 통해 전투를 회피하거나 쓰러뜨릴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인공 형제 마리오와 루이지는 버섯과 꽃을 습득하여 파이어마리오/파이어루이지로 업그레이드하기 전까지는 직접 공격을 할 수 없는 사양이지만 적과 접촉하는 즉시 피해를 입던 다른 플랫포머 게임들과 달리 본작은 적의 머리를 밟아 쓰러뜨릴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점프 버튼을 입력한 시간에 비례하여 높이와 비거리를 결정할 수 있고 점프 이동 중에도 방향 키를 눌러 궤도를 어느 정도 수정할 수 있게 하는 등 점프 액션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을 느낄만한 부분이 많다. 

플랫포머 장르에서 지형지물을 자유롭게 건너갈 수 있게 하는 점프는 기본 중의 기본인데 슈퍼마리오브라더스는 이 점프가 굉장히 직관적이고 체계적인 데다가 다재다능하기까지 했다 보니 해당 작품의 흥행을 기점으로 모두가 이 점프이라는 요소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후 출시된 대부분의 플랫포머 장르 게임은 이를 벤치마킹한 점프 액션을 선보이게 된다.


플랫포머 게임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법이요? '점프'만 있으면 충분하죠

그렇다면 슈퍼마리오브라더스는 왜 이렇게 점프라는 요소가 강해진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개발사인 닌텐도가 점프라는 요소에 대한 가치를 굉장히 중시했기 때문이다. 이미 전작인 동키콩에서 마리오는 '점프맨'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전적이 있으며 동키콩을 소재로 한 횡스크롤 플랫포머에서도 구르기와 술통 던지기 등의 다른 공격 수단보다 점프가 훨씬 애용되는 처지다.

그러한 측면에서 슈퍼마리오브라더스는 플랫포머 게임의 효시는 아닐지언정 점프를 핵심 요소로서 제대로 완성한 첫 플랫포머로 소개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록맨의 '차지 공격'


한 방에 죽이면 안심 (실제로는 못 죽임)

기본적으로 런앤건 게임은 적이 나를 보고 공격하기 전에 재빠르게 공격하여 제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래서 보통은 얼마나 빠르게 공격을 연사할 수 있는지가 패턴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실력의 척도가 된다.

하지만 일부 게임은 연사 대신 공격 버튼 입력을 지속하여 평소보다 월등히 강한 공격을 하는 차지(모으기) 공격이 주가 되기도 한다. 차지 공격은 적에 대한 공세를 잠시 접기 때문에 적을 갑작스럽게 맞닥뜨렸을 경우 신속하게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는 없지만 적의 등장과 공격 패턴을 완벽하게 암기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는 선즉제인으로 상대를 찍어누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비디오 게임의 차지 공격은 과연 누가 가장 먼저 사용했냐에 대해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록맨>이 아니냐는 쪽으로 귀결되고 있다.


록맨 최초의 차지 공격인 '아토믹 파이어'는 풀차지로 2방 쏘면 특정 보스가 골로 간다

일반적으로는 뉴 록버스터를 탑재하여 차지 공격을 쏠 수 있게 되는 4편(1991)에서 첫 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히트맨의 무기인 아토믹 파이어가 차지 가능한 특수 무기로 처음 등장했기 때문에 2편(1988)이 시발점이라고 보는 게 맞으며 차지 공격이 아예 시스템화된 4편 이후의 록맨은 구작으로 회귀한다는 콘셉트로 개발된 9, 10편을 제외하면 모든 후속작과 파생작이 차지 공격을 채용했다.

작품에 따라 크기나 위력, 연출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차지 공격은 약점(특효) 판정을 받는 특수 무기가 아닌 이상 단발 위력이 가장 강한 공격 포지션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게임에서도 이 개념을 적극 인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록맨은 '차지 공격의 원조는 우리다!'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 차지 공격을 단발성 공격이 아닌 스톡으로 남겨 원하는 타이밍에 분할하여 쏠 수 있게 하거나 특수 무기를 벽에 반사시켜 흡수하기, 버튼 입력을 유지한 시간에 비례하여 단발이 아닌 강화된 특수 공격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특한 차지 공격을 선보이고 있다.

■ 1942의 '기체 뒤집기'

탄막이라는 키워드로 총칭되는 근래의 슈팅게임은 한 화면에 많은 수의 탄이 한꺼번에 나오는 대신 비교적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탄속이 느리고 피탄 판정이 좁은 편이라서 특유의 시스템에 익숙해진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쉽게 진행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고전 슈팅 게임은 플레이어의 입력을 인지하는 적 AI의 대응 방식과 빠른 탄속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살벌한 환경에서 외줄타기를 해야 한다. 눈에 보일락 말락한 콩알 한방에 스쳐사라질 기체의 목숨이 아깝다면 당연히 적재적소에 위기회피 시스템인 전멸폭탄(봄, BOMB)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기체 뒤집기(Reverse)는 적은 횟수만 제공되고 잔량을 채우는 방법도 극히 제한된다는 점이 딱 지금의 전멸폭탄 포지션이다

지금이야 위기회피 시스템을 전부 싸잡아서 전멸폭탄으로 칭하긴 하지만 최초의 위기회피 시스템은 전멸폭탄이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먼 <1942>의 기체 뒤집기로 제작자 오카모토 요시키가 타사의 슈팅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위기에 빠졌음을 인지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외통수 상황에 질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의 전멸폭탄처럼 피해를 줄 수는 없지만 일시적으로 모든 탄과 적기 접촉으로 인한 격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으며 샷과 봄을 각각 A와 B버튼에 할당하거나 최대 사용 가능 횟수에 제약이 있다는 기본 공식도 정립했기에 사실상 기체 뒤집기를 전멸폭탄의 시조로 보는 것이 옳다.


초창기의 전멸폭탄은 진짜 적을 다 죽이는(全滅) 폭탄이었다

1942 이후에 출시한 타이토-토아플랜의 타이거 헬리-구극 타이거(트윈 코브라) 연작에서 무지막지한 위력과 탄 소거로 위기 회피와 극딜을 겸하는 전멸폭탄이 처음 등장했고 이후 출시된 대부분의 슈팅 게임은 전멸폭탄을 기본 시스템으로 탑재하고 있는 상황인데 요새는 또 전멸폭탄을 쓰면 되려 체력을 회복하거나 보호막을 치는 식으로 대응하는 패턴이 많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 간다면 현재의 전멸폭탄이라는 용어에서 전멸기능은 유명무실하게 되니 기체 뒤집기와 같이 위기회피의 느낌이 강한 명칭으로 회귀할지도 모른다. 

■ 위저드리-드래곤 퀘스트의 '랜덤 인카운터'


한 발짝 단위로 만나는 Ouch, 물론 등장하는 적의 수와 강함도 항상 랜덤

랜덤 인카운터는 롤플레잉 게임을 하다가 우연히 맞닥뜨리는 온갖 상황을 의미한다. 그 상황은 뜬금 없이 드롭되는 '전설의 아이템'처럼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방향일 수 있고 별다른 복선도 없이 필드에서 튀어나오는 마왕처럼 불리한 방향일 수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무작위성(Random)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개념 자체는 시도 때도 없이 주사위를 굴려야 하는 테이블 보드 게임인 던전앤드래곤에서 먼저 나왔지만 비디오 게임에서 가장 처음 구현한 랜덤 인카운터는 <위저드리(1981)>의 몬스터 조우 기믹이다.

위저드리의 랜덤 인카운터는 꽤나 악명이 높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불친절한 초반 전개와 더불어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등장하는 적이 플레이어보다 스펙이 강해 맞싸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길을 잃기 쉬운 미로식 맵 구성까지 겹쳐있으니 현역으로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던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몬스터의 존재에 벌벌 떨어야만 했다.

재수가 없으면 한발짝 디뎠는데 'OUCH!'라는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공격을 받고 길을 잘못 들었음을 깨닫고 뒤로 도는 순간 'OUCH!'와 함께 새로운 몬스터를 만나며 잃은 체력을 복구하기 위해 여관을 가는 도중에 연속 전투가 벌어져 파티가 전멸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부활마저 랜덤이라서 여차하면 골로 가는 게 아니라 골(骨) 상태로 아예 완전히 가버리기도 하니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강 일본산 서브컬처에서 'XXX가 아라와레타(XXX가 나타났다)'가 들리면 십중팔구 이거 패러디다

이게 조금 더 가다듬어져 우리가 알고 있는 랜덤 인카운터의 형태로 발전한 게 일본식 RPG를 대표하는 명작 <드래곤퀘스트(1986)>다. 본래 드래곤퀘스트는 조건이나 상황에 맞춰 순차적인 진행을 선보이려 했으나 기판의 스펙과 롬팩의 용량 한계로 인해 많은 콘텐츠가 간략화될 수밖에 없었고 랜덤 인카운터 방식은 필드의 몬스터들을 모두 표기하는 대신 우연일 가장한 필연으로 드래곤퀘스트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만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했다.

드래곤퀘스트의 랜덤 인카운터가 가장 크게 발전한 부분은 난수 생성의 조건인데 플레이어의 위치와 시간,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패턴화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수준의 상황만 등장하게 됐다. 덕분에 착실하게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실력과 끈기로 게임을 정복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드래곤퀘스트를 플레이하고 좋은 점들을 벤치마킹하여 만든 파이널판타지 이후로 대부분의 JRPG는 제작 여건이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음에도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 수 있고 개발 단계에서 들어가는 리소스가 적다는 장점 때문에 랜덤 인카운터를 빈번하게 사용하게 된다.

비록 최근에야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에 있지만 말이다.


그나마 현 세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랜덤 인카운터의 대표 사례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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