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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숲이 아니라 트라우마의 숲? '동물의 숲' 속 괴짜들

작성일 : 2020.03.31

 

지난 20일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발매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은 아기자기한 그래픽, 높은 자유도, 평화로운 분위기로 큰 사랑을 받은 동물의 숲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처음에는 기반 시설이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마을을 일궈내는 과정에 부담감이나 지루함을 느낄 수 있지만 조금만 끈기 있게 게임을 플레이하면 점차 구색을 갖춰가며 규모가 커지는 마을과 마을에 입주하는 다양한 주민들과 어유 넘치는 슬로우 라이프를 즐길 수 있어 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힐링용 게임으로 정평이 난 작품이다

그런데 일부 게이머들은 시스템이나 구조상의 허점을 이용하여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힐링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어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모동숲에도 검은 닌텐도가 묻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과연 실제로 어떤 플레이가 횡행하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 헤쳐모여봐요 국방의 숲


들어올 땐 맘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다 = 디시인사이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갤러리

20대 이상 신체 건강한 남성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한 것은 바로 군부대로 꾸며진 마을이었다. 오직 자연만을 벗 삼아야 하는 무인도에 차려진 호국의 요람은 그 빡세다는 격오지 근무를 방불케 했으며 쓸데없이 고퀄리티로 만들어진 연병장에 그려진 굳건이와 부대 마크, 생활관 내부에 칼각으로 배치된 관물대와 침대, 복무신조 액자는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복식도 아주 다양한데 처음에는 기껏해야 육군 전투복, 활동복 정도만 있었으나 능력자들이 병종을 가리지 않고 군대와 관련된 커스터마이징을 엄청나게 찍어내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당직사관, 유격 조교, 화생방 장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군부대로 꾸민 마을로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도 범상치 않은 모습이다. 편지지를 국방색으로 물들이는 것은 물론 입영통지서를 그대로 빼다 박은 멘트를 본다면 군필자의 트라우마 스위치는 당연히 켜질 수 밖에 


육군 마크, 복무신조, 라디에이터의 배치가 참으로 깨알 같다 = 디시인사이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갤러리

■ 사고팔아봐요 분양의 숲


자신이 만든 마을에 자신이 좋아하는 주민으로만 채우는 게 막연히 나쁜 것은 아니긴 한데 = 게임조선 촬영

모동숲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은 섬에 정착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주민으로만 마을을 꾸미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

문제는 등급이나 특별한 카테고리 분류가 없어 어떤 주민이든 등장 확률은 모두 같지만 모동숲 기준으로 주민의 종류만 해도 400개에 달하여 플레이어가 원하는 주민을 뽑아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부분에 있다. 때문에 욕심 많은 일부 유저들은 특정 주민을 괴롭혀 이사를 가게 만드는 방식으로 모동숲 내에서 주민 분양을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동물 주민은 때리거나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 괴롭힐 경우 이사를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출력 후 얼마 뒤 짐을 싸서 떠나게 되는데 마을을 떠나려는 동물 주민에게 다른 마을의 플레이어가 3번 대화를 걸면 데려갈 수 있는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다.

리셋 노가다를 하려고 해도 마을에 처음 입주하는 주민은 성별과 성격이 고정되어 있어 등장 풀이 비교적 제한되어 있으며 특히 잭슨, 레이첼, 쭈니, 솔미, 비앙카 등 절대로 게임 초반에 획득할 수 없는 일부 인기 주민들은 게임 내 재화를 뜻하는 은어 '덩이(99,000벨)' 또는 오픈채팅이나 SNS롤 통해 형성된 암시장에서 현금 가치가 매겨져 사고 팔리는 중이다.


계정 생성과 삭제가 손쉬운 트위터는 이러한 분양 거래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 디시인사이드 중세게임 갤러리


중국에서는 위챗, 알리페이 QR코드를 마을에 새겨넣어 거래를 하고 있다 = 트위터

■ 건너뛰어봐요 타임슬립의 숲


참으로 손쉬운 타임슬립 = 게임조선 촬영

동물의 숲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리얼타임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과 동일한 시간선을 가진다. 이 때문에 학생 또는 직장인의 경우 낮 시간대에 진행하는 이벤트를 놓치거나 출현하는 생물을 만나기 힘들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

그래서 동물의 숲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사람치고는 은연중에 콘솔/휴대용 기기의 현실 시간을 조작하여 게임내 시간선을 바꾸는 타임슬립을 쓰는 사람의 수가 적지 않았다.

물론 이는 게임 콘텐츠의 소모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앞당기는 부작용을 야기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시스템적으로 강한 페널티를 걸어 이를 규제하고 있었으나 모동숲에서는 특정 재료의 사용 가능 기간이 만료되는 것 외에는 페널티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일단, 특정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특수한 주민과 이벤트 관련 스케쥴은 닌텐도 서버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날짜가 맞지 않는 상황에서 조작으로 먼저 맛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마도 이러한 중요한 부분에서 규제를 걸어놨기에 타임슬립의 페널티를 약화시킨 것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이미 우리 마을로 이사 오도록 꼬드긴 동물 주민이 채 1시간도 안되 짐을 모두 풀고 정착하거나 은행에 보관한 벨에 몇 번이고 이자를 부쳐 순식간에 자산 불리기, 시간을 넘나들며 일일 한정 상품을 골라서 구매하는 등의 행위는 여전히 가능하다. 심지어 해당 행위 이후의 데이터가 그대로 유지되므로 마음 놓고 타임슬립을 하는 플레이어의 수가 적지 않다. 

덕분에 49,800벨 내고 무인도 정착 프로젝트를 시작한 플레이어가 2일 만에 모든 빚을 청산하는 것은 물론 헐값에 잔뜩 매입한 무를 비싼 시간대를 찾아 몽땅 팔아치우는 '무트코인'으로 백만장자가 되어 게임 내에서 할 게 없어지는 '토끼공듀'로 전락하는 웃지 못할 사태들이 벌어지고 있다.


값이 쌀 때 풀매수 = 에프엠코리아 유머/이슈/정보 게시판


하이에나처럼 무가 비싼 시간대를 골라잡아 팔아치운다 = 에프엠코리아 유머/이슈/정보 게시판


그것이 바로 무트코인의 길 = 에프엠코리아 유머/이슈/정보 게시판

■ 겨뤄봐요 빌런의 숲


가둬놓고 패는 악질 촌장 = 디시인사이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갤러리

그 밖에도 힐링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섬과 마을을 운영하는 플레이어들을 주변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무인도의 이름을 직접 지을 수 있는 규칙 덕분에 끝이 '섬' 또는 '도'로 끝나는 고약한 단어로 방문객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건 예사이며 노약자와 심신미약자에게 큰 충격을 줄만한 기괴한 디자인으로 집을 꾸미고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부류도 있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악질은 선의로 자신을 베스트프렌드로 지정한 사람의 마을에 방문하여 물건을 부수거나 훔치는 부류인데 덕분에 네트워크를 통해 처음 만난 유저들에 대한 공공연한 불신이 질병처럼 퍼져나가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혹여라도 누군가 침입하여 소중한 재산을 털어갈 기미가 보인다면 게임 강제종료로 막을 수 있다 = 네이버 카페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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