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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화려하게 부활하기 vs 대차게 망하기 잘나가던 게임사들의 암흑기

작성일 : 2020.04.04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1972년에 설립된 '마그나복스'와 '아타리'가 북미에 처음 설립된 이래로 수많은 게임사가 등장해 게임을 출시했다. 특히 최초의 아케이드 비디오 게임 '퐁'을 출시했던 '아타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주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약 10년 동안 비디오 게임 시장을 주름잡던 아타리도 완성도 낮은 게임의 범람 및 게임 시장에 대한 지나친 고평가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 일어난 '아타리 쇼크'를 맞이하면서 그 아성이 무너졌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아타리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초의 상업 게임사 등장으로부터 약 50년. 다른 미디어 산업에 비해 다소 짧은 역사 속에서도 전 세계 수많은 게임사가 아타리처럼 잘못된 판단을 내려 몰락의 길을 걸었다. 물론 그중에선 실패를 교훈 삼아 재기에 성공해 전보다 더 큰 결실을 이루는 회사도 있었다.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유수 게임사들. 각 게임사가 어떻게 암흑기를 맞이해 무너져내렸는지, 혹은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화려하게 부활했는지 살펴보자.

■ 아타리 - 아타리 쇼크

게임 역사에 있어 아타리만큼이나 최초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게임사가 있을까? 최초의 아케이드 비디오 게임인 '퐁'을 출시해 상업적으로 성공시켰으며, 아타리의 하드웨어로 인해 '서드파티 게임'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겨났고, 흥행에 실패한 게임의 재고를 모두 매립하면서 사운도 함께 묻어버린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른바 '아타리 쇼크'로 불리는 아타리의 몰락은 게임 역사 최초의 버블 사건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전자기기였던 '아타리2600'의 성공으로 수많은 회사가 블루오션인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게임과 전혀 관련 없는 회사까지 게임 개발에 손을 대면서 작품의 질적 하락을 초래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시장의 규모는 나날이 커졌다는 점이다.

결국 1982년 크리스마스엔 3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됐던 게임 시장이 1억 달러에 못 미치는 성적을 보여주면서 끝을 모르고 부풀어 오르던 버블에 종지부를 찍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타리 비디오 게임 무덤'으로 불리는 'E.T.' 매립 사건이다.


소문으로만 여겨지던 E.T. 매립 사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 'Atari: Game Over'

영화 흥행 및 크리스마스 기간 특수를 노리고 출시된 E.T.는 결국 역대급으로 낮은 퀄리티를 보여줘 이용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결국 수만 장의 재고를 안게 된 아타리는 뉴멕시코주에 게임 카트리지를 비롯해 콘솔과 가정용 컴퓨터를 대량 매립했다.

이 사건으로 북미 게임 시장은 긴 침체기를 맞아 일본 시장에 잠식됐으며, 게임용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개발사는 자신들의 기기를 사용해 게임을 출시하는 서드파티 게임사를 철저히 관리해 품질 유지에 집중하게 됐다.

아타리 쇼크의 중심에 있던 아타리는 사업 변경과 분할 매각으로 게임 사업을 접는 듯했으나, 2017년에는 신규 콘솔인 '아타리 박스'를 출시하는 한편 2020년에는 게이머들을 위한 시설을 갖춘 아타리 호텔을 건설하는 등 다시 한번 게임 시장 진입에 도전하고 있다.


아타리 로고 모양의 '아타리 호텔'

■ 닌텐도 - 닌텐도 64와 플레이스테이션

아타리 쇼크로 인한 북미 게임 시장 침체기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닌텐도'다. 1889년 화투 제조업에서 시작한 닌텐도는 세기의 역작 '패밀리 컴퓨터(패미컴)'를 출시하고, 패미컴의 북미 버전인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ES)'의 흥행을 성공시키면서 아타리가 없는 북미 시장을 완벽하게 점령했다.

이후 닌텐도는 패미컴을 앞세워 유럽과 오세아니아, 브라질 시장에서 우위를 보인 세가의 '세가 마크 III'와 함께 게임 시장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었다. '젤다의 전설'과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 등 유명 게임들은 바로 이 시기에 처음 출시된 작품들이다.

그러나 '버추얼 보이'의 실패와 '닌텐도 64'의 부진에 이어 후발주자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게 콘솔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면서 닌텐도는 'Wii'가 나오기 전까지 기나긴 암흑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의 초기 구상안은 닌텐도와 소니의 합작 콘솔이었기 때문에 닌텐도 입장에선 더욱 뼈아픈 결과였다.


얼마 전 경매로 올라온 전설의 게임기,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문제는 콘솔의 점유율뿐만이 아니었다. 세가에 이어 소니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면서 서드파티 개발사를 경쟁사에게 뺏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파이널판타지VII'를 개발한 '스퀘어'와  '드래곤퀘스트6'을 개발한 '에닉스'가 있겠다. 이 중에서 파이널판타지VII은 같은 시리즈 내에서도 역대급 흥행을 성공하면서 플레이스테이션을 콘솔 시장 정상의 자리에 올려놨다.

경쟁에서 밀려난 닌텐도는 체감형 콘텐츠를 앞세운 Wii, 듀얼스크린과 터치패드를 선보인 닌텐도DS를 선보이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에는 상장 후 첫 적자라는 쓰라린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모바일 시장으로 진출, 거치와 휴대가 자유로운 '닌텐도 스위치'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2019년에는 10년 만에 최고 영업 이익을 기록하면서 다시 한번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변화를 통해 다시 우뚝 일어선 닌텐도

■ 캡콤 - 기나긴 DLC 강점기

북미와 일본의 게임 하드웨어 기업을 살펴봤으니, 이번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을 살펴보자.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 게임을 구입할 때 가장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역시 '다운로드 콘텐츠(DLC)'일 것이다. 예를 들면 '데드오어얼라이브'나 '무쌍 시리즈'의 캐릭터 옷을 DLC로 끊임없이 출시하는 '코에이 테크모'나 모든 DLC를 구입하면 가격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패러독스 인터랙티브'가 있다.

액션 게임 명가 캡콤도 이런 회사 중 하나였다. 록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슬라이딩'과 '차지샷' 같은 시스템을 DLC로 내거나, 최종화를 DLC로 출시한 '아수라의 분노', 기존판에 DLC를 더한 완전판을 발매하고, 완전판에 다시 DLC를 출시하는 등 DLC의 끝을 보여준 행보를 보여줬다. 심지어 2013년 실적 발표에선 DLC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이용자들의 어이를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다.

게다가 록맨의 아버지인 '이나후네 케이지'가 쫓겨나듯 캡콤을 퇴사하고, 코에이 테크모의 삼국지 프랜차이즈에 특허 침해 소송을 내면서 이용자들에게 큰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캡콤은 2010년대 들어서 게임 내외로 이용자들을 실망시키는 행보를 보이면서 해외에서는 물론 일본 현지에서도 이용자를 외면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DLC로 욕먹는 상황에서 DLC 강화 발표로 기름을 부은 캡콤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캡콤이 선택한 것은 기본에 충실한 경영이었다. 사실 2012년에 개발 기간 단축 및 후속작 출시, 개발자 추가 고용, DLC 확장 등이 포함된 경영 계획을 발표했으나, 당시 캡콤은 당연히 해야 할 것조차 못한다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개발 기간 단축은 미완성 게임 출시, 개발자 추가 고용은 떠난 직원의 자리를 메꾸기 위한 망양보뢰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캡콤은 '몬스터헌터월드' 및 '데빌메이크라이5'의 성공,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연달은 리메이크를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특히 몬스터헌터월드는 후속작이 완전판으로 출시됐던 전작들과 다르게 본편을 제외한 확장판만 판매됐고, 추가 몬스터 및 장비를 무료 DLC로 제공하는 등 캡콤의 기존 행보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 이용자는 물론 각종 웹진과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캡콤의 행보는 좋은 평가를 받는 한편 2019년 이후 출시된 캡콤의 게임이 각종 게임상을 휩쓸면서 그야말로 '갓콤'으로 거듭나고 있다.


아아 그저 빛....

■ 블리자드 - 개발은 뒷전, PC엔 환호

캡콤이 기본으로 돌아가 게임 개발에 총력을 다해 암흑기를 벗어났다면 블리자드는 반대로 기본부터 응용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 암흑기에 접어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가장 최근 출시된 '워크래프트3리포지드'. '디아블로이모탈'을 시작으로 먹을 거 없이 소리만 요란한 잔치였던 2018년 블리즈콘에서 워크래프트3리포지드는 블리자드의 마지막 희망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출시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결국 나온 결과물은 처참 그 자체였다.

대대적으로 홍보한 새로운 전용 컷신은 하나도 없었으며, 블리즈컨에서 공개했던 '스트라솔름 정화 캠페인'을 삭제해 이용자들의 뒤통수를 두 번 후려쳤다. 심지어 스트라솔름 정화 캠페인은 게임 내 더미 데이터 흔적으로만 남아있어 해당 트레일러가 단순히 광고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업그레이드됐다는 그래픽은 클래식과 비교해 오히려 퇴보한 부분도 있었으며, 스킬 이펙트 역시 2020년 게임이라고 믿을 수 없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대중문화 비평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워크래프트3리포지드가 받은 이용자 평점이 0.5였으니 이용자들의 분노를 알만하다.


이건 그냥 사기지

그렇다고 기존 게임의 콘텐츠는 멀쩡했는가? 아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2'의 유명 등장인물들에게 이상한 설정을 치덕치덕 붙이더니 급기야 '오버워치'에서는 뜬금없이 '솔저76'이 게이라는 설정을 밝혀 이용자들의 어이를 강탈했다. 신규 캐릭터의 출시가 더디고, 스토리가 정체된 상황에서 어떤 연관성도 없는 설정을 남발해 잘 만든 게임조차 망친 것이다.


굳이 이걸 꼭 넣어야만 속이 시원했냐

게임 외적으로는 가면 더 가관이다.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히어로즈오브더스톰' 공식 리그를 하루아침에 폐지해 관계자들을 백수로 만들었다. 관계자 중에는 블리자드의 메일을 읽기도 전에 매체를 통해 리그 폐지 소식을 접한 사람도 있을 정도.


자기들이 제일 좋아하는 타락과 배신을 직접 보여줄 건 없었는데

최근에는 오버워치 업데이트 문제도 있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시작할 때 기존 영웅들을 세 분류로 나눠 탱딜힐 2:2:2로 역할을 고정해 팀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전문 역할군을 무조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가뜩이나 적은 31명의 캐릭터를 다시 나누다 보니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 폭은 크게 줄어들어버렸다.

역할 고정 업데이트가 적용되자 딜러 포지션을 선택한 이용자는 게임에 진입하기 위해 수십 분의 대기 시간을 겪게 됐으며, 특정 맵에 맞는 캐릭터 조합이 고착되면서 지루한 게임을 맛보게 됐다. 결국 개발진은 이러한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1:3:2 조합을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식의 중구난방 업데이트를 본 이용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기만 하다.


그런데 짜잔! 절대라는 건 없군요

이런 행보로 2019년 블리자드의 주가는 반 토막이 났으며, 연말 블리즈컨 이후 겨우 회복세로 돌아섰다. 다급히 준비한 '디아블로4'와 '디아블로이모탈', '월드오브워크래프트어둠땅', '오버워치2' 등 신작들이 과연 블리자드 회생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모든 이용자의 마음을 대변한 그 한마디, '철 지난 만우절 농담인가요?'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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